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브론스타인展
A is Building, B is Architecture
2013. 9. 13~11. 24 제네바현대미술센터(Centre d’Art Contemporain Genève)(http://www.centre.ch/en/current/pablo-bronstein)
<A is Building, B is Architecture>전 전시 전경 2013 제네바현대미술센터 Photo: Annik Wetter
런던에서 활동 중인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파블로 브론스타인(Pablo Bronstein)이 제네바 현대미술센터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A is Building, B is Architecture>전에 선보인 그의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는 고대 건축과 현대 도시, 배경과 장식, 미술과 댄스의 관계성에서 영향을 받았다.
<A is Building, B is Architecture>전 전시 전경 2013 제네바현대미술센터 Photo: Annik Wetter
고대 로마, 바로크, 신고전주의,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건축사학에 대한 그의 광적인 연구와 헨리 다거(Henry Darger)를 떠올리게 하는 지극히 섬세한 드로잉 스타일, 적막하고 황량한 전시장 2층 전체를 메운 그의 설치 작품은 아르 브뤼(Art Brut)의 자폐성을 연상시킨다. 또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눈에 띠는, 골동품처럼 탐미적이면서도 위엄 있는 프레임 역시 그림을 바깥 세계로 부터 고립시키는 효과를 준다.
<A is Building, B is Architecture>전 전시 전경 2013 제네바현대미술센터 Photo: Annik Wetter
‘아르 브뤼’란 1940년대 프랑스의 화가 장 뒤뷔페(Jean Dubuffet)가 처음 소개한 용어다. ‘브뤼(Brut)’란 단어가 의미하듯이 초보적이고 원시적인 미술이란 뜻으로, 다시 말해 교양이나 전통적 미술, 문화적 교육에서 영향을 받지 않은 어린이, 정신질환자, 아마추어 작가의 순수한 창작 미술을 지칭한다. 이들의 본능적이고 무의식적 창작 과정에서는 흔히 자폐성이 엿보인다.
<A is Building, B is Architecture>전 전시 전경 2013 제네바현대미술센터 Photo: Annik Wetter
브론스타인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aurdian)》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그는 주로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의 작업 속 개념적 의의가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 슬레이드미술학교, 골드스미스대 등에서 엘리트 미술교육을 받은 작가의 개념적 창작 방법을 아르 브뤼의 자폐성과 연관시키는 것은 역설적이라고 볼 수있다. 그러나 작가의 정교한 환상의 세계 속에는 분명 자폐성 매력이 있다.
<Relocation of Temple Bar> 종이에 잉크, 구아슈, 연필, 작가의 프레임 149×222.5×14cm 2009 Courtesy of Saatchi Gallery, London
예를 들어, <Relocation of Temple Bar>는 고대 문서를 연상시키지만, 역사 속에 실존했던 기념비적 건축물과 이후 이 건축물에 일어났던 사건들이 중첩돼 있는 ‘허구’다. ‘템플 바(Temple Bar)’는 플릿 가(Fleet Street)와 스트랜드(The Strand)에 있던 중세시대 런던의 7개 정문 중 하나다. 묘사된 빌딩은 런던 대화재 이후 크리스토퍼 렌(Christopher Wren)이 디자인한 교체물이다. 이 건축물은 늘어나는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1878년 해체되었다. 1880년 헨리 메욱스 경(Sir Henry Meux)은 해체된 2,700여 개의 석조를 매입하여 그의 시어볼드하우스(Theobalds House)에 재건했다. 그 후 2003년 런던 시가 이를 다시 매입하여 현재 파터노스터광장(Paternoster Square)으로 옮겼다. 이처럼 브론스타인의 드로잉은 건축 제도(製圖)도 장식물 스케치도 아니다. 역사적 건축물 또는 사건들의 사실적이고 명료한 듯한 재현과 가상적 묘사가 고립된 ‘비현실적 영역(In the Realm of the Unreal; 헨리 다거의 저서)’ 속에서 뒤섞인 것이다.
<A is Building, B is Architecture>전 전시 전경 2013 제네바현대미술센터 Photo: Annik Wetter
파블로 브론스타인(Pablo Bronstein) 1977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생. 런던에서 활동.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런던, 2009), 메트로폴리탄미술관(뉴욕, 2010), 뮌헨 렌바흐미술관(Städtische Galerieim Lenbachhaus und Kunstbau, 2007) 등에서 개인전 개최. <MOVE: Choreographing You>(런던 헤이워드갤러리, 뮌헨 하우스데어쿤스트, 뒤셀도르프 K20, 2010~2011), 마니페스타8(2010~2011), <The Garden of Forking Paths>(취리히 미그로스현대미술관, 2011), <Tate Live: Performance Room>(런던 테이트모던, 2012) 등 다수의 단체전 참가. 《Postmodern Architecture in London》(König Books, 2007), 《Ornamental Designs》(König Books, 2008) 등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