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내 맘대로 그린 ‘2015년 세계 미술 지도’
안방에서 내 맘대로 그린 ‘2015년 세계 미술 지도’
3월 뉴욕 MoMA의 비요크 개인전, 5월 휘트니미술관 개관, 11월 제13회 족자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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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요크의 8번째 스튜디오 앨범 〈Biophilia〉 커버 2011_아이슬란드 출신의 뮤지션 비요크는 3월 8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Courtesy of Bjork.com
이번 호 특집 <2015 월드 아트 프리뷰>를 위해 작년 말부터 올 한 해 동안 열리는 크고 작은 전시들을 리서치했다. 해외의 주요 미술행사와 미술기관에 연락해 일정과 보도자료를 모아 다시 지역별, 행사별로 간략하게 정리해 둔 것만 A4용지로 10장도 넘는다. 하지만 특집의 큰 방향과 지면의 한계 상 ‘대물’ 행사들만 싣게 돼 좀 아쉽다. (작은 게 어때서!) 아쉬움을 접어 두고, 이 지면에는 오로지 나의 개인적 취향으로 올해 내가 가보고 싶은 해외 전시들을 꼽아봤다. 이왕 떠날 거라면 아직 못 가본 나라로!
비요크의 8번째 스튜디오 앨범 〈Biophilia〉에 실린 〈Moon〉 뮤직비디오 영상
유럽은 살짝 누벼봤지만, 미국은 못 가봤다. 뉴욕 MoMA에서 아이슬란드 뮤지션 비요크(Björk)의 대규모 회고전(3. 8~6. 7)(http://www.moma.org/visit/calendar/exhibitions/1501)이 열린다. 8개 정규 앨범을 모두 아우를 예정. 한물간 ‘아방함’이긴 하지만, 이번 전시는 고독한 툰드라의 한 맺힌 요정 같은 비요크의 총체적 예술을 미술관에 펼쳐 놓는다. 특히 이번 전시는 퀴어 잡지 《아웃(Out)》 선정 ‘최고의 게이 남편감 100’에도 뽑혔던 미술계의 왕언니 큐레이터 클라우스 비젠바흐(MoMA PS.1 디렉터)와의 합작품이어서, 그 ‘음기 대결’이 큰 볼거리일 성 싶다. 허스키하면서 늘어지는 비요크의 독특한 음색은 클래식 현악기부터 최신 일렉트로닉 사운드까지 어우러져 더욱 괴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런데 미술관에서 뮤지션을 초청한 이유는 뭘까? 그동안 의상,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등에서 온몸으로 드러내는 그만의 ‘이미지 세계’는 시공을 초월한다. 가령 두 레즈비언 인공지능 로봇의 사랑을 다룬 〈All is Full of Love〉(https://www.youtube.com/watch?v=EjAoBKagWQA&list=RDEjAoBKagWQA), 끊어진 지층이 단층을 만드는 순간이 혀가 춤추는 프렌치 키스 장면으로 변하는 〈Mutual Core〉(https://www.youtube.com/watch?v=ZM80F_J-QHE) 등 얼토당토않을 것 같은 시나리오가 그의 뮤직비디오 안에서 새로운 세계로 창조된다. 도대체 그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마음 같아선 ‘밀착 인터뷰’를 해 물어보고 싶지만, 몇 년 전 비요크가 파김치가 돼 공항을 나오던 자신에게 접근한 리포터와 사진기자를 두들겨 패던 유튜브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pYyyqIZTvYY)을 보고 있자니, 덜컥 겁부터 난다. 참고로 지난 1월 한 인터뷰에서 결별의 아픔을 회상하며 비요크를 눈물짓게 한, 그의 전 애인 매튜 바니는 9월 LA MOCA에서 7년 간 제작한 영상 대작 〈River of Fundament〉를 발표(http://www.moca.org/museum/exhibitiondetail.php?id=504)한다. 아, 예술로 승화된 실연의 아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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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1일 재개관할 뉴욕 휘트니미술관 건축 현장 장면 2013 Courtesy of whitney.org. Photo by Nicolas Lemery Nantel
5월이면 많은 아트피플이 베니스로 향하겠지만, 나라면 뉴욕행 비행기를 타겠다. 비요크의 전시와 휘트니미술관의 재개관(http://whitney.org/About/NewBuilding)을 볼 절호의 타이밍이기 때문! 5월 1일 휘트니미술관이 허드슨 강가로 옮겨 새로운 모습으로 ‘힙스터 관객’을 맞는다. 뉴욕의 핫스팟 ‘하이 라인 파크’의 남쪽 출입구로, 주변에 부티크나 클럽이 모여 있는 동네다. 관장 아담 D. 웨인버그는 지난 해 11월 양현미술상 심사 차 방한했을 때도 미술관을 홍보하기에 바빴다. 과거 컬렉션을 보관하기도 버거울 정도로 좁아 전시 밖에 할 수 없었던 한을 풀고자, 새 건물은 2배 가까이 넓혔다.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미술관은 전시장뿐 아니라 교육센터, 연구소, 도서관, 영화관, 블랙박스, 레스토랑, 카페까지 풀 세팅됐다. 특히 웨인버그 관장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 옥상의 실외 갤러리와 테라스가 기대된다. 지금 휘트니미술관 웹사이트에 가 보면 그동안의 공사 진행 과정, 이번 재개관에 대한 기대감을 담은 건축가 큐레이터 작가 등과의 인터뷰를 찾아 볼 수 있다. 그렇다. 현실 속의 나는 한남동 사무실에서 11인치 맥북에어 모니터를 통해 영상만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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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 크리스티아완(Venzha Christiawan) 〈Immortal-The Mind Beyond Self〉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3 Courtesy of Biennale Jogja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11월 인도네시아에 가는 나를 또 상상해 본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 중에서 특별히 인도네시아를 가 보고 싶은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작년 광주비엔날레 오프닝 파티가 열린 자유나이트에서 내게 귀인을 소개시켜 줬던 알리아 스와스티카가 제13회 족자비엔날레(11. 1~12. 10)(http://www.biennalejogja.org/?lang=en) 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다. 왠지 친숙한 느낌이랄까. 그는 이미 2011년 제11회 큐레이터를 역임하면서 이 비엔날레의 틀을 다시 짜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적도 지역 국가들을 조명하는 ‘적도 시리즈’를 시작한 것. 인도를 첫 주빈국으로 시작해, 올해는 나이지리아와 만나 볼 예정이라고.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에서 각각 25인, 15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주제는 〈충돌 조장하기, 조화 망치기(Staging Conflict, Hacking Harmony)〉. 두 국가는 모두 피식민지, 독재 체제를 거쳐 민주주의에 도달했지만 새로 쟁취한 ‘자유’ 앞에 오히려 사회문화적 혼란을 겪고 있다. 전시는 이 혼란에서 싹트는 새로운 비전에 주목한다. 2015년 홀수 해는 내로라하는 서구의 비엔날레가 포진한 가운데 과연 인도네시아는 아트피플의 주목을 끌 수 있을까. “스와스티카 씨, 초청해 주면 한국 쪽 홍보는 제가 책임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