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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터취재까지,지면을통해작가와소통하는방법

2015/11/04

작가 연구, 기자와 작가의 ‘사랑’ 이야기
기획부터 취재까지, 지면을 통해 작가와 소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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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론디노네(UgoRondinone)〈Thanx4nothing〉흑백영상설치14분2015_론디노네가기획한미국시인조르노(JohnGiorno)의회고전〈IJohnGiorno〉(파리퐁피두센터,10.21~2016.1.10)출품작

“두 달 동안 4개의 전시를 오픈했어요. 이제 또 다른 4개의 전시를 준비해야 되는데, 전 세계를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네요.” 이번 호 ‘ARTIST’ 꼭지를 준비하면서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에게서 가장 최근에 전해 받은 메일에 적힌 푸념이다. 지난 9월 1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를 실제로 처음 만난 것이었지만, 그를 마주한 순간 이미 훨씬 전부터 알아 왔던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잡지에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편집 회의에 안건을 내기도 전부터 작가를 향한 ‘짝사랑’을 키워야 한다. 어느 정도 사전 리서치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시의성이 있는지도 따져 보아야 하며, 해외 작가의 경우에는 그 작가가 국내 아트씬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작품을 창조하는 작가 이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서 다면적으로 분석해야 하기에 까다로운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아트 저널에서 일하면서 가장 사랑하는 순간은 ‘작가 연구’ 꼭지를 진행할 때가 아닐까 싶다.
‘작가 연구’ 꼭지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자가 직접 글을 쓰느냐의 여부와 상관없이 매우 ‘감정적인 노동’이 필요하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 화면과 각종 도록, 자료를 훑어보며 그 ‘짝사랑’에 지쳐갈 즈음에 질문 거리를 한 아름 안고 작가를 직접 만나러 기자간담회에 간다. 작가에게 던지는 질문이 기자와 작가 사이의 첫 번째 교류다. 아무리 공적인 자리일지라도 이 역시 사람 사이의 일인지라 작가의 컨디션, 기자와 작가 간의 미묘한 느낌 등이 첫 만남에 많은 변수를 야기하기도, 이후에 더 좋은 인연을 맺어 주기도 한다. 오프닝 전날 한국에 도착한 론디노네의 얼굴은 꽤나 피곤해 보였지만 예리하게 기자를 응시하던 그의 커다란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이번 호의 론디노네 기사처럼 직접 글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 필자의 원고를 게재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선행 작업부터 꼭지가 완성되기까지 에디터의 노고가 많지만 정작 지면에서는 담당 에디터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어 억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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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2015

동시대 미술 자체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한두 달 사이에 대륙을 넘나들며 전시를 개최하는 소위 ‘스타 작가’의 발자취를 한눈에 다 담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어불성설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2차원의 지면에나마 길게는 몇십 년에 달하는 작가의 작업을 압축적으로 구성하다 보면 마치 미술관에서 작가의 회고전을 준비하는 큐레이터가 된 기분까지 든다. 2013년 8월호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와 2014년 8월호에서 제프 쿤스를 특집으로 다룰 때 당시 기자는 선배를 보조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속에 두 권의 카탈로그 레조네를 만든 것만 같았다. 무라카미의 경우, 작가 연보와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아트마켓에서의 활약, ‘카이카이 키키’를 운영하는 CEO로서의 면모, SNS에 남긴 글, 주변 인물 등까지 망라해 거의 ‘자서전’을 대신 만들어 준 셈이었다. 1년 뒤 쿤스를 다룬 특집에서는 좀 더 작가의 작품 세계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연대별과 키워드별로 작업의 변화상을 짚어 내고 전반적인 작가론과 함께 당시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린 쿤스의 대형 회고전에 대한 리뷰를 실었다.
꼭지 진행 과정에서 ‘기자’라는 타이틀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 중에 하나는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할 때다. 과거 작품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비밀리에 미리 만나보는 ‘영광’은 짜릿하기까지 하다. 기자는 2015년 9월호 ‘ARTIST’ 꼭지로 작가 엘름그린&드라그셋을 다루면서 8월 여름휴가에 맞춰 이들의 베를린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했다. 세계적인 컬렉터들은 물론 인테리어 전문지에서까지 취재하러 오는 이들의 스튜디오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개인전 같았다. ‘Dear’로 시작해서 ‘Best regards’로 끝나는 이메일만 줄기차게 주고받았던 스태프들도 직접 만났다. 기자와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한 쇼윈도 앞에서 다음 작업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아이처럼 기뻐하던 작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후 한 식당에서 우연히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아이 웨이웨이를 보기도 했다.
비엔날레가 비약적으로 확장하고 미술시장이 아무리 팽창해도, 결국 미술계의 근본적인 원동력은 ‘작가’다. 그래서 작가를 만나는 건 언제든지 설렌다. 이런 점에서 작가들의 거점 도시로 꼽히는 베를린은 매우 매력적인 장소다. 기자는 앞으로 지면이 아닌 현장에서 더 많은 미술인을 만나고 함께 사랑하고자 베를린으로 떠나기로 했다. 갑작스런 결정에 Art 식구들과 지면을 통해 인연을 맺은 분들에게 송구스럽지만, 더 좋은 기회인 만큼 많은 분들의 축복 속에 떠날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2024.11.01~)
[만료]고흥군청(2024.11.01~2025.01.08)
[만료]한솔제지(2024.11.13~2025.01.08)
아트프라이스(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