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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허쉬혼展

2014/06/08

FLAMME ÉTERNELLE
2014. 4. 24~6. 23 팔레드도쿄(Palais de Tokyo)(http://www.palaisdetokyo.com/en/exhibition/flamme-etern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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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허쉬혼(ThomasHirschhorn)〈영원한불꽃(Flammeéternelle)〉2014©Adagp,ParisPhotobyAurélieCenno

스티로폼 가루를 잔뜩 뒤집어 쓴 어린아이와 박스 테이프를 몸에 두른 어른들이 전시공간에서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한 장소에서는 시인이 시를 낭독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젊은 철학자가 강연을 한다. 실험 음악을 하는 한 퍼포먼스 그룹의 작은 콘서트도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전시공간 중앙에는 맥주와 음식을 제공하는 바가 있고, 옆에는 비디오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다른 쪽에는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이어진다. 사람들의 손에는 이곳에서 갓 인쇄된 저널 《영원한 불꽃(Flamme éternelle)》이 들려있다. 이 저널은 52일의 전시기간 동안 매일 생산되며 관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이 공간에는 눈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이 없다. 그 대신 사람들은 행동하고, 무엇인가를 생산하며, 움직이고, 대화를 나눈다.

이 거대한 작품을 제작한 장본인은 토마스 허쉬혼(Thomas Hirschhorn)이다. 그는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많은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해왔다. 이번 전시 〈영원한 불꽃〉은 〈푸코 24시(24H Foucault)〉전 이후 팔레드도쿄(Palais de Tokyo)에서 10년 만에 새로운 작품을 공개하는 자리이다. 팔레드도쿄는 우리가 사는 ’현재’의 물질적 상황, 도덕, 정치 등을 작가, 시인, 철학가의 시선을 통해 증언하는 4부작의 거대한 전시 프로젝트 〈하늘의 상태(L’État du ciel)〉를 기획했으며, 〈영원한 불꽃〉은 두 번째 파트에 속한다. 토마스 허쉬혼은 회고전에 초대됐으나 이를 거부했다. 그 대신 이번 전시를 위해 ‘현재, 그리고 생산’이라는 주제를 설정했고, 현재의 활발한 기록을 목적으로 이 전시 공간을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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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허쉬혼(ThomasHirschhorn)〈영원한불꽃(Flammeéternelle)〉2014©Adagp,ParisPhotobyAurélieCenno

관객들은 마이크 앞에서 철학 책을 낭독하는 또 다른 관객의 행동을 지켜보거나 젊은 철학자의 강연을 듣는 행위, 공간에 설치된 컴퓨터를 이용해서 자신의 메시지를 직접 생산하는 행위 등을 통해 이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 나아가 주체적으로 워크숍, 낭독회, 콘서트 등을 조직해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시 기간 동안 벌어지는 이런 크고 작은 행동들이 바로 공적 공간에서 생산되는 현재의 예술과 지식이다. 이번 전시 〈영원한 불꽃〉은 이렇게 모든 이의 행동과 발언을 수용하는 동시에 작가 자신의 잠정적 아틀리에로서 작용하는 복합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현재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전시 기간 내내 이곳에 상주하며 관객을 만난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행동으로 현재의 예술을 실현하는 이번 전시는 실재하는 작품과 행동하는 예술가 사이에서 통상적으로 존재해 왔던 대립에 의심스러운 시선을 던진다. 그럼으로써 ‘예술’과 ‘현재’의 개념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반면 이런 난센스적인 제스처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비평도 제기된다. 전시 공간 안에 상황과 행동은 존재하지만, 예술 작품은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작가의 언어로 답해본다면 “‘예술은 매혹적인 순간을 만들고 진정성의 놀라움을 창조하는 것’이니 매혹적인 순간에서 나오는 감탄과 진정성의 놀라움에서 나오는 무수한 질문, 비판들이 결국 이 전시가 생산하는 예술 작품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안에 존재하고, 깨어있으며 유지되는 사유, 예술, 철학, 시의 불꽃은 공적 공간 안에서 무수한 비평을 쏟아내며 이어질 것이다.

전시공간에서 작가를 만나 인터뷰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행위가 일어나는 곳에는 항상 그가 있었고, 누구와 어떤 대화라도 흔쾌히 응했기 때문이다. 전시가 시작된 후 하루도 쉬지 않고 공간에 머물렀다는 작가의 첫인상은 조금 피곤한 듯 보였지만, 대화가 시작되자 작가는 다시 생기를 찾고 인터뷰에 집중했다. 작가에게 있어 현재의 ‘만남’과 ‘대화’는 그만큼 흥미롭고 중요한 것인 듯 했다.

