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전국적 인사 이동
전국적 인사 이동, 미술계에 새 기운을 불어 넣다
전북, 대전, 광주, 제주 등 지역 미술관 새 주인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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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전북도립미술관 관장 장석원 / 광주시립미술관 관장 조진호 / 제주도립미술관 관장 김연숙 /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관장 변종필 / 대전시립미술관 관장 이상봉
최근 몇 개월 사이에 각 지역의 주요 미술기관 수장이 잇따라 교체됐다. 지난 8월 전북도립미술관장으로 전남대 장석원 교수가 선임됐다. 전북 김제 출신으로 전주고와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1970년대 말부터 미술평론가로 이름을 알렸다. 2000년 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실장을 거쳐 2004년 예술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역 미술관의 관장이 주로 작가 출신 중에서 임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선택이다. 평론과 기획 분야를 두루 섭렵한 베테랑 미술인으로서 아시아현대미술 전시와 레지던시를 통한 지역 작가 육성, 도내 현대미술사 정립 등을 제시한 그의 운영 방안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내년 9월에는 5억 원의 예산으로 국내외 작가 60여 명과 큐레이터를 초청해 전시, 학술대회 등도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평론가 출신으로 관장을 맡은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문을 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의 초대 관장은 평론가 변종필이다. 변관장은 광주 출생으로 경희대 미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사학과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술평론가로 활약하면서 ANCI연구소 부소장, 미술과비평 평론위원, 한국박물관협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장욱진(1917~90) 화백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미술관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색다르게 조망한 <장욱진> <장욱진의 그림편지-선물>전 등을 선보이며 관객을 맞았다.
9월에는 대전시립미술관장에 이상봉이 내정됐다. 그는 충남 부여 출신으로 중앙대 및 동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독일 베를린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공부했으며, 공간조형연구소 및 황진문화연구소 대표, ㈔한국미술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관장은 2007종촌공공미술프로젝트, 2007아트인시티 대동공공미술프로젝트, 보령탄광마을 공공미술프로젝트 등의 기획에 참여해 공공미술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미술관과 일반 시민의 소통에 역점을 둔 프로젝트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10월에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파행으로 공석이 된 광주시립미술관장 자리에 화가 조전호가 선임됐다. 광주는 조관장 선임을 끝으로 시립미술관과 비엔날레재단(정동채), 문화재단(서영진) 등 3대 문화기관장 인선을 모두 마무리했다. 전남 광양 출신인 그는 조선대 사범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1980년대부터 민중미술 화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주로 남도의 서민을 주제로 작업해 왔으며, 광주민예총과 광미공 회장, 광주전남수채화협회장, 광주미술상운영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조관장은 지역 작가의 창작 지원에 힘을 보태고, 미술문화 연구를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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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전경_이 미술관은 지난 10월 17일 영국 BBC 방송 주관 ‘새로 문을 연 세계 8대 박물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부부 건축가 최성희와 벨기에 출신 로랑 페레이라 고려대 교수가 공동 설계했다.
제주도 내 21개 문화예술 관련 기관 중 문화예술재단과 함께 유일하게 개방형 직위로 관장을 선임하는 제주도립미술관의 새 관장에는 김연숙이 임명됐다. 흥미롭게도 전임 관장인 김현숙과 자매 지간이다. 제주 출신인 그는 제주대 미술교육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작가 활동과 동시에 제주문화포럼 원장, 제주관광대학 겸임교수 등으로 제주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 남초등학교 등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도 참가했다. 김관장은 미술관의 수장고 포화 상태, 대중 접근성,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며 미술관이 ‘제주의 문화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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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_지난 11월 13일 개관 1주년을 맞았다.
한편 지난 10월 국립현대미술관장 정형민이 학예사 채용 과정에 개입했다는 감사 결과에 따라 해임됐다. 현재 관장 업무는 미술관 기획운영단장 윤남순이 대행하고 있다. 서울관의 개관 1주년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관장의 공석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새로 임명된 지역 미술관 관장을 두고도 해당 지역의 미술계를 중심으로 ‘코드 인사’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대부분의 관장 임명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후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관장 교체 때마다 꼬리표처럼 등장하는 이런 문제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유일한 해답은 신임 관장이 한 기관의 대표로서 그에 적합한 비전을 제시하고 적합한 절차에 따라 실천하는 일일 터. 또한 예산, 시민 접근성, 프로그램, 지역 미술계와의 소통 등 미술 기관의 산적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구체적으로 실천 가능한 전략 지도를 짜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각 지역의 새 관장이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국 미술계에 어떤 새 바람, 새 기운을 몰고 올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