제니 홀저展
The Future Please

<모든 것은 미묘하게 얽혀있다(All Things are delicately interconnected)> 고보 라이트 프로젝션 2012

<모두 떨어지다(All Fall)> LED, 스테인레스 스틸 262.8×241.5×262.8cm 2012

<모두 떨어지다(All Fall)> LED, 스테인레스 스틸 262.8×241.5×262.8cm(부분) 2012
작가의 대표작인 LED조명 텍스트는 어두운 공간에 한 줄의 문장처럼 두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진부하지만 그래서 더 새겨들어야 할 문장이 번쩍거리며 빠르게 지나가고 시선을 집중시킨다. 무작위로 흘러내리는 문장 중 하나라도 관객의 눈에 번쩍 뜨이는 문장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작가와 관객에게는 큰 수확일 것이다. 한편 전시장 한쪽 구석의 <모두 떨어지다(All Fall)>는 다섯 개의 LED조명 바가 얽힌 형태로 조형작품처럼 설치되어 있다. 미국 군인의 부당한 대우에 관한 죄수들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넣은 작품이다. 작가의 정치적이면서도 행동파적인 성향이 반영된 작품이다. 진부한 문장에 삽입한 인터뷰 내용은 관객의 마음에 강한 파동을 일으킨다. 언어를 활용한 개념미술은 여전히 현대미술에서 유효하지만 텍스트를 제외하고 조형적이고 기술적으로 완결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인다는 것은 작가가 오랫동안 인정받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작가가 사용하는 테크놀로지가 더욱 정교해지면서 작품도 세련되고 조형도 다양해졌다. 그의 작품은 마치 진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Top Secret>시리즈 린넨에 유화, 미국 정부문서 내용 2012 L&M아트갤러리 서쪽갤러리 설치전경

<Top Secret>시리즈, <Under a Rock>시리즈 2012 L&M아트갤러리 서쪽갤러리 설치전경

<Truism>시리즈, <Under a Rock>시리즈 2012 L&M아트갤러리 동쪽갤러리 설치전경
제니 홀저의 텍스트 작업 중 가장 견고하면서 확실한 작업은 비석처럼 만든 화강암 벤치에 문구를 새긴 ‘벤치’ 작업이다. 이 문장들은 LED조명 속 문장처럼 순식간에 흘러가지도 않고, 무작위로 벽에 비춰지는 것도 아니며, 페인팅 속 문장처럼 일부가 가려지지도 않는다. 그저 묵직하게 돌에 새겨져 무덤 옆에나 있을 법하다. 벤치 작업은 작품 초기 때부터 진부한 문장(Truism)이 내포한 의미를 잘 함축하는 형태의 작품이다. 이미 시선을 끌지 못하는 죽은 메시지들, 하지만 비석에 새기기 위해 준비된 것처럼 마지막에 남는 하나의 메시지를 연상케 한다.

<고문은 야만적이다(Torture is barbaric)> 고보 라이트 프로젝션 2012
제니 홀저(Jenny Holzer, 1950~)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
개념미술 작가로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베니스비엔날레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 독일의회 등 다양한 국제 전시 및 공공미술에 참여. 1990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 2011 버나드 메달(Barnard Medal of Distinction) 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