다음은 전시 공간에서 작가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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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허쉬혼(ThomasHirschhorn)©Adagp,ParisPhotobyAurélieCenno

현소영(이하 Art) 이 전시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
토마스 허쉬혼(이하 TH) 2011년에 팔레드도쿄 관장 장 드 르와지(Jean de Loisy)가 기획 중이던 〈하늘의 상태〉라는 대규모 그룹 전시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고, 이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현재의 환영과도 같은 것들을 한 공간에 대량으로 집적하는 것에 관한 아이디어와 관객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이 전시를 무료로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에게 제안했다. 그는 이에 동의했고, 그 이후에 전시를 좀 더 구체적으로 구상할 수 있었다.
이 전시는 파리에 사는 시인, 철학자, 작가들과 내가 지속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곳, 파리의 현재에 관한 것이다. 나는 파리의 현재를 기록하고 싶었다. 철학자, 작가, 문학가, 시인들과 나의 꺼지지 않는 불꽃과도 같은 교류, 관계를 위한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현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언제나 내가 현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Art 전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혹은 단체로 다양한 활동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철학자, 시인, 예술가들에게 이 전시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나?
TH 이 전시는 현재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매일 시인, 철학자, 작가, 예술가들이 강연하고 무엇인가를 생산한다. 나는 대략 200명의 철학자, 시인, 작가, 예술가들에게 이곳에 와서 글을 쓰고 발표를 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현재의 불꽃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활동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행위가 어떤 것이든 계획 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 

Art 전시 공간 안에 있는 많은 관객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천진난만하게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공간 자체를 즐기는 관객의 행동과 태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TH 이 공간은 ‘구성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구성하는’ 공간이다. 즉, 이상적으로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유연하고, 단순하며 단지 순간을 위해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존재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북돋는다. 이것이 전부이다.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전시는 관객 자신의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다. 〈영원한 불꽃〉은 우연한 만남의 공간이자 대화와 대면의 공간, 존재와 휴식의 공간, 시간을 보내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전시는 참여나 대화를 강조하는 전시가 아니다. 절대 멈추지 않는 능동적인 성찰과 사유의 행동이 바로 이 전시 공간을 채우는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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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허쉬혼(ThomasHirschhorn)〈영원한불꽃(Flammeéternelle)〉2014©Adagp,ParisPhotobyAurélieCenno

Art 공간과 재료에 관해서 더 이야기해보자.
TH 공간 구성에 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내가 이 안에 있게 될까?’ 에서 출발한다. 공간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 혹은 저항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존재하는 공간과 함께한다는 것은 곧 내가 이것에 구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 도서관, 워크숍 룸, 비디오테크, 신문 제작 공간, 바 등이 서로 다른 형태로 구성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전시 공간은 현재의 불꽃이 계속 타오를 수 있도록 생각과 사유를 생산하는 공간이다.
구성의 단계에서 거대한 하나의 공간을 완전히 나누지 않으면서도 정확한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매체를 찾는 것이 중요했는데 폐타이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는 환경적인 문제와도 관련해서 타이어라는 매체에 관심이 많지만, 이 전시에서는 움직임, 집적, 보편성의 측면에서 폐타이어를 공간 구성에 사용했다.

Art 이 전시에서 관객은 어떤 ’예술의 경험’을 할 수 있는가?
TH 이 전시에서 예술의 경험이란 도래하는 어떤 것, 생각하는 것, 기여하는 것에 대한 경험이다. 이런 것들은 예술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예술이 모종의 완벽한 방법이라는 것 아니다. 이 공간에서 경험하는 예술은 우리가 박물관에 가서 옛 그림과 조각을 관람하며 얻는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일반적인 박물관과 다른 점이라면, 이 전시는 단지 눈으로 보는 경험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나리자 그림을 보고 그 예술적 감흥을 경험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 전시는 눈으로 볼 수 없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 전시는 참여형 전시라고 부를 수 없다. 커뮤니티 아트, 교육적인 아트가 아니다. 활동으로 형성되고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퍼포먼스를 하고 직접 관객에게 무엇인가를 생산하며 이런 행위를 통해 공간에 실재한다. 그들은 꺼지지 않는 불꽃을 위해 우리와 무언가를 나눈다. 예술은 세계를 인정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이 순간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나는 결코 ‘참여적 예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의 경험’이라는 용어가 맞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곳에서의 ‘예술의 경험’도 곧 ‘현재의 경험’이다. 

Art 전시를 시작하고 벌써 15일이 지났다. 소감이 어떤가?
TH 15일 동안 빠짐없이 전시장에 있었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어떤 날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고요하다. 긍정적인 것은 사람들이 점점 많이 이곳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두 번, 세 번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에게 매 순간은 매우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그러므로 극적인 순간 또한 없다. 모든 순간이 이곳으로 통한다. 불꽃이 살아있는 소중한 순간으로 말이다. 상황들은 변화하지만, 불꽃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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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허쉬혼(ThomasHirschhorn)〈영원한불꽃(Flammeéternelle)〉2014©Adagp,ParisPhotobyAurélieCenno

토마스 허쉬혼(Thomas Hirschhorn) 1957년 스위스 베른 출생. 주로 타이어, 판지, 테이프, 알루미늄 포일 등 일상생활에서 발견하기 쉬운 재료들을 대량으로 콜라주 하는 작업을 이어 왔으며, 현대사회에서 드러나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작업으로 알려졌다. 초반에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공산주의 디자이너 그룹 ‘그라푸스(Grapus)’에 소속되어 활동했다. 1980년대 중반 순수미술가로 전향한 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1997), 도큐멘타 11(2003)에 참여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2011베니스비엔날레 스위스 국가관의 대표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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