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송은미술대상>
<제19회 송은미술대상>전이 열렸다. 대상은 권혜원, 우수상은 곽이브, 이은실, 차지량이 받았다. / 조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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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2019 송은미술대상>전 수상작가 차지량, 이은실, 곽이브, 권혜원.
<제19회 송은미술대상>전(2019. 12. 21~2. 15 송은아트스페이스)이 열렸다. 2001년 출범한 송은미술대상은 2011년부터 예선과 본선을 거쳐 작가 4명을 선발, 전시 형식의 최종 심사를 통해 대상 작가 1명과 우수상 작가 3명을 가려내왔다. 선발 작가 전원에게 ‘송은-델피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대상 수상 작가에게는 2년 이내에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번 송은미술대상에는 곽이브, 권혜원, 이은실, 차지량이 이름을 올렸다. 김현정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는 심사평에서 선정 작가 4인의 공통점으로 “작업 전체의 규모나 형식을 통한 관심사의 확장, 그것에 따른 도전과 실험,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는 관심사에 대한 치열함”을 꼽았다. 이 중 대상을 수상한 작가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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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원 <다정하게, 더 다정하게> 2019(앞), <유령과 괴물들의 풍경> 2019(뒤) _권혜원의 출품작은 용암, 지구, 곰팡이 등 인간이 아닌 존재와 상호작용하며 인간과 비인간 사이 관계의 감각을 상상, 실험한다.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주인공은 권혜원. 그는 특정 장소에 대한 비가시적 역사를 재구성해 드러내는 영상을 주로 만들어왔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영상 <유령과 괴물들의 풍경>(2019)과 <다정하게, 더 다정하게>(2019)는 제주도의 용암 동굴에 대한 관심과 체험에서 비롯되었다. <유령과 괴물들의 풍경>은 태초에 동굴을 만들어낸 용암, 이곳을 거주지로 삼았던 사람들, 그 위로 아스팔트를 덮어 공항을 지으려는 자본가, 영겁의 시간 동안 동굴을 스쳐간 수많은 생명 등 시공을 초월해 소환시킨 존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정하게, 더 다정하게>는 어두운 전시 공간의 벽과 바닥을 향해 영사되는데, 비정형의 아크릴 프레임을 투과시키는 등 형식적 실험을 시도했다. “영상이라는 매체가 우리의 시간적, 공간적 경험에 개입해 이를 변형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 무빙 이미지는 물질적인 요소와 비물질적인 요소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실험실과 같은 공간이다.”(권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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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이은실 <은폐된 배란> 2019
아래 · 곽이브 <스몰과 라지 사이-분홍천장> 2019
곽이브의 <스몰과 라지 사이>(2019)는 도시 환경에서의 감각적 경험을 페인팅, 프린팅 등 2차원의 평면 매체를 경유해 해체시킨 다음, 이를 다시 3차원 전시 공간의 구조적 특징들을 참조해 재조합했다. 7개의 개별 작업물로 구성된 작품은 “어긋난 물리적 크기와 규모, 시공간의 사이”를 이동하며 일상에 새로운 속도감을 부여한다. 이은실은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활용해 금기시되는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서 전통매체와 한국사회의 보수성을 동시에 깨트린다. 가로 5m 길이의 대작 <Bionic Penis, Press the Button!>(2019)은 현대인의 권력욕, 과시욕을 괴이한 모양새의 성기를 매단 호랑이에 비유한다. <은폐된 배란>(2019)은 반쯤 닫힌 미닫이문이 가리고 있는 메자닌 공간에 설치되어 관음증적 욕망을 건축적으로 형상화한다. 차지량은 부조리한 시스템에 주목해 실천적 요소가 가미된 미디어 작업을 지속해왔다. 5채널 영상 설치 <떠나려는 사람만이 모든 것을 본다>(2012~19)는 2012년부터 이어지는 여정의 순간들을 편집해 담았다. 영상은 마치 여객기 내부를 연상시키도록 조성된 공간에서 창을 통해 기체 외부의 풍경을 바라보듯 재생된다. 동시에 작가는 자신이 머물렀던 장소를 배경으로 작곡한 연주곡을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재생하며, 스스로 삶의 궤적을 점검하고 이를 관객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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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량 <떠나려는 사람만이 모든 것을 본다> 20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