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조각가 조성묵 별세
2016 / 02 / 01
전위 조각의 별이 지다
원로 조각가 조성묵 별세
/ 이지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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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진화〉 혼합재료 가변크기 2009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2015
마침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1원형전시실에서 개인전 〈멋의 맛_조성묵〉(2015. 12. 1~6. 6)이 열리던 중이었다. 원로 조각가 조성묵이 지난 1월 18일 별세했다. 고인의 유해는 1월 20일 수요일 오전 6시 발인 후 전시장을 순회하고 작가의 장지인 충남 계룡시에 안장됐다. 의자 형상을 소재로 한 〈메신저〉 연작으로 널리 알려진 조성묵은 오랜 세월 꾸준히 작업하며 한국조각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폐기종으로 10여 년에 걸친 투병 생활을 해 오던 작가는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전시 준비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독자적 예술관을 대표하는 〈메시지〉 연작부터 최근의 〈빵의 진화〉 연작까지 그의 작품 90여 점을 한데 모은 대규모 회고전이다. 또한 미공개 초기 드로잉 작품을 대거 전시함으로써 작가의 색다른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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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의 맛_조성묵〉전은 한국 현대미술사의 역사 정립을 목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마련한 ‘한국 현대미술 작가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1940년 대전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조소과에 입학한 작가는 1960년 제9회 국전에서 특상을 수상하면서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1960~70년대에 추상 조각을 주로 제작하고 전위 조각 그룹 ‘원형회’와 전위 미술 그룹 ‘AG’에 참여하는 등 한국 현대조각의 진취적인 흐름을 주도했다. 이후 1970년대 후반부터 물질의 성질을 뛰어넘는 인식의 문제를 다룬 〈메시지〉 연작을 선보였다. 종이를 접었다가 펼쳤을 때 주름지는 형상을 단단한 돌과 청동에 사실적으로 묘사해 재료의 속성에 대한 인식을 뒤바꾸는 작품이다. 이 연작으로 작가는 1980년 동아미술제 대상을 수상하고, 마흔이 넘은 1981년에 미술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1994년에는 제8회 김세중조각상을 수상했다. 〈메시지〉 연작을 통해 독자적인 조형 양식을 정립한 조성묵은 1990년대 후반부터 국수와 합성수지를 재료로 또 다른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희뿌연 빛의 가느다란 국수 가락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커뮤니케이션〉 연작이다. 작가는 베니스비엔날레, 독일 키엘미술관, 밀라노 무디마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약을 펼쳤다. 최근에는 산업용 발포 우레탄의 표면을 그을려서 갓 구운 곰보빵을 생각나게 하는 외양으로, 각종 일상품과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생전에 조성묵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표현의 순수한 자태를 지니고 있으며 작품은 이를 탐구하여 시각적 감동을 전달하는 자유”라고 말했다. 그의 언급에서 일상적인 사소함 속에서 예술의 자유를 발견해 내는 예술관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