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아시안 컨템포러리 아트 위크
아시아 현대미술, 뉴욕을 뒤흔들다
제9회 아시안 컨템포러리 아트 위크 10. 22~11. 3 아시아소사이어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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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필드 미팅〉 현장. 왼쪽부터 뉴욕시 문화정책 커미셔너 톰 핀켈펄, 벨기에 작가 알렉시스 데스툽, 타이완 작가 유청타, 레바논 작가 라미아 요레이, 인도네시아 작가 헤리 도노
매년 혹은 격년으로 열리는 아시안 컨템포러리 아트 위크(Asian Contemporary Art Week, 이하 ACAW)는 아시아 미술 관련 인사 및 기관을 뉴욕에 알리는 동시에 뉴욕의 아시아 미술 지원 기관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자 마련됐다. 현지 기관 중 구겐하임미술관, 아시아소사이어티, 퀸즈미술관, 《아트넷》 등이 이벤트 및 전시를 함께 열며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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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폴릿-쉬어 폼 오피스(PSFO) 회고전 2014 퀸즈미술관 오프닝 리셉션 장면 Photo by Matt Carasella
ACAW의 메인 프로그램 〈필드 미팅(Field Meeting)〉은 10월 26, 27일 양일간 열린 릴레이 형식의 컨퍼런스다. 10시 반부터 19시까지 장시간 동안 35명의 발표자가 각 15분간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으며, 발표 중간에 4명의 발표자 작업의 공통점을 소주제로 삼아 토론하는 시간도 주어졌다. ACAW 총감독을 맡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독립 큐레이터 리자 아마디는 이 컨퍼런스를 ‘뉴욕에서 열리는 아시아 미술 오픈 스튜디오’라고 소개함으로써 기존의 학술 행사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가장 주목할 발표는 톰 핀켈펄의 오프닝 키노트. 그는 과거 아시아계, 남미계 이민자가 집중된 뉴욕 퀸즈 지역의 미술관 관장 재직 당시 이들을 중심 관객으로 설정한 문화 행사를 지원했고, 현재 뉴욕시 문화부 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시장 빌 드 블라시오와 ‘시 정부 신분증(Municipal ID)’을 2015년부터 발행한다. 이 새로운 신분증 발행과 함께 불법 이민자에게도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신청의 문턱을 낮출 계획을 추진 중이서 현재 뉴욕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다만 이 카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뉴욕의 아시아 미술기관이 없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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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트 조쉬 〈Three Simple Steps〉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2~2013_인도의 2012코치-무지리스비엔날레 출품작. 제2회 비엔날레 감독을 맡은 인도 작가 지티쉬 칼랏이 〈필드 미팅〉에서 12월에 열릴 올해 행사를 소개했다.
토론회 〈아시아의 미술 출판(Art Publishing in Asia)〉은 ‘지역화와 글로벌화, 범세계적 출판물 운영, 그리고 지식 생산으로서의 출판 vs. 퍼포먼스로서의 출판 등의 도전’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뉴욕 시청 근처 《아트넷》 본사 주관으로, 중영문 미술 전문지 《리프》의 편집장 로빈 페컴이 진행을 맡고, 《아트포럼(Artforum)》 기자 로렌 오닐-버틀러, 독립출판사 ‘배드랜즈 언리미티드(Badlands Unlimited)’의 이안 청, 큐레이터 그룹 ‘디스패치(Dispatch)’의 호위 첸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안 청과 호위 첸은 아시아계 미국인 미술가와 기획자로서 국제 미술시장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했다. 《리프》 《아트포럼》 《아트넷》 세 잡지사는 중국인 기자 영입을 통한 지역화 시도와 국제 시류에 맞는 잡지 마케팅 방법 등에 관한 소재에 집중했다. 객석 질문은 중국계 미술인들에 의해 이끌어졌고, 뉴욕 미술 출판인들이 중국 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에 관한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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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릿-쉬어 폼 오피스(PSFO) 〈Do the Same Good Deed〉 퍼포먼스 2014 뉴욕 타임스퀘어
이번 ACAW는 중국 미술에 크게 할애됐는데, 특히 중국 작가의 참여 비중이 대폭 상승했다. 부 큐레이터 신 왕은 “특별히 중국 작가와 시장에 집중하기보다 흥미로운 아시아 작가를 뉴욕에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으나, 자신이 중국인인 점, 그가 초청한 작가 루 왕을 부각시킨 점, 마지막 프로그램이 중국 작가 그룹 ‘폴릿-쉬어 폼 오피스(Polit-Sheer Form Office)’의 퍼포먼스 〈Do the Same Good Deed〉인 점 등을 보면, 이런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는 〈아시아의 미술 출판〉 토론회에서 더 명확해진다. 주제는 흥미로웠으나 논의 자체는 각 출판사가 중국 미술 출판 시장에서 겪은 경험과 현재 중국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제10회에는 더 다양한 아시아 미술을 접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