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II 개관전
세모난 미술관, 제주도의 새로운 랜드마크
아라리오뮤지엄(http://www.arariomuseum.org/main.php) 동문모텔II 개관전 <공명하는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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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건입동에 개관한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Ⅱ 외관
지난 4월 1일 제주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II가 개관했다. 작년 서울 옛 공간사옥에 자리잡은 아라리오뮤지엄인스페이스, 제주 구도심 동문에 탑동시네마, 탑동바이크샵, 동문모텔I에 이은 아라리오의 다섯 번째 뮤지엄프로젝트다. 동문모텔II 역시 다른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건물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미술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1975년부터 30여년 간 대진모텔이라는 숙박업소로 사용되다, 이후 10여년 동안 비어진 채 방치됐던 이 공간이 이제는 젊은 작가의 미디어 설치 작업에 특화된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것. 개관전의 제목 <공명하는 삼각형>의 ‘삼각형’은 동문모텔II의 독특한 건물 형태를 암시한다. 네모반듯한 화이트큐브가 아닌, 비정형의 거친 공간에서 새로운 예술의 동력이 꿈틀댄다. 영화,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가 박경근, 정소영, 잠비나이, 이주영이 이 공간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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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로 〈바람 부는 날 MXIV-1024〉 리넨에 아크릴릭 182×227.5cm 2014
지난해 장편영화 <철의 꿈>으로 타이베이국제다큐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뉴욕현대미술관 다큐멘터리 포트나이트 등 국내외에서 주목 받았던 박경근 감독. 그는 2010년 선보인 바 있는 5채널 영상 작품 <청계천 메들리>에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물을 덧붙여 <청계천 메들리 아시바>로 발전시켰다. 작가 정소영은 동문모텔II의 공사 현장을 모티프 삼은 신작을 제작했다. 그는 여기저기 놓인 시멘트와 벽돌 등의 물리적인 속성이 사라지고 빛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시각화했다. 또한 불에 태워 바닥재의 물성이 사라진 나무는 서로 교차돼 부착된 수퍼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판에 비춰져 반사를 반복하면서 공간 속으로 그 형체가 사라진다. 크로스오버 퓨전 국악밴드 잠비나이는 지미 세르(Jimmy Sert)와 협업해 서양과 동양, 전통과 현대, 질서와 혼돈 등 상반되는 이미지를 사운드아트로 풀어냈다. 잠비나이가 사용하는 해금, 거문고, 기타, 피리 등의 악기에 모래나 바람 같은 자연물과 공사 현장의 망치, 공구 등과 결합시켜 불규칙적 변주곡을 만들었다. 이주영은 동문모텔II의 ‘재단장(refurbishment)’ 과정을 기록한 사진을 마치 범죄 과학수사 방식처럼 의도적으로 자르거나 확대하고 재구성해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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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 〈더 스컬프처 Ⅲ〉 2005~2015
한편 동문모텔II 개관에 맞춰, 탑동시네마와 탑동바이크샵도 새로운 전시를 열었다. 제주에 있는 4개 미술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탑동시네마에서는 원로 작가 윤명로의 개인전이 열렸다. 수보드 굽타의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나, 장환의 <영웅 No.2>, 리 후이의 <브이> 등 대형 작품이 밀집돼 있는 탑동시네마 건물의 5층 전시장은 시그마 폴케에 이어 윤명로의 회화 작품을 걸었다. 또한 지난해 김구림 개인전이 열렸던 탑동바이크샵은 권오상의 개인전 <구심점들>로 새단장했다. 상설전과 기획전의 ‘믹스매치’로 제주 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객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씨 킴 회장이 지난 35년간 수집한 3,700여 점의 컬렉션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아라리오뮤지엄프로젝트, 그리고 천안, 서울, 상하이에 있는 아라리오갤러리까지…. 씨 킴 회장은 아라리오의 ‘꿈’을 하나씩 실현해 나가는 가운데, 올 하반기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릴 개인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