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다카시 〈해파리 눈(Jellyfish Eyes)〉 상영회
2014. 5. 25 시카고현대미술관 에들리스니슨극장(Edlis Neeson Theater, Museum of Contemporary Art Chicago)(http://www2.mcachicago.org/event/mca-screen-takashi-murakami-jellyfish-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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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다카시 〈해파리 눈〉 스크리닝 행사 장면 2014. 5. 25 MCA Photo by Nathan Keay © MCA Chicago
스타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의 첫 장편 영화작품 〈해파리 눈(Jellyfish Eyes)〉이 미국 투어를 시작했다. 5월 1일 달라스를 시작으로 6월 5일까지 보스톤, 시애틀,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의 8개 도시에서 상영된다. 시카고에서의 상영은 5월 25일 시카고현대미술관의 에들리스니슨극장(Edlis Neeson Theater)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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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다카시 〈해파리 눈〉(스틸컷) HD영상, 컬러 100분 2013
〈해파리 눈〉은 최근 아버지를 여읜 외로운 소년 마사시(Masashi)가 어느 비밀스러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작은 마을에 이사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공상과학 판타지 영화다. 이 곳에서 마사시는 희귀한 생물체를 만나게 되는데, 그 모습이 해파리 같다고 하여 ‘쿠라게-보(해파리 소년, Kurage-bo)라고 이름 붙이고 친구가 되어 남들 눈을 피해 책가방에 넣어 다닌다. 그런데 곧 알게 되는 놀라운 사실은 새로 전학 간 학교의 모든 학생이 이런 이상한 생물체를 하나씩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렌드(F.R.I.E.N.D.)’라고 불리는 이 존재들은 ‘디바이스(Device)’라는 휴대폰 비슷한 개인용 기계를 통해 아이들에 의해 조종된다. 마사시의 등장으로 ‘프렌드’의 존재와 연구소와의 관계가 점점 밝혀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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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다카시 〈해파리 눈〉(스틸컷) HD영상, 컬러 100분 2013
무라카미는 이 영화의 오리지널 스토리 제작과 캐릭터 디자인도 맡았다. 주인공의 ‘프렌드’인 쿠라게-보뿐만 아니라, 여주인공의 정의로운 ‘프렌드’인 회색 털로 덮인 거대한 ‘룩소(Luxor)’, 돌연변이 개구리 같이 생긴 악당 ‘유피(Yupi)’, 강철 박스로 된 머리를 가진 ‘쉬몬(Shimon)’, 까불까불 원숭이를 닮은 ‘유키(Ukki)’ 등이 앞으로 무라카미가 ‘미는’ 캐릭터들이 될 전망이다. 쿠라게-보와 룩소는 이미 패션잡지 화보를 통해 화려하 소개되었다. 미스터도브(Mr. DOB)나 미스코코(Miss Ko2) 등 그의 이전 캐릭터글과는 달리, 여러 동물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이 이번 캐릭터들의 특징이자 공통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극장 밖에는 간이 상품점이 마련되어, 이 캐릭터들이 그려진 티셔츠, 인형, 열쇠고리 등 관련 상품을 판매했다. 이 상품들은 모두 무라카미가 운영하는 회사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에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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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다카시 〈해파리 눈〉(스틸컷) HD영상, 컬러 100분 2013
필자가 가장 기대했고 관심있게 봤던 ‘캐릭터’는 뭐니뭐니해도 무라카미였다. 그는 영화 시작 약 15분 전, 쿠라게-보와 룩소 인형들(인형옷을 입고 탈을 쓴 퍼포머들)과 함께 상영장 밖에 등장해 관객들과 포토타임도 갖고 사인도 해주었다. 쿠라게-보 인형이 달린 모자를 쓰고, 사진 찍힐 때마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반복하는 그는, 이 날 완벽한 엔터테이너였다. 그리고 영화 상영 후 질의응답 시간 중 “어떻게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이 날 잊어도 괜찮다. 난 지금 [충분히]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와 시카고현대미술관의 수석큐레이터 마이클 달링(Michael Darling)과의 대담 시간은 관객 입장에서 시간적, 내용적으로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다. 〈해파리 눈〉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의 환경, 종교 등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고도 볼 수 있고 또 작가 역시 <크리에이터스 프로젝트(Creators Project)>와 같은 매체에서 이를 언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달링이 구체적인 설명을 유도했을 때 작가는 명쾌한 답변이나 작품 설명/해석을 꺼렸다. 자신의 예술작품의 ‘의미 없음(meaninglessness)’에 대한 언급도 곁들였다. 달링(Michael Darling)과의 대담 중 “이런 말이지?”, “아, 뭐,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라는 식으로 뭉뚱그려 넘어가는 부분도 꽤 있었다. 어쨌든 작가의 이런 태도는 이 작품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석할 여지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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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다카시 〈해파리 눈〉 스크리닝 행사 장면 2014. 5. 25 MCA Photo by Abraham Ritchie © MCA Chicago
무라카미는 이미 이 영화의 후속편을 만들고 있다. 회화나 조각 작업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다양한(혹은 무한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영화 시리즈가 상당히 ‘장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기 많은 일본 망가나 아니메 시리즈처럼 말이다. 무라카미의 인기와 작업/사업 스케일 또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무라카미 랜드’에 두 시간 넘게 앉아 있다가 현실로 돌아와서 드는 생각은, 이러다가 언젠가 그는 디즈니 랜드를 넘어서는 최고의 테마파크를 만들지도 모르겠다.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 1962년 일본 도쿄 출생. 도쿄예술대학 일본화과 학사(1986) 및 동 대학원 미술학 박사(1993) 졸업. 1996년 회사 ‘히로폰 팩토리’ 설립(2001년부터 ‘카이카이 키키’로 변경). 2001년 그가 기획한 그룹전 〈수퍼플랫〉이 LA현대미술관에서 크게 주목 받은 후, 다음 해 2002년 럭셔리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과 협업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LA현대미술관(2007), 브루클린미술관(2008), 프랑크푸르트현대미술관(2008),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2009)에서 회고전. 이 외에도 도쿄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플라토, 카타르박물관기구(Qatar Museum Authority), 베르사유궁전(Palace of Versailles), 카르티에현대미술재단(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서펜타인갤러리(Serpentine Gallery) 등에서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