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의 위기 관리법
2020 / 11 / 02
제3회 코리아리서치펠로우가 온라인에 공개됐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예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 김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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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을 것들에 관하여’로 발표한 독립 큐레이터 박재용.
팬데믹 이후 예술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2020코리아리서치 펠로우: 10×10(이하 KRF)이 10월 1일(목)부터 14일(수)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벤 비커스, 멜라니 뷜러, 아이리스 씬루롱, 필립 지글러, 로리천, 미샤 큐발, 나산 투르, 다니엘 무지추크, 나탈리 벨, 야스민 오스텐도르프, 박남희, 박재용, 서진석, 신보슬, 심소미, 유진상, 정세라, 채은영, 최윤정, 추성아 등 국내외 미술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매칭된 국내-해외 큐레이터의 영상이 공식 웹 사이트와 유튜브에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미술인 20명이 당면한 이슈와 그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급변하는 미술계 지형을 진단했고 미술은 어떤 미래를 상상(해야) 하는지 짚어냈다.
KRF는 각 참여자에게 다섯 가지 공통 질문을 던지고 그에 맞는 답변을 자유롭게 전개하도록 했다. 단독 혹은 대담 형식으로 촬영된 영상은 다음의 지점들을 폭넓게 포괄했다. ‘문화예술은 국경을 초월하고 경계를 가로지르며 사람들을 연결해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팬데믹이 야기한 단절의 시대에 요구되는 협업의 형태는 무엇인가?’,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된 상황이다. 예술의 비물질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할 만한 디지털 전략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염병에 대한 최소한의 물리적 예방 조치로 시행 중이다. 다양한 사회적 경험이 개인화된 경향을 보인다. 앞으로 예술의 형태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과거의 질서, 통념, 규칙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예술에서의 우선순위에도 변화가 있을까?’, ‘정부와 기업은 팬데믹 이후의 문화예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는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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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이 되버린 불안감’을 다룬 네덜란드 출신 그린아트랩얼라이언스 설립자 야스민 오스텐도르프.
참여자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먼저, 세계적인 감염병의 발발과 확산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듯 예술이 어떤 형태로 변모해 나갈지 속단할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질병, 팬데믹, 단절은 분명히 삶과 예술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예술이 이전과 다른 감각을 수용, 변용, 적용하리라 판단했다. 또한 현 상황을 심각한 고립 상태로만 단정하지 않고 과거의 오류를 돌아볼 시간, 더 건강하게 성장할 기회로 여겼다.
한편 독립큐레이터 박재용은 “앞으로 한쪽에서는 더 많이 물리적인 형태를 추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물질 세계를 단순히 디지털로 재현하는 수준을 월등히 넘어서게 될 것”이라 구분했다. 실제 다른 참여자들의 담화도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뉘었다. 일부는 디지털 전환의 한계를 인지하며 “느리고 작게 그리고 불편하게”(임시공간 디렉터 채은영)를 말했고, 오히려 “균사체, 즉 버섯 연계망처럼 행동하는 전략적 연합을 고려하며 변두리에 집중”(그린아트랩얼라이언스 설립자 야스민 오스텐도르프)해 로컬과 생태 기반의 활동이 확대될 것이라 예측했다. 다른 참여자들은 선진 기술의 파급력과 디지털의 상호 보완적 성격에 주목했다. 특히 서펜타인갤러리 기술총괄책임자 벤 비커스는 “최신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방대한 영향을 미치고 하위 곡선을 그리는 순간에, 예술인이 뒤늦게 기술을 사용하던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술 발달의 초기 단계에 참여해야 또 다른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기술의 선제적 활용을 주장했다.
방식보다 목적에 방점을 찍어 디지털로의 이주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중국 독립큐레이터 아이리스 씬루롱은 “현장에 있다는 느낌, 누군가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어떤 방식이든) 그것이 미술의 영역”이라 언급했고, 타이베이현대미술관 관장 로리천은 “박물관 운영의 목적은 전시, 보존, 연구, 교육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과 접근 방식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 강조했다. 프란스할스미술관의 현대미술 큐레이터 멜라니 뷜러는 “공공 기관인 미술관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재고하고 비즈니스적 사고방식이 전시 운영과 대중 소통으로 이어지는 접점을 고민해야 한다”며 인터넷의 상업성을 간과해선 안 됨을 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