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릴리언트 메모리즈展

2015 / 03 / 05

내가 탔던 자동차가 미술관에?
브릴리언트 메모리즈展 1. 28~2. 17 DDP 알림터

김종구 〈참외 트럭의 풍경〉 1990년 포터, 외관, CCTV, 쇳가루 270×1000×1000cm 2015 Photo by 권순관

추억이 담긴 자동차가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다! 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터에서 열린 <브릴리언트 메모리즈>전 이야기다. 현대자동차가 주관한 이번 전시는 고객이 응모한 사연 18,000여 건 중 14건을 채택, 이들이 실제로 타던 차를 재료 삼아 작가 14명이 만든 총 24점의 작품을 메인 전시 ‘메모리즈’ 섹션에 전시했다. 참여 작가는 이용백 김종구 박선기 김병호 김진우 한진수 신유라 양민하 박진우 이광호 양수인 에브리웨어 아티스트칸 우주+림희영.

아티스트칸 〈Mr.Taxi〉 2004년 그랜저 XG, 혼합재료 120×138×130cm 2014

자동차라는 소재를 활용했기 때문인지, 출품작들은 거대한 전시 공간을 가득 메울 정도로 스케일이 대단했다. 차 문을 떼어 재조립해 커다란 나비가 날갯짓 하는 모습을 연출하는가 하면(한진수 <Flying>), 자동차의 모든 부품을 꺼내 하얗게 채색한 후 좌대 위에 쌓아 거대한 기념비를 만들기도 했다(이용백 <포터를 위한 기념비>). 광고 영상을 통해 먼저 알려졌던 에브리웨어의 <메모리얼 드라이브>는 연극배우인 남편이 연애 시절부터 지금까지 탄 차의 부품과 가족 사진을 넣어서 디오라마를 만든 작품. 남편이 공연 중 부인을 불러내 디오라마를 보여 주며 ‘두 번째 프로포즈’를 하는 내용이다. 전시장에서 관객이 직접 디오라마를 조종해 볼 수 있어 호응을 얻었다. 김종구는 <참외 트럭의 풍경>에서 사연 속 아버지의 자부심이었던 트럭의 일부분을 갈아 만든 쇳가루로 아들의 효심을 담은 내용의 서예를 제작했다. 기자 간담회에서 ‘쇳가루 산수화’를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10여 년간 탄 내 차를 떠올렸다”며 “수명이 다한 차의 부속품을 창의적으로 연결해 소생시킬 수 있는 건 예술가 뿐”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모먼츠’ ‘드림즈’라는 하위 섹션도 마련했다. 사진작가 김용호 서대호 아놀드박 오중석이 찍은 자동차와 고객이 함께 한 사진 47점과, 대학생 공모전 수상자 5팀의 결과물을 각각 전시했다.

신유라 <숨겨진 기억들> 자동차 부품, 플라스틱, 투명수지, 우레탄 도장, 알루미늄, 비즈, 철사, LED조명 230×230×500cm 2015 Photo by 권순관

전시는 각 사연에 맞는 작품을 2개씩 제작해 1개는 고객, 1개는 현대차에게 돌아가는 형식이었다. 작가에게는 아티스트피를 지급했다. 현대차 브랜드전략실 이사 김인수는 “모터쇼에 버금가는 예산이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트디렉터 이대형은 고객을 창의적으로 ‘케어’해 주는 ‘서비스적 디자인’의 모토가 이번 전시에도 녹아들었다고 강조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이번 전시의 진정한 미덕은 고객의 기억 속 사연을 갖고 만들어진 작품에서 내 기억까지도 발견하며 공감하고 추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릴리언트 메모리즈展 •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