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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샤를리엡도》테러에서‘김알렉스의식당’까지

2015/02/10

다문화 한국, ‘우리’는 누구인가?
파리 《샤를리 엡도》 테러에서 ‘김알렉스의 식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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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풍자주간지《샤를리엡도》가2011년11월이슬람교창시자무함마드를부정적으로묘사해화염병테러를당한직후발간한잡지표지.“사랑은혐오보다강하다”라는문구가적혀있다.

지난 1월 7일 프랑스 만평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편집국에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 편집장 만평가 경찰 등 12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프랑스 국적의 이주자로 밝혀진 범인들은 이슬람교를 신랄하게 풍자해 온 《샤를리 엡도》지에 분노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주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 땅에서도 온전한 ‘관용’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0월 독일에서는 “서양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인 유럽인”이라는 뜻을 가진 PEGIDA가 결성, 현재 전국적 규모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2011년에는 정부의 친이민 정책에 불만을 품은 노르웨이인 안드레스 브레이빅이 폭탄 테러와 총기 난사로 77명을 살해한 일도 있었다. 그는 한국을 “순혈주의 모범국가”라며 찬양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국내 체류 외국인은 38만여 명에 그쳤으나, 2013년에는 150만여 명을 넘어섰다. 한국에 사는 100명 중 3명은 외국인인 셈. 같은 기간 문화예술계에서 이들을 다룬 콘텐츠도 월등히 늘어났다. 장백지가 중국인 이주노동자로 분한 영화 <파이란>(2001), “사장님 나빠요”를 2004년의 유행어로 만든 개그맨 ‘블랑카’는 초창기 케이스다. 요즘은 국내 거주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방송 프로그램이 대폭 늘었다. 2000년대 초부터 미술에서도 이주자를 다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작가그룹 믹스라이스의 이주노동자 인권 만화 작업이 대표적이다. 2007년 개관한 안산의 커뮤니티스페이스리트머스도 지역 내 외국인과 함께 예술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주자가 직접 만든 작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3년 수단 출신 난민신청자 라티프 아하메드의 테이크아웃드로잉 개인전은 이주자가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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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라이스〈한국에서길을잃다〉2002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프리카 나우>전(2014. 12. 19~2. 15)은 바로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한국 최초 아프리카 미술 기획전의 주인공이 된 참여작가 대부분은, 고향이 아닌 영미권 등에서 활동하고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이주자들이기 때문이다. 1월 23일 열린 전시 연계 콜로키움에서는 국내 이주자의 문화생산 활동을 다룬 흥미로운 사례가 다수 제시됐다. 김소영 한예종 교수는 자신의 다큐멘터리 <김알렉스의 식당>에서 우즈베키스탄 거주 고려인 3세 나타샤가 안산에 체류하며 결성한 ‘너머 밴드’를 소개했다. 이주자의 네트워크가 일반 한국인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글로벌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김현미 연세대 교수도 이주자가 만든 다큐, 뮤직비디오, 영화 등을 선보이며, 대중매체가 형성해 온 정형화된 ‘다문화 이미지’와 실제 이주자 간의 괴리를 밝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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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에있는삼바스쿨에스꼴라알레그리아에서공연중인아프리카예술밴드‘쿨레칸’의공연장면

글로벌 시대, 한국 고유의 정체성이 훼손된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을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 이미 한국의 정체성은 급격히 다변화됐으며, 단일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 개념도 재구성되고 있다. 벤자민 R. 바버는 《뜨는 도시, 지는 국가》에서 서울에 대해 “도시 가운데에서도 국제도시”라며 상호의존적 세상에서 결코 “고립되어 홀로 존재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성하는 ‘우리’ 역시 균질화된 하나가 아니다. 글로벌을 외치면서도 ‘우리’ 안의 또 다른 ‘우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글로벌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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