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의 메세나, 올봄 미술계를 꽃피우다
에르메스의 메세나, 올봄 미술계를 꽃피우다
제15회 미술상 장민승 수상, 쇼윈도 프로젝트에 잭슨 홍과 길종상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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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자 장민승
2월 13일 오후 6시 40분, ‘2014 에르메스재단미술상’(이하 미술상) 시상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40분이나 늦어지는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거렸다. 마침내 심사위원들이 등장했다. 후보 작가 슬기와 민, 여다함, 장민승 중 제15회 미술상의 주인공은 장민승.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2천만 원이 수여됐다. 미술상은 다른 수상제도와 달리 시상식 당일 최종 심사를 진행한다. 투표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열띤 토론 방식을 고수해 수상자 발표가 더욱 늦어졌다고. 심사위원단 5인은 작가 공성훈, 홍승혜 등 국내 미술인 2인과 보르도 CAPC현대미술관 수석큐레이터 알렉시 바이앙, 2015샤르자비엔날레 큐레이터 주은지, 타이베이시립미술관 시니어큐레이터 팡-웨이 창 등 해외 미술인 3인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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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승 〈검은 나무여〉 수용성 종이에 텍스트 가변크기 2014
“어렸을 적부터 미니멀리즘에 심취했다”는 장민승은 세월호 사건의 상실감, 슬픔을 절제된 미학으로 표현한 설치, 사운드, 영상 작업 〈보이스리스(Voiceless)〉를 선보였다. 심사위원단은 “비극적인 주제를 감성적인 예술 언어로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훌륭했다”고 평했다. 작가는 오는 3월부터 1년여간 제주도에서, 이번 수상작과 같이 형식미를 극대화한 신작 〈Over There〉 촬영에 들어간다. 제주도의 ‘자연 현상’에 초점을 두고, 인물 없이 내러티브를 축약한 ‘퓨어 시네마’다. 또한 음악가 정재일과 공동 작업으로, 이탈리아 문학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기반으로 한 영상 작업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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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홍 〈스트리트 시어터(Street Theater)〉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5_메종에르메스도산파크 쇼윈도 전경
한편 미술상은 다음 16회부터 개편된다. 기존에는 매년 3명의 수상 후보 작가를 선정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전시하고 2차 심사에서 1명의 수상자를 선정했으나, 앞으로는 격년제로 후보 없이 1명의 수상자를 선정한 뒤 파리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거쳐 이듬해 아뜰리에에르메스에서 단독 개인전을 개최한다. 따라서 2000년 출범해 장영혜 김범 박이소 서도호 박찬경 구정아 임민욱 김성환 송상희 박윤영 양아치 김상돈 구동희 정은영 등의 수상자를 배출한 미술상의 차기 주인공 발표는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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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종상가 〈산책은 계속되어야 한다〉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5_호텔신라 쇼윈도 전경
에르메스는 미술상 외에도 2006년부터 1년에 네 차례 시즌별로 진행되는 ‘쇼윈도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미술가와 협업해 왔다. 플라잉시티, 배영환, 지니 서 등에 이어 지난봄부터 도산 매장 쇼윈도 연출을 담당해 온 잭슨 홍이 올봄 도산은 물론 롯데에비뉴엘월드타워 매장의 얼굴도 새 단장했다. 호텔신라 매장의 쇼윈도는 길종상가가 새롭게 맡았다. 작가들은 에르메스의 올해 테마 ‘플라뇌르 포에버(Flaneur Forever)’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했다. 잭슨 홍은 신인상주의 화가 쇠라의 작업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스트리트 시어터〉(도산)와 가로 10m에 달하는 〈걸리버의 산책〉(롯데)을, 길종상가는 컷 만화와 같은 〈산책은 계속되어야 한다〉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