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요! 『뉴스페이퍼』 발간!
2021 / 01 / 07
미술인 46명이 참여한 신문, 기획자가 말한다 / 『뉴스페이퍼』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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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Issue No. 1』
안녕하세요, 『뉴스페이퍼』 편집팀입니다. 신문 한 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이 신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마구 구겨서 겨울 신발을 관리하거나, 고구마를 감싸거나, 손톱을 깎으려 펼쳐놓을 수도 있습니다. 남은 건 미련 없이 버리겠죠. 그러다 낱말 퀴즈나 오늘의 유머를 발견하면 시큰둥한 호기심으로 잠깐, 유심히 쳐다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조금 다른 상상을 할 수도 있겠죠. 피카소의 신문 조각이나 한나 회흐의 포토몽타주를 떠올릴 수도, 앤디 워홀의 『인터뷰』나 영국 개념미술 그룹 ‘아트 앤 랭귀지’의 동인지를, 솔 르윗의 다이어그램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술가의 맥락 없는 망상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무슨 상관입니까. 신문을 다른 시공으로 향하는 출입구로, 고정된 가치를 흩뜨려보는 실험으로, 당대 문화의 탐닉으로, 물질에 종속되지 않는 사고의 확장으로 읽겠다는데.
질문해봅니다. 눈앞의 신문지 뭉치를 당대적 이미지이자 물질로 본다면, 회화나 조각 같은 미술작품이나 퍼포먼스의 도큐멘테이션으로 인지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한물간 종이 신문에 당대의 시간을 겹쳐보는 시도는 어떤 유의미함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전례 없는 전염병으로 모든 게 멈춘, 그래서 온라인과 비대면의 열망으로 가득 찬 오늘날 이 망상은 희미하게 존재하다 결국 사라지게 될까요. 『뉴스페이퍼』는 총 46명의 참여자가 기고한 텍스트와 이미지를 ‘신문’으로 발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신문은 특정한 지리적, 시간적 조건을 공유하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제한된 형식으로 배치합니다. 편집팀(권혁규, 허호정)은 이 신문을 객관적 거리, 목적론적 시간, 인과와 법칙이 교차하는 공간이자 우발성과 새로움, 픽션이 옹호되는 비동일성의 세계로 인지하며 2020년 현재를 일종의 역사로 (재)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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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Issue No. 1』
참여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기사, 사설, 논평, 광고, 삽화 같은 신문의 형식으로 변주합니다. 정치 스캔들, 사회 문제 등 공공의 이슈부터 여행, 음식, 쇼핑, 건강, 취업, 연애, 결혼 같은 지극히 개인화, 파편화된 이야기까지 다양한 오늘을 첨예하게 기록합니다. 또 전체를 교란시키는 망상과 농담으로 전달합니다. 각 텍스트와 이미지는 휘발돼버리는 뉴스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는 당대적 기호로 오늘을 보다 분명한 지평에 위치시킵니다. 그렇게 『뉴스페이퍼』는 주관적 의견, 반응이 뒤섞인 글과 이미지에 관조의 거리를 회복시키고, 망각의 자리를 대신할 매듭을 상상합니다.
『뉴스페이퍼』는 완결되지 않은 현재, 2020년의 소동을 기록합니다. 오늘에 입장하는 다양한 방식을 수집하고, 분명히 정의되지 않은 동시대를 증언하고, 그 선명한 징후로서 개별 주체를 고찰합니다. 마스크를 쓰는 게 새로운 일상이 된 오늘, 우리는 여전히 일하고 공감하고 슬퍼하고 분노합니다. 현재의 징후이자 전초로서 개인에게 망각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빠르게 흐르는 오늘의 역사는 늘 개인에게 발견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프로젝트는 펼쳐진 지면에서 오늘의 형태를 포착합니다. 신문의 글과 이미지를 표면의 조건을 뚫고 들어가 의미와 형상을 남기는 행위의 흔적으로 간주해보면 어떨까요. 부피와 질량을 갖게 된 『뉴스페이퍼』를 읽는 독자가 오늘의 자리를 확인하고 그 내밀한 속성에 틈입하는 장면을 상상해봅니다. 언제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는, 쉽게 배포 수집, 심지어 폐기 가능한 『뉴스페이퍼』가 동시대 속성과 연동되어 단순히 읽어 내려가는 문자와 이미지가 아니라, 오늘과 다양한 관계를 가설하고 나름의 기록과 논쟁, 역사를 축적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