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미술관
BGA는 미술작품을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이다. 매일 밤 11시, 하루 한 점의 그림이 구독자를 찾아간다. / B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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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 구독 어플리케이션 BGA 홈페이지와 작동 화면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2001)에서 물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그 가치를 추구하여 ‘접속’하는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이러한 그의 예언에 화답하듯 오늘날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구독하다’라는 동사 앞에 위치하는 목적어의 다양성은 이러한 양상을 방증한다.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는 지난 세기적인 형태를 넘어서, 영화(넷플릭스)나 시(詩요일)뿐만 아니라 레시피, 식재료, 강연, 피트니스까지도 구독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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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큐레이터 추성아가 공동운영한다.
‘백그라운드 아트웍스(Background Artworks, 이하 BGA)’ 또한 구독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스타트업 어플리케이션이다. 우리가 주력하는 분야는 ‘미술’이다. BGA는 BGM(background music) 같이, 일상생활을 배경으로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줄 미술작품들을 제공한다.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막상 몸을 움직여 전시장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BGA는 이러한 현실에 주목한다. 앉은 자리에서 미술작품을 작품을 콘텐츠화하여 발행하는 것이다. 반 고흐, 렘브란트, 고야 등이 그린 명화부터 동시대 젊은 작가의 작업까지 앱에서 감상할 수 있다. 매달 아트 프린트를 받아 보는 컬렉터스 플랜도 있다. 좋아하는 한 점의 작품이 피그먼트 프린트로 제작되어 한 달에 하나씩 구독자를 찾아간다. BGA에서 추천하는 ‘이달의 작품’을 배송받거나, 자신의 취향에 따라 직접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
미술을 난해하다고 생각하거나 멀게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도 준비되어 있다. 매일 발행되는 그림에 덧붙여, 이에 대한 에세이와 설명을 동봉하는 것이다. 에세이의 경우 소설가, 시인, 비평가, 방송 작가 등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필자들의 미술작품 감상문이다. 모두를 겨냥하는 이 미술 구독 플랫폼은개별 작업을 짧은 글과 매개하여 핸드폰 액정 안에서 읽어낼 수 있는 독자적인 이미지 자체로서, 유연하고 느슨하게 감상하는 관람자(구독자)의 태도를 지향한다. 작품에 대한 단상을 짤막히 쓰는 ‘감상 노트’를 꾸준히 적어 혼자만 보는 그림일기처럼, 또는 공유하여 함께 나누는 소셜미디어 피드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BGA는 음악이나 영화 같이 우리의 생활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작품을 마주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미술 감상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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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BGM)처럼 누구나 쉽게 미술을 접하도록 기획했다.
미술관과 갤러리, 소규모 독립 전시 공간 등 물리적인 장소에서 ‘전시’라는 형태로 관객을 기다리던 동시대미술은 이제 새로운 채널에서 초 단위로 끊임없이 정보를 갱신하며 실시간으로 소비된다. 오늘의 전시 관람과 작품 읽기의 패러다임은, 실재하는 ‘작품’이라는 물질적인 원본과,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비물질적 정보 사이 어딘가에서 작동한다. 오늘날 매체 환경에 발맞추어 쾌적하고 용이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일은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