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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은이어지는가?

2022/03/21

화랑미술제,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개막 프리뷰 / 조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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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야니츠<SpacewiththeSun>리넨에유채,왁스137.1×106.6cm2021 _BAMA쾨닉갤러리출품작.

2021년 국내 미술시장의 분위기는 폭발적이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갤러리 시장 규모는 4,400억 원으로 2020년 대비 164%의 성장률을 보였다. 경매와 아트페어 규모 역시 각각 3,280억 원(183%), 1,543억 원(229%)으로 강세를 이어갔다. 이를 합산하면 2019년과 2020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팬데믹으로 잠시 침체를 겪기도 했지만,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동성 자금이 미술시장으로 유입했고, 쾌락 소비와 리벤지 쇼핑의 트렌드를 따라 미술품의 대체 투자처 및 사치재 성격이 강화됐다.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을 견인한 요소로 온라인 뷰잉룸(OVR) 및 온라인 경매, MZ세대 컬렉터, NFT아트를 꼽았다. “온라인이 단순히 이미지를 관람하는 웹 페이지가 아니라, 관객이 머물 수 있는 제3의 전시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구매자를 불러 모았다. MZ세대 컬렉터층의 등장은 보수적인 미술시장을 혁신했으며, NFT아트는 작가와 테크니션이 흐름을 주도하면서 시장 주체의 다양화를 일으켰다.” 실제로 미술품 온라인 구매의 경우 컬렉팅 기간 3년 이하의 신규 구매자 비율이 82%를 차지했다. 또한 MZ세대는 작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SEOUL) 관람객의 가장 큰 비중인 53%를 차지했고 10명 중 2명이 구매를 했을 정도로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들은 NFT아트의 상승세를 주도한 주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올해 미술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될까? 2022년의 기상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각각 3월과 4월에 개막하는 화랑미술제와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이하 2022BAMA)를 주목해야 한다. 상반기에 열리는 두 행사는 올 한 해 미술시장 흥행의 바로미터다. 2021년 두 아트페어는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았다’. 작년 화랑미술제에 방문한 관람객 수는 2020년과 비교해 3배 증가했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방문객 수보다도 30% 이상 늘었다. 작품 판매액도 2020년의 2배를 웃도는 72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BAMA 역시 6만 명이 방문, 역대 최고 판매액인 65억 원을 경신했다. 이러한 흥행 성적을 바탕으로 안정성과 가능성을 확인한 컬렉터가 더욱 공격적으로 마켓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 첫 아트페어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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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택<StillLife>한지에먹,호분,템페라31×49cm2021_화랑미술제갤러리현대출품작.

