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경매를전시한다?젊은옥션의빛나는발상

2015/04/06

경매를 전시한다? 젊은 옥션의 빛나는 발상
서울옥션 및 K옥션 2015년 첫 경매 개최, 그리고 문래동 ‘경매 퍼포먼스’

https://cdn.sanity.io/images/m65sjp4q/production/3e99b93e1d5d5011b6ecc7c40fae2ec414a2efc0-500x308.jpg

서울옥션경매장면

3월 9일과 10일 서울옥션과 K옥션에서 올해 첫 경매가 잇따라 열렸다. 이 결과에 미술시장 전문가의 시선이 쏠렸다. 매년 첫 메이저 경매는 한 해 미술시장 분위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2015년 아트마켓의 밑그림을 그려 보고자 서울 곳곳에서 열린 봄 경매의 현장을 찾았다. 먼저 3월 9일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열린 <제135회 미술품 경매>. 출품한 164점 중 142점이 낙찰돼, 낙찰률이 87%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4년 12월의 <제134회 미술품 경매>의 낙찰률 70%에 비해 무려 16%나 상승한 수치다. 낙찰 총액은 60억여 원. 바로 다음날 신사동 K옥션에서 열린 <2015년 봄경매> 역시 뜨거운 열기를 이어 갔다. 출품작 총 178점 중 149점이 낙찰돼 낙찰률 84%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최고 낙찰률이자, 2014년의 74%에 비교하면 10% 상승한 것. 낙찰 총액은 56억 4천여만 원으로 비슷한 낙찰 수를 기록한 2013년 겨울 경매의 32억 8천여만 원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https://cdn.sanity.io/images/m65sjp4q/production/e9127fe549b4b0a76c85685244d27895fea598db-500x399.jpg

유영국〈산〉캔버스에유채72.7×90.9cm연도미상

서울옥션의 이번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가는 작고 작가 유영국이었다. 1966년작 <작품>이 4억 3천만 원에 낙찰됐다. 박수근의 <여인과 아이>도 2억 2천만 원, 이쾌대의 <여인 초상>은 1억 2천만 원, 장욱진의 <소와 사람>은 1억 1천만 원에 낙찰됐다. K옥션 경매 결과 역시 비슷했다.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군의 낙찰률이 86%를 기록했다. 천경자의 <꽃과 여인>이 2억 7천만 원에, 장욱진의 <가족>은 2억 4,500만 원에 판매됐고, 이중섭의 은지화도 5,400만 원에 낙찰됐다. 두 경매의 결과를 미루어 보면, ‘스테디 셀러’ 작고 작가 붐은 올해도 계속될 듯했다.

해외에서 먼저 불어 온 ‘열풍’을 타고 국내에서도 인기가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단색화 쪽은 어떨까? K옥션에서는 김환기의 <이른 봄의 소리>가 7억 9,240만 원에 낙찰돼 두 경매를 통틀어 최고가였다. 또한 3월 15일 <K옥션 홍콩경매>를 앞두고 다수의 해외 고객이 단색화를 입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서보의 <묘법 no. 910120>은 1억 1,800만 원, 하종현의 <접합 07 001>은 1억 5,500만 원에 낙찰됐고, 윤형근의 <Umber Blue>는 낮은 추정가 1,200만 원을 훌쩍 넘은 6,600만 원에 낙찰되며 현장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상화의 <Work 68-206>도 5,600만 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 경매에서도 단색화 출품작 17점이 100% 낙찰됐다. 김환기의 <Evening of G. Strauss>의 낙찰가가 3억 4,000만 원, <산월>이 3억 원 등이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는 서울옥션 경매에서 2억 4,000만 원에 낙찰돼, 이번 경매에 참여한 생존 작가 중 최고가였다. K옥션은 “미술시장의 완연한 호조세를 확인했다”고 자평했고, 서울옥션도 “비단 단색화 강세를 넘어 미술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https://cdn.sanity.io/images/m65sjp4q/production/fb46b5fbbb2069781ee07ddd29e28443f1aadef9-500x481.jpg

3월13일문래동갤러리두들에서열린〈Action;Auction〉경매에서작가최선이자신의작품을직접들어보이고있다.

아트마켓의 키플레이어라면 올봄에 눈여겨 볼 행사가 하나 더 있었다. 메이저 경매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문래동에서 열린 ‘경매 퍼포먼스’ <Action ; Auction>(갤러리두들, 3. 13~3. 25)이다. 행사는 실제 경매와 판매전(selling exhibition)을 혼합한 방식이었는데, 오프닝 저녁에 실시한 경매 때 약 40%, 경매 후 전시 기간에 나머지 60%가 판매됐다. 총 63점 중 20점이 판매돼 낙찰률은 31%, 총 판매액은 800만여 원이다. 물론 서울옥션이나 K옥션의 경매 결과와는 비교조차 어려운 낮은 수치다. 하지만 기존 아트 마켓 구조에서 소외되기 쉬운 신진 작가 혹은 작품 판매 경험이 적은 중견작가가 ‘2차 시장’인 경매장에 진입해 직접 작품을 프리젠테이션한다는 발상에는 두 ‘양대 산맥’ 옥션에서 보기 힘든 신선함이 있었다. 경매 작품의 면면도 재미났다. 일반적인 회화 조각 드로잉은 물론 우쿨렐레 듀엣 연주, 비눗방울 공연 등 무형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선보였다. 기존 옥션의 엄숙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마치 ‘놀이’처럼 진행된 경매는 입찰 경험이 일천한 기자까지도 패들을 들게 만들었다. 최선 작가의 잉크 회화 <나비>(2015) 입찰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손을 든 기자는 결국 작품을 낙찰받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이 행사는 정식 경매라기보다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의 성격이 더 강한 행사였지만, 일반인이 미술품 구매에 대해 심리적 장벽을 거둘 수만 있다면 실제 경매회사 또한 참고해 볼 만한 기획이 아닐까? 경매 자체를 ‘전시’함으로써 미술품을 구매해 보지 않은 관객이라도 경매와 거리감을 좁히고, 실제 작품 구매까지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이런저런 경매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미술시장이 기지개를 펴는 이 시기, 보다 새롭고 재미있는 기획력이 가미된 경매를 더 자주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2024.11.01~)
[만료]고흥군청(2024.11.01~2025.01.08)
[만료]한솔제지(2024.11.13~2025.01.08)
아트프라이스(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