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ow] 리넷 이아돔-보아케展 in Düsseldorf
2022 / 01 / 19
작곡, 암호, 수수께끼
<Lynette Yiadom-Boake> 2021. 10. 16~2. 13 쿤스트잠룽N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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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넷 이아돔-보아케(1977년생)는 가나 혈통으로 런던에서 태어난 흑인 화가다. 스크랩북, 사진, 드로잉에서 수집한 인물의 이미지를 빠른 필치로 재구성한다. 독일에서 리넷의 첫 미술관급 개인전이 열렸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쉬고, 걷고, 바라보고, 춤추고, 웃고, 대화하는 사람들은 모두 허구의 존재다. 작품의 배경인 집 안, 무용 연습실, 해변 혹은 단순히 밝거나 어두운 공간도 마찬가지. 심지어 이들이 착용한 의복마저 특정 시대를 가리키지 않는다. 그림이 어떤 상황을 재현한 건지, 이들은 누구인지 맞춰보라는 듯 수수께끼를 낸다.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을 “작곡, 암호, 수수께끼”라고 설명한다. 덕분에 그의 작품은 유색 인종을 둘러싼 사회 정치적 맥락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작가는 그보다 화면을 채우는 색과 구성, 인물의 제스처, 빛의 방향 등 회화의 기본 요소를 중요하게 내세운다.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이아돔-보아케는 직접 쓴 시나 에세이를 자신의 전시 도록에 게재하기도 한다. 그에게 쓰기와 그리기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같으면서도 다른 창작 행위다. “나는 그릴 수 없는 것을 쓰고, 쓸 수 없는 것을 그린다.”
/ 조현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