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토론하고 연대하고
시각예술 웹진 《세미나》는 이론가, 작가가 생산하는 다양한 비평적 사유와 예술 프로젝트를 공유한다. / 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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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F(제노페미니즘) no. 4> 스틸_웹진 《세미나》 1호 <라보리아 큐보닉스 인터뷰: 제노페미니즘의 새로운 경로> 삽입 도판
시각예술 웹진 《세미나》(www.zineseminar.com)가 4월 28일 창간했다. 김진주 이연숙 이진실로 조직된 기획 및 출판 콜렉티브 ‘아그라파 소사이어티(Ágrafa Society)’의 첫 출판 프로젝트인 《세미나》는 이론가 평론가 미술작가가 생산하는 다양한 글과 이미지를 연 3회에 걸쳐 발행한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재’를 통찰하는 텍스트와 작품을 시의적절하게 주제별로 발견, 저장하려는 목적으로 잡지라는 형식을 선택했다. 월간지와 비교해 한 템포 느리지만, 차분한 호흡으로 오늘의 유의미한 담론과 이슈를 정리하고 독자와 공유한다. “글이든 미술작품이든 훗날 역사/아카이브처럼 긴 흐름을 만들어 낼 현재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전시와 작가 중심의 평론보다 미술현장과 이론에 어떤 과제들이 대두되고 있는지 입체적인 좌표를 그리는 새로운 언어 감각의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매호 3명의 멤버가 번갈아 편집장을 맡고, 연초 선정한 주제와 관련한 필자와 작가를 조사한다. 여러 차례 회의하면서 결정한 편집안에 따라 원고별 담당자가 필자 섭외, 교정 및 교열, 번역, 업로드를 책임진다.
2016년 팟캐스트 <말하는 미술>을 계기로 만난 이들은 국내에 페미니즘미술 관련 담론이 좀 더 공개적인 형태로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지난해 말 아그라파 소사이어티를 결성했다. 아그라파(Ágrafa)는 ‘문맹의’ 또는 ‘문자 체계가 없는’을 뜻하는 스페인어 형용사의 여성형이다. “페미니즘 내지 젠더정치학과 관련된 미술, 미술과 정치를 넘나드는 담론을 집중해서 소개하겠지만, 페미니즘미술로 분류되는 작업이나 이론만 다루려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적 또는 젠더 비결정성의 감각을 갖고 여러 주제를 모으는 일. 한마디로 페미니즘을 표현하는 작업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적 시각을 장착하고 미술 실천이나 다양한 목소리를 연결해 재구성하려 한다. 사실 셋 모두 ‘문자충’이지만, 기존의 시스템과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쓰기’를 시도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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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바우어 <(헤켈과 함께) 자연을 바꿔라>
창간호는 ‘여성적 픽션’을 주제로 현실의 모순과 억압에서 출발해 전혀 다른 세계를 그리는 상상력이자 그 세계를 현실화하는 출발점으로서 픽션에 주목한다. 김아영의 <그래서 누가 살아남았나? 옥타비아 버틀러와 듀나의 SF 공생체들>, 임옥희의 <도나 해러웨이: 괴상한 친족들의 실뜨기 놀이>, 오경미의 <기술을 재디자인하기: 예술가들의 여성주의 기술론>을 포함해 이연숙, 헬렌 폰 드루스코비츠(김남시 번역)의 논고, 이미래, 조은지의 글과 이미지, 라보리아 큐보닉스의 국문, 영문 버전 인터뷰 등 총 9개의 원고를 등재했다.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한국작가에 대한 심도 있는 텍스트를 접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모든 기사를 번역할 여력은 안 되지만, 인터뷰 코너만큼은 한영 병기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글로벌’을 지향하기보다는 아시아 비서구권 제3세계 트랜스 등의 다른 글로벌과 연대하고 미술현장의 아젠다를 공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의도다.” 다가오는 6월 7일에는 합정지구 주관, 아그라파 소사이어티 기획으로 김아영 작가의 렉처 <사변적 픽션은 예술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