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젊은 비영리재단 HOCA
홍콩, 동시대미술의 플랫폼으로
홍콩의 젊은 비영리재단 H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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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열리는 셰퍼드 페어리의 첫번째 개인전 <Visual Disobedience>의 전시 전경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축을 이루는 홍콩. 미술시장의 허브로서 익숙한 홍콩의 일면에는 1980년대부터 시작한 자생적인 미술공간의 역사가 있다. 1986년 첫 번째 비영리 공간 비디오타주의 개관 이후 파라사이트, AAA 등이 차례로 문을 열며 홍콩 특유의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나간 것. 그리고 2014년 설립된 ‘홍콩 컨템포러리아트(Hong Kong Contemporary Art), (이하 HOCA)’재단이 그 역사를 더해가고 있다. 비영리기관인 HOCA는 어떤 목표과 계획을 품고 홍콩에 거점을 잡았을까? HOCA를 이끌어가고 있는 디렉터 폴린 포셀(Pauline Foessel)과 큐레이터 로렌 에브리-워트맨(Lauren Every-Wortman)은 각각 1987년과 1988년 생의 젊은이다. 앞으로의 미술 역사를 이끌어나갈 아티스트들과 호흡하며 예술의 실천 방향을 모색하고 이룩해나가고자 한다. 이들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전시기획을 살펴보면 홍콩의 다양한 동시대미술을 소개하고 동시에 예술의 사회적 실천에 대한 고민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HOCA 큐레이터 에브리-워트맨을 만나 기관의 설립 취지와 상황,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에 대해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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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CA 창립맴버이자 현재 HOCA 큐레이터인 로렌 에브리-워트맨(Lauren Every-Wortman). LA출신인 에브리-워트맨은 미국과 일본을 거쳐 홍콩에 정착하여 HOCA의 전시와 행사를 책임지고 있다. 스트리트아트와 공공미술 등 도시예술 프로젝트 큐레이팅을 이어나가고 있다.
HOCA를 설립하게 된 동기를 묻는 기자의 첫 질문에 그는 “홍콩은 이미 국제적인 갤러리와 옥션, 아트페어로 세계적인 컬렉터와 딜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홍콩은 여전히 문화적 기반이 약하다. 동시대미술을 위한 전시와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플랫폼을 마련하고 싶다”고 답하며 홍콩의 아트씬을 넓히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HOCA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갤러리 중심의 전시를 벗어나 독자적인 기획을 통해 동시대미술을 홍콩에 소개하는 것이다.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이들이 주목한 분야는 바로 교육. 이들은 국내외 작가들을 대상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컨템포러리아트 관련 도서를 출판하여 학교와 도서관 등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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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퍼드 페어리 <Chinese Soldiers>_홍콩 성완(Sheung Wan) 헐리우드 거리의 벽화
현재 HOCA는 전시 프로젝트로 미국의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시각적 저항(Visual Disobedience)>전을 선보이고 있다. 초대형 현수막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화려한 홍콩의 리펄스 베이(Repulse bay)의 더 펄스(The Pulse) 건물 외벽에 걸린 것이다. 셰퍼드 페어리는 스프레이 그래피티가 주류였던 스트리트 아트씬에서 실크스크린 기법의 포스터나 스티커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그래피티 아트의 대명사가 되었다. ‘OBEY(복종)’라고 널리 알려진 자신의 그래피티에 그는 OBEY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길거리에 등장시켜 복종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HOCA는 앞서 포르투갈 작가인 알렉산드라 파르토(Alexandra Farto aka Vhils)의 개인전과 ‘성(性)’을 주제로 한 일본작가들의 사진작업을 전시한 〈Up Close〉전, 프랑스 작가 인베이더(Invader)의 〈Wipe Out〉전 등을 개최한 바 있다. 아직은 도약 단계인 HOCA의 지속적인 도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에브리-워트맨은 HOCA가 비영리기관인 만큼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을 꼽았다. 그들의 젊은 패기와 열정은 홍콩 미술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미술시장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는 홍콩이 전시를 위해 찾는 명소로 자리 잡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 황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