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평론의 역사展
2018 / 08 / 30
평론의 길, 그 궤적
한국 미술평론의 역사展 6. 28~11. 10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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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 <조선일보 기자 파리특파원증> 1965_파리에서 공부했던 이일은 이후 조선일보 주불 특파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당시 그가 소유하던 파리특파원증이다. 3년간 활동한 후 1965년 귀국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미술평론의 역사>전을 열었다. 전시는 한국미술계에 평론가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그들이 걸어온 길을 재조명한다. 전시의 1부는 1세대 미술평론가로 이경성에서 오광수까지, 그리고 2부는 이후 세대 김복영부터 반이정까지로 나뉜다. 그들의 저서 육필 원고 설문지 기사 사진과 같은 200여 점의 아카이브를 수집, 정리하여 한국 미술평론가의 역사와 그들의 진솔한 삶을 전시로 기록한 것이다.
1부에서는 최초 미술평론가이자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이경성의 저서, 작품 그리고 아카이브가 눈길을 끈다. 그가 80세에 출간한 회고록 《어느 미술관장의 회상》(1998), <이경성 육필 이력서>(1950), <문화인증>(1954) 그리고 그의 <무제>(1997), <사람>(2004)과 같은 작품이 마련되어 있다. 이외에도 평론가 이일의 <조선일보 기자 파리특파원증>(1965), <유준상, 하라드 제만>(1997)과 같은 아카이브를 통해 1세대 미술평론가들의 국제적인 교류와 활동을 보여준다.
한편 전시장 오른쪽 벽면에는 한국 미술평론가 41인의 생각을 촘촘히 담아낸 육필 설문지가 준비되어 있다. 설문지는 미술평론가의 삶을 선택하게 된 계기, 보람되었던 일과 어려웠던 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미술의 정의, 본인의 멘토 등을 묻는다. 평론가 김종근은 미술평론가로서 어려웠던 일에 대해 “늘 작가들에게 아름다운 말만 할 수 없는 평론가의 운명이어서 친하다고 생각한 화가들에게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불편했던 적이 늘 가슴에 남는다”고 적었다. 논쟁과 논란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겪어내야 하는 미술평론가의 어려움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평론가 김윤수가 작가 김환기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부정하는 <고 김환기씨 작품 평가싸고 논쟁>(1977), 평론가 원동석이 이우환의 회화이론을 비판한 <한국 모더니즘 미술은 아무 의미 없는 제스처>(1984)와 같은 기사가 이를 뒷받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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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수 <미술평단 100호 발간 기념휘호> 2010_1986년에 창간된 《미술평단》의 100호를 기념해 오광수가 남긴 육필
특별히 이번 전시를 위해 평론가들은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가 14인을 선정하였다.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고 대표작가 선정과 함께 추천이유를 간단히 기입하는 설문조사 형식이었다. 18표를 득표한 김환기가 “한국 고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추상양식을 구현”했다는 평으로 1위에 올랐다. 이 밖에도 “아방가르드 운동을 이끌어 모더니즘 미술의 정착화 실현”의 평을 받은 박서보, “고정관념과 인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은 이불 등이 순위에 올라와 있다. 반면 작가들을 재평가하는 것에 대한 과거의 신문과 잡지기사 자료 또한 찾아볼 수 있다. <작가들을 재평가한다>(1979), <과대평가 받는 화가가 적지 않다>(1979)와 같은 기사는 한국작가들의 과대평가 경향을 꼬집는 기사였다.
전시의 설문 중 평론가 김종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침묵은 카르텔이 아닌데도, 견고한 성벽처럼 스크럼을 짜고, 한국미술계를 가두고 있다. 침묵을 해체시켜서 담론이 터질 수 있다. 지금, 한국미술계는 비평담론이 절실하다.” 현재 한국미술계를 두고 비평과 담론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여기저기서 토로한다.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이번 전시는 평론가 한사람 한사람을 조명하며 그들의 솔직한 삶을 보여준다. 평론가와 평론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비평계에 활기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