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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공간의개관폐관소식,공간운영의원동력은?

2016/03/03

신생공간 ‘순례 여정’에 생긴 변화
신생공간의 개관 및 폐관 소식, 공간 운영의 원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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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xx공동운영자최두수작가가소공인과협업하여제작한팽이

서울 시내 곳곳에 폭발적으로 탄생한 신생공간을 기념하며 《아트인컬처》 2015년 7월 호 지면에 제작한 ‘자생공간’ 지도에 약간의 변동이 생겼다. 7개월가량 지난 사이 몇몇 공간이 문을 닫거나 새롭게 개관한 것. 우선 ‘space xx’처럼 전시 위주로 운영되는 공간은 물론, ‘호텔수선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 새로 오픈했다. space xx(영등포구 문래동 3가 54-5, B1)는 지난 1월에 개관한 공간으로 스페이스오뉴월 대표 서준호와 작가 이완, 최두수가 공동 운영한다. 공간명의 ‘xx’는 이 공간의 정체성이 유동적이며, 누구나 자신만의 ‘xx’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최두수 작가에 의하면 공간은 “문래동 지역과 협업프로젝트 및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교류를 지향하고 실험적 대안을 모색”한다. 현재 개최 중인 전시는 없지만, 최두수 작가가 작년 예술인복지재단과 협업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래동 소공인들과 제작한 팽이를 상시 진열하고 있다. 3월 19일부터 선보이는 첫 전시는 40여 명의 지역 작가와 함께 만든 클럽 전시이며, 이후 최선 작가의 개인전도 준비 중이다. 호텔수선화(중구 충무로 7길 17, 4F)는 익선동 카페 ‘식물’의 디렉터가 공간을 구성하고 kyynthegarten by 이경연, π(파이) by 원혜림, BEATNIKA by 이나나, 이상 3명의 디자이너가 운영한다. 모던한 이미지의 ‘호텔’과 고전적인 느낌의 ‘수선화’가 결합돼 상반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페 바 작업실로 구성된 이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전시 및 공연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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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만물〈떳다방〉2015_커먼센터〈혼자사는법〉설치전경2015

한편, ‘교역소’와 (작가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기준을 정했던 당시 기사에 맞지 않아 지도에 표시되지는 않았지만) ‘커먼센터’가 공식적으로 폐관하고, ‘구탁소’는 현재 사용하는 한남동 공간에서 더 이상 전시나 행사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월 5일 저녁에는 중랑구 상봉동의 한 물류센터 지하 공간에서 교역소 클로징 파티가 열렸다. 이날 교역소 공동 운영자 김영수 정시우 황아람은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 선언문을 부분 수정한 ‘교역 종료 선언문’을 낭독했다. “저희 교역소는 오늘 참으로 겸허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희는 오늘 2016년 2월 5일을 기하여 지난 17개월간의 미술계 생활을 마감하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동호인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그동안 교역소는 전시를 꾸준히 열지는 않았지만, 이벤트 〈상태참조〉(2014. 12. 13~14, 20~21), 좌담회 〈안녕 2014, 2015 안녕?〉(2014. 12. 28), 미술생산자모임 제2차 공개 토론회(2015. 3. 29) 등 굵직한 행사가 진행된 공간으로서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헤드론 저장소〉(1. 15~2. 5)는 교역소가 선보인 마지막 전시다. 작가 김웅현 돈선필 박아일 이윤이 이희인이 참여하고, 괄호가 공간 디자인을 맡았다. 구멍 뚫린 가벽의 틈을 감싼 에어캡과 무작위로 쌓여 있는 건축자재 위로 빔 프로젝터가 쏘아져 형체가 불분명한 영상 작업이 상영됐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폐허 같은 전시장은 그곳에 울리는 영상 사운드와 어우러져 흡사 ‘유령의 집’처럼 느껴졌다.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이것은 바로 교역소가 신생됐을 때 느꼈던 막연한 기대감과도 맞닿아 있었다. 교역소 스스로도 공간의 정체성을 “상봉동에 위치한 무슨 공간”으로 규정했듯이, 이들은 공간에 고정된 성격을 부여하기보다는 ‘괄호’를 남겨둠으로써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사실, 폐관 결정을 내린 공간들이 애초에 지속적인 운영을 약속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상봉동과 영등포 등의 구석진 동네를 방문할 이유가 마땅히 없다는 사실에 섭섭함이 밀려온다. 이제 아쉬움을 뒤로 하며 익숙한 발걸음을 돌리고, 새로운 공간을 탐방하며 다시 ‘좌표’를 찍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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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소〈헤드론저장소〉전시전경2016

기자는 올해 ‘합정지구’ 운영에 필요한 일손을 조금 돕고 있다. 2015년 이제 작가가 서교동에 개관한 이곳은 1층의 좁은 공간에서 출발했지만, 올해부터는 지하까지 전시 공간을 확장했다. 곳곳에서 폐관 소식이 들려오는 와중에 도리어 몸집을 키운 합정지구는 신생공간으로서 그 운명을 조금 달리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비영리공간을 운영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사양 사업’에 가깝다.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으므로 공간 유지비부터 전시 진행비까지 몽땅 자비를 털어 메꾸기 일쑤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돈 시간 에너지 붓기. 그럼에도 계속해서 전시를 꾸리고 주변 (비)미술인과 교류를 맺는 원동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건 아마도 견고한 비전보다는 불분명하지만 잠재적인 가능성을 품은 ‘괄호’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2024.11.01~)
[만료]고흥군청(2024.11.01~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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