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술, 이론과 현장
2020 / 03 / 23
유럽 현대미술의 현재와 이론적 기반에 대한 두 권의 책이 발간됐다. / 조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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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혜, 『창조의 제국: 영국 현대미술의 센세이션, 그리고 그 후』(바다출판사, 2019)
두 권의 미술 관련 저서가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됐다. 10년 만에 개정증보 2판으로 돌아온 『창조의 제국: 영국 현대미술의 센세이션, 그리고 그 후』와 1993년 미국에서 첫 발간 후 17년이 지나서야 번역되어 나온 『눈의 폄하: 20세기 프랑스 철학의 시각과 반시각』이 바로 그것.
『창조의 제국』의 저자 임근혜는 영국 골드스미스와 레스터대학교에서 수학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전시2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 책은 10년 전 초판 발간 당시 영국 현대미술을 생생히 소개했다. 데미안 허스트, 마틴 크리드, 채프먼 형제 등 yBa(young British artist) 출신 작가들의 성공과 그 자양분이 되었던 영국의 문화사적, 제도적 상황 등을 짚어나간다. 특히 화력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테이트모던, 게이츠헤드의 지역 경제를 되살린 공공 조형물 <북방의 천사> 등 현대미술을 통한 성공적인 도시 재생 사례를 들며, 영국 사회가 실천했던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주목한다. 이번 증보판에 새로 추가된 16장 ‘창조의 제국, 그 후’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 현대미술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최근 영국은 보수 정권이 득세하며 예술에 대한 공공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미술 시장의 양극화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비영국인에 대한 차별적 정책이 예상되는데, 그간 다국적 출신 작가를 포용하며 다원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성장했던 영국 현대미술의 불확실한 미래가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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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제이, 전영백 외 역, 『눈의 폄하: 20세기 프랑스 철학의 시각과 반시각』(서광사, 2019)
『눈의 폄하』는 UC버클리 역사학과 명예 교수 마틴 제이(Martin Jay)의 저서 『Downcast Eyes: The Denigration of Vision in Twentieth-Century French Thought』를 홍익대학교 미술사학과 전영백 교수의 주도로 이승현, 안선미, 최정은, 강인혜, 김정아, 황기엽 등 총 7명이 공동 번역했다. 약 4년에 걸쳐 번역, 출간된 책은 총 832쪽의 방대한 분량에 역자 서문과 서론, 결론 등 10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저자는 20세기 프랑스 철학을 중심으로 서구 지성사에서 시각중심주의와 반시각주의 담론의 흐름을 역사, 철학, 예술 등 학문 분과를 가로지르며 서술한다. 고대부터 중세, 근대까지 서구 시각중심주의의 흐름을 개괄한 다음(1~2장), 니체와 베르그송의 시각중심주의에 대한 도전(3장), 초현실주의의 해방적 시각과 바타유의 이성에 대한 폐기(4장)를 언급한다. 이어 사르트르의 상상력을 통한 지각의 해방,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반(反)시각중심주의 담론을 소개하고(5장),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 내 반시각적 사유,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비판을 다루며(6장), 푸코의 권력과 감시의 시선, 기 드보르의 스펙터클 사회에 대한 시선이 갖는 위험성을 고찰한다(7장). 68혁명 이후 메츠의 영화에 대한 기호학적 해석과 바르트의 사진론(8장), 데리다의 해체주의와 이리가레이의 페미니즘의 시각적 주체에 대한 비판(9장), 리오타르와 유대적 반시각주의의 윤리성을 고찰하는 레비나스의 사상을 소개하며 마무리된다. 전영백 교수는 “시각과 반시각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다양한 사상들을 꿰고 있기에 (…) 이후 포스트모던 아트가 미적 숭고를 지향한 눈의 미학에 반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근거를 사상적으로 알 수 있다”며 미술이론서로서 본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