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모두’의미술관을꿈꾸며

2020/12/07

2023년 개관 예정인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사전 프로그램을 열고 공동체적 비전을 발표했다. / 조현대 기자

https://cdn.sanity.io/images/m65sjp4q/production/dc60e6c4261ff5da4877e4ac2e1231369f4737d4-500x334.jpg

11월14~15일진행된<미술관은누구에게열려있는가>프로젝트.

장애인의 미술관 방문 여정은 험난하다. 길바닥의 점자 보도블록은 제멋대로 깔려 있고, 어찌어찌 찾아오더라도 점자 안내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는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개관 사전 프로그램 <언젠가 누구에게나>(11. 11~22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의 <시설 접근성 워크숍>으로 확인한 사실이다. 미술관은 장애인을 수용할 수 있을까? 나아가 여러 사회적 소수자를, 그리고 전통 매체를 벗어난 미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2023년 금천구에 개관 예정인 서서울미술관. 이번 사전 프로그램은 새로운 미술관의 정체성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미술관 접근성 확대, 뉴미디어 교육, 건립 및 수집 방향, 아시아 지역 간 연대 가능성 등 총 4개의 과제를 다루며 ‘모두에게 열린 미술관’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미술가, 무용가, 건축가, 공학자 등 50여 명(팀)이 참여하는 전시, 워크숍, 포럼으로 구성되었다. 활자와 점자를 함께 인쇄한 리플릿은 시각 장애인 관객을 위한 섬세한 이정표였다. 계단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관객을 위해 미술관 앞뜰에서 건물 입구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의 임시 통로이자 설치작품 <천천히 우회하며 오르는 길>을 선보였다. 향후 미술관 건축의 대안이다.

https://cdn.sanity.io/images/m65sjp4q/production/f33fc124843290575cdc5ca97aade174631682df-500x282.jpg

서울시립서서울미술관렌더링이미지.

새로운 세대는 늘 최신의 미디어를 언어 삼아 소통한다. 공교육 과정에도 영상 편집, 코딩 제작이 포함되는 등 국가적으로도 미디어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고등작가: 구름 너머의 고도>에서는 이미 뉴미디어를 체화한 10대 청소년을 예술 창작의 주체로 초대했다. 교육자, 예술가와 협업해 미디어작품 제작을 시도했다. 주제는 ‘이주와 난민’. 이주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금천구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했다. 서서울미술관은 ‘공동체를 구축하는 장소’로서 미술관을 지향한다. 특히 지역 내 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를 포용해 공동체의 범위를 대륙 단위로 확장했다. 포럼 <지역을 재정의하기>에서는 아시아 출신 큐레이터와 연구자가 지역 정체성에 기반한 공동체 구축의 큐레토리얼 방법론을 모색했다. 
한편 미술관의 주요한 기능이자 임무는 작품 소장이다. 최근에는 비디오, 사운드, 퍼포먼스 등 비물질의 작품이 소장품 목록에 오르고 있다. 회화와 조각 등을 토대로 한 기존 소장품 수집 및 관리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럼 <새로운 미디어를 수용하는 미술관>에서는 매체 이론가를 섭외해 미디어작품에 특화된 리서치, 수집, 관리, 보존 등 소장 관련 직무의 패러다임 변화를 짚었다. <작품은 외장 하드에 담아오시면 됩니다>는 작가와 큐레이터가 모여 데이터화된 미술을 어떻게 배송, 전시, 보관해야 하는지 입체적으로 토론하는 자리였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또 다른 분관인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와 사진미술관은 각각 2021년, 2023년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들이 아카이브와 사진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표방한 것과 달리, 서서울미술관은 지역 주민과의 밀접성을 유지하며 총체적 공공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듯 보인다. 이번 사전 프로그램은 일종의 쇼케이스로서, 그간 고민한 미술관의 건립 방향성을 확인하는 첫 무대였다. 그 성과와 의의를 다각도로 분석한 청사진을 현실화해, ‘모든 사람과 예술을 위한 새로운 미술관’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2024.11.01~)
[만료]고흥군청(2024.11.01~2025.01.08)
[만료]한솔제지(2024.11.13~2025.01.08)
아트프라이스(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