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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김구림<현상에서흔적으로>재연

2016/04/05

46년 만에 되살린 퍼포먼스
국립현대미술관(http://www.mmca.go.kr/), 김구림 <현상에서 흔적으로>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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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에서흔적으로>를재연중인작가김구림2016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

3월 18일 오후 1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특별한 행사가 펼쳐졌다. 원로작가 김구림이 1970년 진행했던 퍼포먼스 <현상에서 흔적으로-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를 재연한 것이다. 퍼포먼스가 펼쳐진 과천관 조각공원에는 여러 미술계 인사와 원로 예술가 및 취재진을 비롯해, 봄 소풍을 나온 관람객까지 수많은 인파가 함께 했다. <현상에서 흔적으로>는 1970년 4월 11일, 김구림이 한강 살곶다리 부근의 잔디 위에 7개의 삼각형이 맞물린 형태를 그린 뒤, 그 중 4개의 삼각형 위 잔디를 불로 태우는 행위를 담은 퍼포먼스다. 한강변의 경사진 둑 위에서 펼쳐졌던 퍼포먼스는 46년 만에 과천관 조각공원의 경사진 잔디밭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구림 작가는 8m 규모로 7개의 삼각형이 맞물린 형태를 그린 뒤, 그 테두리에 얕은 도랑을 파서 불길이 바깥쪽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절했다. 작가의 기억에 의하면, 1970년 당시에는 약 400m에 이를 만큼 삼각형 형태가 거대했고 거센 불길에 약한 화상을 입을 만큼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었다. 하지만 이번 퍼포먼스는 전혀 상반된 장면이 펼쳐졌다. 3월 중순의 건조한 대기와 잔잔한 바람 덕분에 불길이 얌전하게 번져가면서 삼각형 형태의 검게 탄 흔적을 만들기 시작한 것. 약 30여분 만에 불에 탄 4개의 사각형과 타지 않은 다른 3개의 삼각형이 선명한 색깔차를 내며 퍼포먼스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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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림<현상에서흔적으로-불과잔디에의한이벤트>1970

<현상에서 흔적으로>는 1960년대 말~70년대 초 비물질성과 개념성을 탐험하던 한국 초기 아방가르드 미술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작가는 자연 현장에 기본 형태를 그리고 거기에 불을 놓는,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만 작업에 개입한다. 즉 태우는 행위와 과정에서 불에 검게 그을린 잔디와 그렇지 않은 곳의 선명한 차이가 일종의 ‘현상’으로 드러나지만, 이내 시간이 흘러 새싹이 돋고 자라다 보면 그 차이는 결국 흐려지고 ‘흔적’만이 남게 된다. 자연이 순환하는 그 모든 과정이 작업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생명의 순환 과정을 작업의 일부로 수용한 이 퍼포먼스는 <과천관 30년 특별전>의 포문을 여는 행사이자, 8월에 개최할 기념전 주제와도 연결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 30년을 기념해 ‘생명 주기(Life Cycle)’를 다루는 작품을 아우르는 대규모 기획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1960~70년대에 진행된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이라 불리는 전위적인 퍼포먼스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재연해, 20세기 한국현대미술사 속의 주요 작업들을 21세기로 되살릴 계획이다. 생명의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처럼, 역사도 미술도 계속 순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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