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의 아트 파워
프랭크 게리의 한국 첫 건축물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개관을 기념해 자코메티의 조각 8점을 선보였다. / 조현대 기자

청담동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외부 전경_ 캐나다 출신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비정형의 건축 디자인을 시그니처로 삼아 지난 60여 년 동안 국제적 건축가로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작으로 루이비통재단 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LA 월트디즈니콘서트홀 등이 있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Espace Louis Vuitton Seoul)이 문을 열고 개관전으로 루이비통재단 소장품 전시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10. 31~2020. 1. 19)를 개최했다. 청담동 기존 플래그십 매장이 위치했던 자리에 세워진 건물의 외관은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 (Frank Gehry)가 디자인한 것이다. 그가 지난 2014년 파리 외곽의 루이비통재단미술관 설계하며 선보인 건축 재료와 디자인적 요소를 일부 재도입했다. 동시에 한국 18세기 대표적인 건축물 수원 화성의 상층부 구조와 부산 동래학춤의 유려한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유리와 스틸 파이프를 재료로 특유의 기하학적 외형의 건물을 완성했다. 프랭크 게리의 한국 첫 건축물이기도 하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4층 내부 전경
건물 1~3층은 루이비통의 의류 및 잡화를 판매하는 쇼룸으로, 4층은 전시장으로 꾸며져 있다. 내부는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터 마리노(Peter Marino)가 따로 도맡았다. 유리 파사드 바로 뒤쪽 공간은 3층 높이까지 층 구분 없이 공간을 터 높다란 층고를 자랑한다. 또한 매끈하고 반짝이는 금속 재질로 마감한 엘리베이터 내부는 끝없이 공간이 확장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건물 내 곳곳에는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총 14명 작가의 평면 및 조각작품 17점을 골고루 배치해 놓았다. 4층 전시장 앞으로는 자연광이 다채로운 모양과 각도의 유리 외벽을 투과해 들어오며 만들어 내는 현란한 빛의 풍경이 펼쳐진다. 해당 공간에서는 프랭크 게리가 설계 단계에서 완성한 에스키스와 루이비통재단에서 진행했던 여러 전시와 프로젝트의 도록들을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가 마련되어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전 전경 2019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4층
개관 특별전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루이비통재단이 소장한 자코메티의 대표작 8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뮌헨 도쿄 베이징 등 세계 곳곳의 에스파스 루이비통을 순회하며 재단 컬렉션 중 미공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프로젝트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의 일환이기도 하다. 자코메티는 1920년대 중후반 입체주의의 영향과 초현실주의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던 시기를 지나, 2차 세계대전 이후 그의 시그니처인 깡마르고 길쭉한 인체 조각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생전 자코메티는 자신의 후기작 주요 테마를 ‘서 있는 여인’ ‘걷는 남자’ ‘장대 위의 두상’으로 제안한 바 있다. 이번 전시 출품작 또한 특유의 기법과 주제가 뚜렷한 후기작 위주로 구성됐다. 그중 가장 큰 스케일의 <키가 큰 여인Ⅱ>(1960)는 그가 여성 누드를 다룬 마지막 연작 중 하나다. 극단적으로 길고 얇게 표현한 인체의 형상 안에서 신체의 굴곡을 미묘하게 표현했다.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모습은 참혹했던 전쟁 이후 스스로 인간성을 되찾고 다시 일어서야 했던 당대 인류의 심리적 상황을 은유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전 전경 2019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4층
이후 스스로 인간성을 되찾고 다시 일어서야 했던 당대 인류의 심리적 상황을 은유한다. 반면 <걸어가는 세 남자>(1948)는 세 남자가 마주치지 않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통해 다시 활기를 찾아가던 도시의 분위기를 동적으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전후 세계를 복구하기 위해 애썼던 당대 인간 군상의 에너지를 반영하는 동시에 파리에 거주하던 작가 자신이 느꼈던 고독감을 나타내며 실존의 문제로 나아갔다. <남자 두상(Lotar)>(1964~65) 연작은 모든 인물을 고정적이고 동일한 형상으로 치환해 묘사하던 이전의 방식에서, 한 인물의 여러 초상화를 합해 그의 특징을 포착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알려 준다. 손으로 빚은 질감과 부식되고 떨어져 나간 신체 부위가 강조된 두상과 흉상들은 작가의 마지막 모델이 되었던 사진가 엘리 로타르(Eli Lotar)라는 인물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