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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와‘태도’읽기

2019/06/18

미술사학자가 선정한 현대미술의 결정적 전시, 미술가가 분석한 창작의 태도에 관한 책 두 권을 소개한다. / 조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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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결정적순간들》(전영백지음,한길사,32,000원)

현대미술(Modern Art)은 어디에서 출발했고,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은 어디쯤 와 있을까? 여전히 선형적 역사관의 태도로 던지는 그릇된 질문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이 질문에 대답하려 부단히 애쓴다. 최근 발간된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한길사), 《태도가 작품이 될 때》(바다출판사) 두 권의 책은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대답을 내놓는다.
미술사학자이자 홍익대 교수 전영백의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은 19세기 이후 미술의 방향과 흐름을 급격히 선회시킨 결정적 순간이자 강력한 계기로 ‘전시’를 지목한다. 전시는 각 시대의 정신과 문화적 욕망이 표출되는 플랫폼으로 기능해 왔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즘(-ism)’들의 족적은 반전이 넘치는 역동적 미술사를 가능케 한다. 세상을 보는 시대의 눈은 변화하며 (…) 미술의 역사는 추상적이지 않다. 실제의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특정 사건이었기에 미술은 그 시대와 사회를 담고”있다고 밝힌다.
책의 포문을 여는 챕터1 <야수주의: 전통에 도전한 파격적 색채 실험>에서는 결정적인 첫 전시로 1905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 도톤>를 거론하면서 시대적 상황을 묘사하고, 전시에 참여했던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블라맹크(Maurice de Vlaminck) 등 주요 작가와 작품들을 분석한다. 책은 입체주의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등 20세기를 장식한 주요 미술사조와 관련 전시로 이어진다. 20세기 중반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났던 반체제적 저항의 시대상을 반영해,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 미술로 이행하는 시기를 기준으로 책의 전체 구성을 양분한다. 195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주류의 위치를 점하던 ‘추상표현주의’에서 동시다발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움직임 중 대중문화를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 들인 ‘팝아트’로의 이행을 설명하며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사라지기 시작한 시대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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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작품이때》(박보나지음,바다출판사,14,800원)

특정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 박보나의 저서 《태도가 작품이 될 때》는 20세기 중반 반체제 저항의 시대 이후의 동시대 미술의 단면들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앞서 소개한 책과 함께 읽어볼 만하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동시대 미술에 대한 에세이를 모았다. 책의 제목과 구성은 1969년 스위스 베른에서 열렸던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이 기획한 기념비적 전시 <태도가 형식이 될 때>를 오마주한다. 당시 68혁명의 뜨거운 저항의 ‘태도’를 이어 받아 관습을 벗어나는 작품과 전시의 ‘형식’을 표방한 전시였다. 저자가 선별해 열거하는 작가의 면면은 “작업을 통해, 일반적이고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모든 것을 의심스럽게 질문을 던지는” 특징을 공유한다.
책은 표지로 쓰이기도 한 네덜란드 출신의 작가 바스 얀 아더르(Bas Jan Ader)의 1970년대 사진 <너무 슬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에서부터 출발한다. 추락하기 직전의 순간을 포착하거나, 돛단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는 기적을 찾아서 끝내 실종되기에 성공한 그의 퍼포먼스는 상승과 정주의 욕망으로 가득한 기존의 사회 질서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어 경쾌한 백그라운드 음악과 텍스트를 결합한 빠른 리듬의 단순한 영상을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꼬는 장영혜중공업, 세계 경찰의 역할을 자임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미국이 난민 문제를 대하는 얄팍한 ‘자본주의’적 계산법을 폭로하는 베트남계 작가 얀 보(Danh Vo) 등 현재 사회적 조건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발하는 작업들을 분석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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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68혁명_《현대미술의결정적순간들》에서20세기중반포스트모더니즘의도래와 사회적환경의급변을언급하며제시한도판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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