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의 경계에서
전시공간 ‘os’가 후암동에 새로 문을 열었다. 젊은작가들과 함께 끊임없이 변모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 조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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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윤 <,babe,> 카페트, 클램프, 튜프 클램프, 철, 스프레이, 카페트 털 220×292×62cm 2018_유학 당시, 체류 비자 문제에 부딪힌 작가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자 느린 행정 처리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No Worry”라는 역설적 메시지를 카페트에 새겼다.
‘os’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임진호 큐레이터는 out_sight와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줄임말이자, ‘operation system’이라는 뜻을 동시에 함축한다고 밝혔다. 아웃사이트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왔던 주요 전략은 공모나 오픈콜이 아닌 꾸준하고 성실한 리서치. “아웃사이트는 기존의 제도적 시야 바깥을 탐색하며,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주목해 왔다. 미술계 내에서 보이는 것만 되풀이해서 보이고, 기회가 주어지는 이들의 범주가 넓지 못한 상황이 못내 아쉬웠다. 특히 ‘공모’ 제도가 표방하는 투명성 이면의 불투명성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os를 꾸려나갈 운영 방침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더 투명하고 공평해 보이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기보다, 차라리 우리가 생각하기에 좋은 미술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려 한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예고했다. 한편, os는 작가에게 공간 자체에 더욱 깊숙이 개입하도록 요청한다. “정방형에 가까운 모양새를 갖춘 기존의 아웃사이트와 비교해 독특한 구조를 가진 os에서 작가들이 공간 요소요소를 적극 활용(operating)하며, 저마다의 세계(system)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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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윤 개인전 <You Again>전 전경 2019 os
개관전은 런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현정윤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작가는 전시의 제목 <You again>에 대해 “환상적이지도 마냥 암울하지만도 않은, 그저 반복해 맞이하는 내일을 향해 ‘또 너냐’라며 내뱉는 중얼거림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패배의식과 소위 ‘정신승리’의 자세가 묘하게 뒤섞인 오늘날 청년세대의 태도를 유머러스하게 드러낸다. 한껏 구부러지고 뭉쳐진 조각들의 재료 또한 기묘하다. 원래 평면을 전공했던 작가가 유학길에 오르며 조각을 처음 시작한 덕분에, 오히려 정통의 조각 문법에서 벗어난 기법을 체득한 것. 이를 테면 <“I know”(with a sigh)>의 경우 주로 주형틀로 사용되는 실리콘을 주재료로 독특한 물성을 만들어 냈다. 작가는 일상 속 사소한 오브제를 작업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석고로 만든 자동차 모양의 물체에 바퀴 대신 도어스토퍼가 달린 <On My Way>는 어느 방향으로도 나아가지 못하지만 ‘아무튼 가는 중’이라며 스스로를 자조함과 동시에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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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윤 <On My Way 1,2> 2019
os는 올 한 해 동안 젊은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현정윤에 이어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강나영과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사업-최초예술지원>에 선정된 김효재 양윤화가 차례대로 개인전을 연다. 서로 다른 관심사와 시각을 가진 작가들과 함께 끊임없이 변모해 나갈 os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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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외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