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원 & 전준호展
News from Nowhere: Chicago Laboratory(http://www.newsfromnowhere.kr/)
2013. 9. 21~12. 21
문경원&전준호 <순수존재(Avyakta)> HD필름 17분 56초(스틸컷) 2013
지난 2012년 독일 카셀도큐멘타13에 선보였던 한국 작가 문경원&전준호의 협업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이 ‘시카고 실험실(Chicago Laboratory)’이라는 부제를 달고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설리번갤러리에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시카고의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 메리 제인 제이콥(Mary Jane Jacob)이 기획했으며, 기존의 프로젝트를 확장하고 구성도 다양화했다. 더불어 신작 <순수존재(Avyakta)>를 처음 공개한다.
정구호 <Uniform> 2013 설리번갤러리 설치 전경_패션디자이너 정구호는 미래에 옷은 ‘두 번째 피부’가 될 것이라는 콘셉트로 실리콘 성분의 재료를 이용해 옷을 만들었다. Photo by James Prinz.
<미지에서 온 소식>은 두 작가가 2007년 우연히 비행기 옆 좌석에 앉게 된 인연에서 시작됐다. 두 작가는 현대 미술시스템에 대한 회의와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돈으로 모든 것의 가치를 측정하고 소비하는 이 시대에 ‘예술’이란 무엇인지, 과연 예술은 살아있는지, 예술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작가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 두 작가는 이런 고민 속에 문화, 과학, 정치, 교육, 종교 등 사회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가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영화감독 이창동, 시인 고은, 행동생태학자 최재천, 아방가르드 작곡가 이치야나기 도시(Toshi Ichiyanagi) 등 한국, 일본, 유럽의 예술가와 석학들이 두 작가와 뜻을 나누고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문경원&전준호 <세상의 저 편(El Fin del Mundo)> HD필름 13분 35초(스틸컷) 2012
문경원&전준호 <세상의 저 편(El Fin del Mundo)> HD필름 13분 35초(스틸컷) 2012 Courtesy of artists and GALLERY HYUNDAI
설리번갤러리에 들어서면 입구 벽에 협력자 모두를 한 명씩 소개하는 글이 적혀 있어 이 프로젝트의 스케일과 무게감을 가늠할 수 있다. 프로필이 적힌 이 긴 통로를 지나면, 배우 이정재와 임수정이 출연한 <세상의 저 편(El Fin del Mundo)>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비디오 작품은 ‘만약 우리 사회의 모든 가치와 질서가 완전히 붕괴된다면 인간은 미(美)를 어떻게 다시 느끼게 되고 실현하게 될까?’라는 의문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왼쪽 스크린은 지구의 대재난을 앞둔 상황에 작업에 몰두하는 한 남자 예술가의 모습을, 오른쪽 스크린은 대재난 이후 생존자의 후예로서 기계처럼 생활하는 한 여자가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데 눈 뜨는 과정을 동시에 보여준다.
타크람(Takram) <Shenu: Hydrolemic System> 2013 설리번갤러리 설치 전경_일본 디자인 엔지니어링 그룹 타크람은 지구상에 물이 부족할 경우를 고려해 인체 내에서 직접 수분을 보존하고 공급하는 인공장기 세트를 개발했다. Photo by James Prinz.
이토 도요(Toyo Ito) <Mind Shelter: Home for All> 2013 설리번갤러리 설치 전경. Photo by James Prinz.
