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이展
샤오이展 4.13~5.17 베이징 샹아트갤러리(http://www.shanghartgallery.com/)

〈페티쉬: 순환 속의 모순〉 철 620×170×150cm 2014~15
상하이 일대에서 주로 거주하며 작업해온 작가 샤오이(Shao Yi). 그는 줄곧 사물의 물성을 관조해왔다. 서로 다른 양식과 재질로 구성된 사물의 조합을 통해 인간과 허구적 사건의 관계를 조망하는 기하학적 설치 작업으로써 주목 받았다. 올 봄, 샹아트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Totem Producing〉을 통해 그의 작품이 베이징에서 선보이게 되었다.
토템은 인간 집단과 동 식물 또는 자연물이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는 집단적 상징으로, 작가에게는 인간 정신의 물화를 만족시키고자 만들어낸 상징으로 해석된다. 여러 가지 의식의 형태와 현실적인 규칙을 담고 있는 저장 장치로서의 토템은 그 모습이 보다 풍부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토템과 터부》에서 종교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를 토템에서 찾았고, 60년대에 태어나 급변하는 자본주의의 거대 소용돌이를 겪으며 성장한 중국 작가들의 작업에서도 토템이 표현의 제재로 종종 나타난다. 이를테면 쉬전(Xu Zhen), 왕마이(Wang Mai) 등이 토템의 형상과 의미를 통해 작업한 바 있다.

〈Totem Producing〉 전시 전경 2015
그러나 샤오이가 보여주는 토템은 인조적인 물체에 대한 예민한 반응이 만들어낸 일종의 상상이라 할 수 있다. 공업 문명의 산물인 ‘물체’는 작가에게 있어서 부주의한 상황에서 조각나버린 물질의 파편이나, 순수한 원시의 형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물질적 재료의 바탕에 인류 정신을 접목시켜 창조하는 미감은 작업 과정에서 과감하게 제련되고 축출된다. 토템의 성격을 지닌 인조적인 물체, 그 속에서 보여지는 풍부한 형식미와 질감은 작가의 창작 과정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특수하게 계산된 길을 걸으며 토템이 놓인 제단으로 향한다. 철골과 그물망으로 텁텁하게 조성된 현장 속에서 〈영물〉은 스산하게 빛을 발하고, 종이학과 종이배를 접었다 편 흔적이 선명한 동판은 장엄한 예술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주인공격인 토템, 거대한 철골로 만들어낸 〈페티쉬〉 시리즈에 다다르면 숭배의 대상은 아무런 말이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 눈 앞에 놓인다. 동그란 엽전 모양 기둥 또는 발자국이 쌓인 듯한 기하학적 외양은 중국 각지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엽기적인 건축물을 연상케 한다. 전시는 완성된 토템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을 더욱 강조하는데, 이제 남은 차례는 각자의 상상이다. 이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 속에 놓인 작가의 토템은 거친 공사 현장의 모습으로 투영된다.

〈영물〉 유약 98×42×42cm 2015
샤오이(Shao Yi), 1967년 중국 항저우 출생. 현 상하이, 항저우 거주 및 작업. 2008년 상하이 BizArt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핀란드 Rauma Art Museum(2012), 중국 광동 시대미술관(2012), ShanghART H-Space(2010), 상하이 송강창의공방(2009) 등에서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