먼저 화랑미술제를 살펴보자. 3월 17일부터 20일까지 세텍에서 열리는 화랑미술제는 PKM갤러리 갤러리바톤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갤러리 등 143개의 갤러리가 출사표를 던졌다. 코엑스에서 개최했던 작년과 달리 장소를 세텍으로 옮기면서 수용 가능한 갤러리 규모가 늘었고, 화랑별 작가 수 제한도 풀어 더욱 다양한 부스전을 펼칠 예정이다. 이건용과 유근택, 이배와 같은 블루칩 작가부터 이우성, 장종완 등의 젊은 작가까지 총 800여 명 작가의 4,000여 점이 준비를 마쳤다. 올해 3회차를 맞는 유망 작가 특별전 <ZOOM-IN>도 있다. 공모에 지원한 466명 중 선발된 작가는 김선혁 김시원 김용원 오지은 이상미 이혜진 전영진 총 7인. 전시 기간 중 우수작을 뽑는 투표가 현장과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선정 작가에게는 상금이 수여된다. 관람객 50%, 심사위원 50% 비율의 점수가 반영되는 이번 심사에는 큐레이터나 평론가 중심이었던 작년과 다르게 협회 이사진으로 활동하는 유수 갤러리의 대표가 대거 참여한다. 시장 친화성이 높은 작가를 선발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특별전에 지원한 466명의 포트폴리오는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화랑협회 회원 갤러리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김동현 한국화랑협회 전시사업팀장은 “화랑미술제는 시장성은 낮아도 키아프에선 볼 수 없는 이머징 아티스트를 만나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ZOOMIN> 은 신진 아티스트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갤러리에 소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갤러리에는 신인 발굴 풀을 제공하는 상생의 기획”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다음으로 2022BAMA는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4월 7일부터 1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쾨닉 에스더쉬퍼 가나아트 P21 맨션나인 유나갤러리 등 국내외 주요 갤러리 162곳이 참가를 확정했다. 더현대서울과 합작하여 2월 23일 개최한 프리뷰 행사에는 이예린 양종용 잭슨심 김우진 작가의 작품이 이미 오픈런으로 매진될 만큼 화제를 불러 모았다. 김종원 부산화랑협회 사무국장은 BAMA만이 가진 장점으로 ‘공익성’으로 제시했다. “부산화랑협회는 여타 화랑협회와는 다르게 공익 법인으로 등록되어 있다. BAMA 역시 공익이 우선이다. 현대백화점, LG유플러스와 같은 대기업과의 협업은 부산의 지역 기업, 소상공인과도 연결돼 있다. 미술시장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가 더 큰 비전이다.” 이외에도 친환경을 염두에 두고 행사에 사용되는 부자재의 플라스틱 비중을 절감하려 노력했다고.
BAMA가 마련한 특별전은 총 네 가지. 첫 번째 <블루칩 특별전>에는 미술시장에서 완판 행렬을 이어가는 인기 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김강용 김창열 김태호 박서보 이건용 이우환 이춘환 한영욱 등 국내 작가와 쿠사마 야요이, 안도 다다오, 알렉스 카츠, 우에민준 등 해외 작가의 작품을 출품한다. 국내외 청년 작가를 지원하는 <AGE2030>도 열린다. ‘에이지2030어워드’에 선정된 김유경 배남주 유용선 이기택 이지훈 장승근 정안용 지민경 최세윤 총 10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NFT 특별전>은 NFT아트 거래 플랫폼 닉플레이스와 함께 준비했다. 그라피티아티스트 존원의 작품을 필두로 다양한 NFT아트가 대형 화면에 펼쳐진다. 특히 이번 BAMA에서 판매된 작품의 보증서는 모두 NFT로도 발행된다. 오프라인 작품을 NFT 판매망과 연결하면서 작품 정보 외에도 소장자의 히스토리를 블록체인에 영구 기록, 공유해 거래의 투명성과 컬렉터의 역할 확대를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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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화랑미술제행사전경2022세텍

서진수는 1월에 비해 2월 경매 여세가 주춤했다고 분석한다. 블루칩 작가의 작품은 여전히 완판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비약적으로 늘어난 경매 횟수 때문에 새로운 출품작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탓이다. 2021년 경매는 총 238건으로, 국내 메이저 옥션사는 경매작을 찾기 위해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직거래하거나 ‘제로 베이스’ 경매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화랑협회는 이를 시장 교란 행위로 비판하면서 1월 26일 그동안 금기시됐던 화랑협회 자체 경매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경민 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는 그것만으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진단한다. “협회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굳이 경매 형식을 취해야 했을까. 이제 갤러리는 1, 2차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 주체, 즉 백화점 갤러리와 옥션, 온라인 플랫폼까지 다양한 주체를 받아들여야 한다. 각 주체가 협업하고 교류하면서 대형 갤러리와 기업, 경매사는 공생할 수밖에 없다.”
2022년 한국은 다양한 변수 앞에 놓였다. 5월에 출범할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재산세 과세, 양적 완화의 지속 여부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타격으로 빚어지는 무역 감소까지. 이 모든 불확실성은 지금의 미술시장을 호황으로 일으켜 세운 지렛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불장’은 과연 이어지는가? 그 희망은 두 아트페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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