이 영화에는 일본의 디자인 엔지니어링 그룹 타크람(Takram)이 발명한 수분공급 인공장기 세트, 일본의 패션디자이너 츠무라 코스케(Kosuke Tsumura)와 한국의 정구호가 디자인한 미래 의복, 안과의사 정상문과 뇌 과학자 정재승이 전준호&문경원 작가와 함께 고안한 미래 조명 기구, 건축가 이토 도요(Toyo Ito)와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 MVRDV가 제시한 미래 도시사회와 공동주택에 관한 디자인 등이 주요 소품과 장면으로 등장한다. 이 모든 작업은 설리번갤러리에 실제로 전시돼 있다. 올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이토 도요는 쓰나미가 지나간 일본의 산리쿠 해안 마을을 위해 ‘치유’를 목적으로 <마음의 피난처: 모두의 집(Mind Shelter: Home for All)>이라는 도시 및 주택 설계를 하였다. 츠무라 코스케의 <파이널 싱크: 프로토타입 유니폼(Final Sync: Prototype Uniform)>은 펄럭이는 모자와 큰 주머니가 많이 달려 있어 낙하산을 연상시킨다. 미래의 옷은 신체가 외부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겸비해야 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디자인됐다.
문경원&전준호 <순수존재(Avyakta)> 2013 설리번갤러리 설치 전경. Photo by James Prinz.
<세상의 저 편>의 후속작인 <순수존재>는 전편에서 어떤 특별한 경험을 한 여자가 미래사회에 점차 혼돈을 야기하고, 그 문제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수사관이 재난 전의 과거세계, 즉 우리의 현재세계로 보내진다는 내용이다. 어두운 미래에서 온 감정 없는 남자가 우리의 현실세계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를 은유적 이미지와 철학적 대사를 통해 추상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보여준다. 배우 이정재 이외에도 마이미스트 유진규가 퍼포머로 참여했다.
문경원&전준호 <순수존재(Avyakta)> HD필름 17분 56초(스틸컷) 2013 Courtesy of artists and GALLERY HYUNDAI
문경원&전준호의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요소는 그 작업 과정을 기록한 책 ≪미지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이다. 전시장 한편 넓은 테이블 위에 이 책을 여러 권 구비해 놓아 관객이 편하게 접할 수 있었다. 책에 담긴 인터뷰 내용 중 이창동 감독의 철학이 특히 큰 울림을 준다. “예술이나 창작 행위는 어떤 답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답은 각자가 찾는 것이지요.”(p. 219).
문경원&전준호 <세상의 저 편(El Fin del Mundo)> HD필름 13분 35초(스틸컷) 2012
이번 시카고 전시는 처음부터 문경원&전준호 프로젝트의 일부로 기획됐다. 전시 자체가 프로젝트의 목표인 예술의 의미와 기능을 조명하고 탐구하는 과정에 ‘동참’하는 것이다. ‘시카고 실험실’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전시 외에도 연말까지 각종 강연, 토론, 워크숍, 영화 상영도 함께 진행된다. 이를 위해 두 작가는 물론, 건축가 이토 도요, 타크람의 디자이너 와타나베 코타로(Kotaro Watanabe)와 요네다 카즈(Yoneda Kaz), 패션디자이너 정구호, 도쿄원더사이트(Tokyo Wonder Site) 디렉터 이마무라 유사쿠(Yusaku Imamura), 작가 이니고 만그라노-오바예(Iñigo Manglano-Ovalle) 등이 방문할 예정이다.
문경원&전준호 <순수존재(Avyakta)> HD필름 17분 56초(스틸컷) 2013 Courtesy of artists and GALLERY HYUNDAI
문경원 서울 태생. 이화여대 및 미국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수학. 연세대 영상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현재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서양학과 교수. 서울스퀘어의 미디어 캔버스 프로젝트 등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제주도에 설계한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 내 미디어 설치 작품 또한 대표적. 1999년 석남미술상, 2012년 전준호와 함께 광주비엔날레 ‘눈 예술상’,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
전준호 부산 태생. 동의대 및 영국 첼시 미술•디자인대 대학원(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수학.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뉴욕 페리루벤스타인갤러리, 파리 테디우스로팩갤러리 등에서 개인전 개최. <Metamorphosis>(2009, 파리 에스파스루이비통), <Your Bright Future>(2009, LA주립미술관, 휴스턴미술관) 등 국내외 다수의 단체전 참여. 2004년 광주비엔날레 비엔날레 상, 2012년 문경원과 함께 광주비엔날레 ‘눈 예술상’,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