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 <서독으로 간 에트랑제, 이응노>전 등 다양한 행사 개최
고암 이응노의 살아 있는 예술 정신

1959년 2월 15일 프랑크푸르트 메인강가에서 아들 이융세와 함께 찍은 사진
고암 이응노(1904~89)의 예술 정신을 잇는 이응노미술관과 고암미술문화재단에서는 올해로 고암 탄생 110주년을 맞아 풍성한 전시 및 학술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먼저 6월 14일부터 9월 21일까지 개최된 <서독으로 간 에트랑제, 이응노>전은 1959년 독일의 세 도시(프랑크푸르트, 쾰른, 본)에서 열린 고암의 순회전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고암의 작품뿐 아니라, 그가 1960년대 파리에 완전히 정착하기 직전에 독일에 머물며 선보인 전시가 현지에서 호평을 받은 기록들이 대거 선보였다. 고암은 독일에서 생전 처음으로 카셀도쿠멘타를 관람하고 받은 충격과 감동을 《동아일보》에 기고했다. 전시장에는 그가 쓴 기사와 함께 당시 카셀도쿠멘타 전시를 엿볼 수 있는 영상 자료도 제시해, 55년 전 독일에서 ‘에트랑제(etranger, 이방인)’로서 이응노의 모습을 상상하게끔 했다.

독일 본(Bonn)시립 전시공간 예거호이스헨에서 환담 중인 이응노. 그는 1959년 총 4회로 치러진 독일 순회전에서 2번의 개인전과 2번의 부부전(이응노 박인경)을 개최한다. 프랑크푸르트학생회관(개인전)에서 시작, 쾰른 현대미술관 소속 브와세레갤러리(개인전), 쾰른 뮤젠호프클럽하우스(부부전), 본시립 전시공간 예거호이스헨(부부전)으로 이어졌다.
이어서 10월 7일부터는 <파리 앵포르멜 미술을 만나다>전을 개최해, 1960년대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고암이 당시 유럽 미술계를 휩쓴 추상미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해석했는지 알아본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 파리 화단에서 이응노와 조우했던 한스 아르퉁, 피에르 술라주, 자오우키의 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전후 유럽의 우울한 분위기 속에 한국 독일 프랑스 중국 등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의 작가들이 구축한 작품 세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 술라주를 제외한 세 작가는 이미 고인이 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파리에서 함께 활동하며 동양적 예술 취향을 공유했고, 인류의 평화를 갈망했던 이응노와 아르퉁, 자오우키, 술라주가 이응노 화백의 고향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며 이번 전시의 의의를 재차 강조했다. 이번 전시 개막을 즈음해 고암의 부인이자 이응노미술관의 명예관장인 박인경 여사가 방한해, 10월 10일 미술관에서 동양화 시연회를 연다. 1964년 이응노 화백이 파리 세르누쉬미술관 내에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한지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파리동양미술학교는 아르퉁, 술라주, 자오우키, 언어학자 이희승, 라세뉴 전 파리현대미술관장 등의 도움으로 기반을 닦았다. 고암이 작고한 후 부인 박인경과 아들 이융세가 그 활동을 이어받아 ‘고암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현재 3천 여명에 이르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올해 고암아카데미 건물이 파리 근교 보쉬르센에 새롭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한국의 예술 정신을 유럽에 전파하는 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동방견문록> 한지에 수묵담채 28×33.5cm 1980
10월 7, 8일 양일간에 걸쳐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이응노미술관 & MWA2014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된다. 이응노미술관이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에 있다는 점에서, 과학과 문화가 융합하는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모델을 제안하는 대규모 학술 행사다. 이 행사는 고암미술문화재단과 뮤지엄 테크놀로지 관련 전문기관인 ‘뮤지엄 앤 더 웹(MW)’이 공동 주최하여, 마이크로소프의 IT 관계자와 MoMA, 게티센터, 루브르박물관, 카타르미술관 등의 미술관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한다. 참여하려면 홈페이지(http://ungnolee.daejeon.go.kr(http://ungnolee.daejeon.go.kr/))에서 사전 신청해야 한다. 등록비는 일반인 300달러, 학생 150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