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ow] 이불展 in Saint Peterburg
2020 / 12 / 13
유토피아, 꿈꿀 수 없는 실재
<Utopia Saved> 11. 13~2021. 1. 31 마네지중앙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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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개인전 <Utopia Saved> 전경
이불이 러시아에 첫발을 내디뎠다.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광주비엔날레재단과 마네지중앙전시관이 협력한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 것. 전시장은 도시를 건설한 표트르 대제의 대형 동상 바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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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할 의향> 직물, 금속 필름, 폴리우레탄 잉크, LED 조명 외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5~16
이불의 세계관은 사회 운동에 적극 가담했던 부모, 이에 따른 연좌제적 굴레 등 사적 기억과 경험에서 출발한다. 1990년대 후반 여성 신체의 억압을 표현한 퍼포먼스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러시아 아방가르드가 시도했지만 결국 좌절된 근대적 이상주의를 알레고리화한 건축적 스케일의 조각, 설치작품을 선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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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도시 II>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 거울, 전선, LED 조명 가변크기 2014~15_깨진 얼음 조각처럼 배치된 거울이 빛을 난반사해 관객의 공간 지각력을 뒤흔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거울, 스테인리스 스틸, 금속 등 빛을 반사하는 재료로 이상 실현의 도전과 실패를 시각화한다. 거울과 작은 전구를 바닥에 깔아 조각적으로 재구축한 <태양의 도시 Ⅱ>, 힌덴부르크 비행선 폭발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한 <취약할 의향>은 유토피아를 향한 인류의 욕망을 반사한다. 드로잉과 축소 모형도 만나볼 수 있다. 이불은 장엄하고도 덧없는 건축과 풍경의 앙상블로, 어떤 유토피아를 세울 것인가. / 최지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