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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쿤스展

2014/12/07

중국 시장을 노린 헐크? 제프 쿤스의 첫 개인전
제프 쿤스展 11. 6~12. 20 가고시안갤러리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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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오프닝VIP리셉션당일제프쿤스와중국컬렉터이첸의베티류,아내웨이

제프 쿤스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홍콩 가고시안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는 2004년부터 작업해 온 <헐크 엘비스> 연작을 중심으로 조각 7점, 회화 2점을 선보였다. 홍콩에서 금융과 쇼핑의 중심지인 센트럴 지역 내 가장 번화한 페더스트리트에 있는 럭셔리한 고층 빌딩에 착륙한 ‘헐크 군단’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 갤러리를 찾는 관객을 처음 맞는 작품은, 녹색 보라색 은색의 구 10개가 삼각형으로 쌓여 있는 <포탄(헐크)>. 그 뒤에는 마블코믹스에서 막 튀어 나온 듯한 초록색 헐크 모양의 대형 풍선 조각이 모여 있다. 자세히 보면 한 헐크의 어깨에는 커다란 암석이 얹혀 있다. 바위를 얹은 풍선, 가능한 얘긴가? 사실 <헐크 엘비스> 연작의 조각은 풍선이 아니라 청동을 기계로 깎아 만든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 봐도, 청동인지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기술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험상궂은 표정에 괴력을 과시하는 포즈로 선 다른 헐크는 어린이용 물놀이 튜브에 등장할 법한 개구리 오리 거북이 따위의 캐릭터를 어깨에 태우고 있다. 언뜻 거대한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작가가 8년 동안 공들여 제작한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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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쿤스〈Hulk(Organ)〉(Editionof3plus1AP)채색된청동,혼합재료252.7×127.6×80.3cm2004~2014JeffKoons

헐크의 ‘반전 매력’에 홍콩 미술계도 푹 빠진 것 같다. 오프닝에는 매그너스 렌프루, 정도련과 같은 미술계 인사부터 중화권의 유명 인사까지 총 200여 명이 찾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런 열기에 제프 쿤스는 깜짝 퍼포먼스로 화답했다. 그가 <헐크(오르간)>의 건반을 직접 누르며 ‘연주’ 시범을 보인 것. 파이프오르간에서 나오는 온몸을 관통하는 듯한 엄청난 소리에 전시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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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쿤스〈Hulk(Wheelbarrow)〉(Editionof3plus1AP)채색된청동,나무,구리,생화172.9×122.9×207.3cm2004~2013JeffKoons

그런데 쿤스는 왜 아시아 첫 개인전 무대의 주인공으로 헐크를 선택한 걸까? 영화 <헐크>를 만든 이안 감독이 중국 출신이기 때문일까? 그동안 쿤스는 <헐크 엘비스>가 “서양과 동양 문화를 동시에 상징하는 캐릭터”이자 “아시아의 수호신”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작가의 말에 조금 삐딱하게 접근하는 현지 목소리도 들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피오누알라 맥휴는 중국 미술이 떠오르기 시작한 2004년에 쿤스가 이 연작을 기획한 점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의 미술시장을 노리고 작업을 착안한 게 아니냐는 것. 새삼스레 헐크의 뒷면에 붙은 풍선 꼭지마다 새겨진 (MADE IN) ‘CHINA’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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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쿤스〈Couple(Dots)Landscape〉캔버스에유채274.3×371.2cm2009JeffKoons

이번 전시 역시 쿤스의 작품에 내재된 서로 상충하는 요소의 시너지 효과가 두드러졌다. 겉보기에는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풍선이 실제로는 800kg에 달하는 쇳덩어리며, <헐크(멍에)>의 양 어깨에 걸린 화분 속 꽃은 조악한 가짜라고 단정하기 쉽지만 진짜 꽃이다. <헐크(오르간)>에 마치 장난감처럼 붙어 있는 키보드, 파이프, 페달은 실제 악기로 기능한다. 두 점의 회화 <풍경(폭포) II>과 <커플(도트) 풍경>도 마찬가지다. 도트 무늬로 가득한 화폭에 숨겨진 은색 선은 여성의 성기 모양을 담아 냈다. 남성성을 극대화한 헐크 옆에 여성의 상징을 함께 배치하여 음양의 조화를 꾀한 듯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제프 쿤스의 작품이 그저 농담거리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작품을 보고 나면 그 시각적 화려함과 정교함에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시시한 것을 최고급 ‘명품’으로 탈바꿈시켜 관객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 실제 작가의 작품 프로모션도 뉴욕 매디슨가, LA 베버리힐즈, 런던 데이비즈스트리트, 서울 중구 명동의 신세계백화점까지 세계 각지 쇼핑의 명가에서 자주 이뤄졌다. 그는 과연 <헐크 엘비스>를 통해 아시아 마켓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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