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만나는 미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아트포트’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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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 <Great Mobile> 앞에서 재치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자비에 베이앙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1월 18일 공식 개항했다. 공항은 새로운 터미널의 콘셉트로 ‘예술(Art)’과 ‘공항(Airport)’을 결합한 ‘아트포트’를 내세웠다. 공항을 지루하게 대기하는 공간이 아니라 예술작품을 경험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 이를 위해 우선 제2여객터미널 내외에 강희라 박태호 이종경 등의 설치작품을 전시했지만, 사업을 좀 더 확장하기 위해 약 46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고 2차 ‘아트포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참여작가는 김병주, 지니 서, 율리어스 포프(Julius Popp),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 등 국내외 작가 총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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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서 <Wings of Vision> 혼합재료 3.6×60~100m(19개) 2018
우선 3층 출국장 게이트4, 5에 1점씩 설치된 자비에 베이앙의 <Great Mobile>이 가장 먼저 여행객을 맞는다. 높이 18m가 훌쩍 넘는 크기지만, 단순한 형태의 푸른 모빌조각을 너른 간격을 두고 배치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다른 작품들은 출국장 내부에 설치돼 관람이 제한적인 반면, 이 작품은 공항을 잠시 방문하는 이들에게도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보안검색대를 지나 탑승게이트에 들어서면 지니 서의 <Wings of Vision>이 면세구역의 파빌리온을 장식한다. 총 1,500m에 걸쳐 펼쳐진 국내 최대 파사드 아트. 각양각색의 구름 형상 시트지를 면세점 외벽에 붙여 칙칙한 공간을 화사하게 꾸몄다. 여행을 마친 이들이 짐을 찾는 수화물 수취구역에는 김병주와 율리어스 포프의 대형 설치작품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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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Ambiguous Wall> 혼합재료 4.7×20m 2018
먼저 서편에는 김병주의 <Ambiguous Wall>이 있다. 광화문 서울역 독립문 등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을 가느다란 스틸을 이용해 최소한의 선으로만 표현한 작품이다. 멀리서 봤을 땐 평면작품으로 인식되지만, 가까이 접근할수록 부조 형식으로 구현된 스틸이 입체감을 조성한다. 구역 동편으로 이동하면 율리어스 포프의 <BIT. FALL>이 규칙적으로 ‘착착’ 소리를 내며 물방울로 조합된 텍스트를 떨어트린다.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도 선보인 작품. 작가가 직접 고안한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뉴스피드(newsfeed)’에 게재된 단어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운이 좋은 여행객이라면 공항에 도착했을 때 ‘환영’과 같은 단어를 발견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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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어스 포프 <BIT.FALL> 혼합재료 4.8×11.4m 2018
한편 자비에 베이앙은 개항에 앞선 1월 11일 방한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품작을 직접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공항은 수많은 여객이 방문하는 공공장소인 만큼 사람들을 압도하는 강렬한 작품보다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잔잔한 인상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작품이 광활한 공항에서 ‘만남의 장소’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그는 먼저 컴퓨터 3D 프로그램으로 가상의 이미지를 고안하고 팀원과 협동해 실제 설치물을 제작했다. 그 결과 모빌은 정밀하게 계산된 균형 감각 덕분에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공중에서 느린 속도로 끊임없이 움직인다. 작품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다양한 풍경을 연출한다. 작가는 올해 10월 성북동의 313아트프로젝트에서 개인전을 연다. 그는 2017년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관 대표작가로 참여했고, 현재 파리에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