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삶과 죽음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아시아로컬리티>展 연계 포럼
2017 / 02 / 05
도시의 삶과 죽음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아시아로컬리티>展 연계 포럼 <2016 도시재생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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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로컬리티>전시 및 포럼 포스터
그간 도시의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연구, 기록하고 공유해온 리슨투더시티는 ‘도시재생-지역-예술’을 주제로 서울 신촌에서 포럼 <2016 도시재생과 예술>(12. 29, 30)과 전시 <아시아로컬리티>(2016. 12. 27~1. 8)를 열고 관련 책을 발간했다. 리슨투더시티는 그동안 청계천 및 동대문운동장의 변화, 재개발사업의 문제점, 4대강과 내성천의 이야기를 연구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해왔다. 리슨투더시티의 또 하나의 고민은 폭력적 재개발 문화를 바꾸고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함께 방지할 방법을 공동체와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이번 포럼은 특히 서울이 2014년부터 국가사업으로 시작한 도시재생사업에서 나타나는 현실적 문제점들, 과연 도시재개발의 대안으로서 재생사업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다. 대만 ‘밤부커튼 스튜디오’의 아이리스 홍(Iris Hung), 한국 ‘빈집’의 김덕수, ‘공간낙산’의 이태호 대표, ‘공간413’의 김꽃 대표, 태국 ‘빅트리’의 아넌타 인트라 악소르브락(Anunta Intra-Aksornbrack), 일본의 미사코 이치무라(Misako Ichimura) 등이 참여했다.
급속한 도시화를 겪은 아시아 각국에서 이미 도시재생 실험이 진행되고 있고 젠트리피케이션의 양상도 크게 다를 바가 없기에,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대만, 일본, 태국의 예술가들과 함께 지역에서 예술가들의 역할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 도시재생사업은 재개발 과정과 다를 바 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도시 거버넌스에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환경적 측면의 접근이 부족하다. 또한 다수의 공무원이 예술가들을 ‘젠트리파이어’로 인식할 뿐 사회와 지역 공동체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예술과 도시재생, 환경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포럼은 도시재생과 예술, 환경,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세 분야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분야를 나누는 일은 힘들었다. 왜냐하면 이 세 가지는 강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예술과 도시재생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지점은 서로 비슷했다. 예술이 도시행정의 도구로 쓰이는 것이 아닐까? 거의 대부분의 도시 계획가나 공무원은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예술이 필수 요소라는 사실은 알고는 있으나, 예술이 무엇인지, 무엇이 문화인지에 대한 개념이 매우 부족하다. 또한, 도시를 재생시키기 위해 동원된 예술과 진정으로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고심 끝에 만들어진 예술의 미묘한 차이가 어디에서부터 생기는지에 대하여 뜨거운 토론이 있었다.
해방촌에서 2003년부터 느슨한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해온 ‘빈집’ 사람들에게 도시재생은 단시간 안에 적은 예산으로 공동체를 만들어보겠다는 모순된 정책으로 보였다. ‘빈집’은 다양한 문화적 행사와 활동을 통해 해방촌 여러 지역에서 공동주거 실험을 해왔는데, 이는 단순히 어떤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많이 들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삶의 방식과 경쟁보다는 함께 일하고 나눈다는 가치를 향해 여러 사람이 함께 일궈온 성과였다. 그에 비해 도시재생에서 몇 단체를 선정하고 돈을 주는 일로 끝나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접근방식이라는 것이다.
이화동 벽화 사업을 최초 기획한 경희대학교 이태호 교수는 재개발을 눈앞에 두었던 이화동에서 어떻게 벽화사업을 했고, 현재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현재 유명한 계단 벽화는 도시재생을 반대하는 주민들에 의해 지워졌는데, 표면적으로는 벽화로 인한 관광객 소음문제로 보도되었지만 사실은 새로 발표된 도시재생 계획에서 일부 지역이 일반 주거지역으로 묶인 것에 대한 반대의견을 보여주려고 지운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주거지역의 경우는 상업용도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문래 지역에서 오랫동안 공간을 운영해온 ‘공간413’의 김꽃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는 얄팍한 수준의 공공미술 문화에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타이완의 ‘밤부 커튼 스튜디오’는 10년 넘게 쯔웨이 지역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막상 지역과 아무런 연계를 못맺고 있던 점을 반성하며, 지역사람들과 지역의 강에 대해 조사하는 프로그램을 최근 3년간 진행했고, 이러한 리서치 프로젝트로 하여금 도시의 삶과 순환자원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재생 분야에서는 올림픽과 도시 공공벽화 등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쫓겨나고 있는 노숙인 공동체의 이야기를 미사코 이치무라가 해주었고, 이미 극심한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는 성미산 마을 학교 주변의 이야기와 그 해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필자는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용어 혼동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고, 서대문구 지역 활성화과 과장 박홍표는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는 신촌 지역의 여러 가지 실험에 대해 발표했다.
죽은 도시를 우리는 어떻게 살려낼 수 있나?
도시는 하나의 유기체이므로 흥하기도 하고 쇠락하기도 한다. 심각한 경제 침체와 인구저하를 맞이하는 저성장 시대에서 도시를 계속 흥미있고 활기찬 곳으로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근본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왜 활기찬 도시를, 흥미로운 도시를 원하는가? 그리고 그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도시재생사업을 몇몇 사람들은 땅값을 올리는 행위와 동일시한다. 또한, 예술가들이 한 지역에서 작업실을 꾸리거나 재미있는 공간을 여는 것을 단순히 지가 상승으로 직결시킨다. 이 사고방식은 재개발하면 땅값이 올라간다고 여기는 것과 하등 차이가 없다. 예술가의 창작이 도구화되거나 단순히 부동산 가치로 환원되는 것을 방지하는 일은 도시 공동체 전체의 감수성과 이해도가 바뀌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 리슨투더시티 박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