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Song Dong)展
Wisdom of the Poor (2005-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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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베이징 798예술지구에 위치한 UCCA에서는 중국 예술가 송동의 개인전과 그가 기획자로 참여한 젊은 두 예술가의 전시가 함께 열렸다. 송동은 6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인 <가난한 자의 지혜(Wisdom of the Poor)>를 UCCA 전시장과 복도에 걸쳐 설치하여, 마치 베이징의 한 후통(2환 내에 위치한 옛 골목, 지금은 몇 군데를 제외하고 거의 남아있지 않다)에 와 있는 느낌을 자아내게 했다. 이 프로젝트는 베니스비엔날레에도 출품되어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있으나 중국 본토에서 본격적인 전시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더 많은 공간과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작업한다. 이는 또한 내 생활 전반의 경험과 함께 했는데, 보고도 알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서 이후의 조사 연구를 하기까지, 모두 가난한 사람들의 '피'가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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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 <Wisdom of the Poor> 2005
그는 지난 6년 동안 계속해서 베이징 후통의 낡은 재료들을 수집, 재구성하여 설치하는 작업을 해왔다. 베이징에서 태어나 자란 그의 작품엔 현대 사회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사회주의적 생활 방식을 반영되어 있다. 그는 베이징의 사합원(중국 북부 지방의 옛 건축 양식)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부터 이웃 또는 친구 간에 '권리'를 주고 받는 습관적인 행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다. 사람들이 특별한 방식으로 공공 장소나 집이라는 사적 공간 내에서 점유 혹은 겸양의 관계를 형성하며, 평등한 관계에서는 잘 정돈된 사회 생태 체계를 형성한다는 점에 인상을 받았고, 이를 작품으로 옮겼다. UCCA 책임 디렉터 제롬 샌스(Jerome Sans)는 “송동의 설치 작업은 인간이 지혜로써 개인의 생활 공간을 운영하고 변화시킴을 상징한다. 이 작업은 전체 도시의 모습과 관계를 바꾸면서, 도시 속 향수의 정서까지 품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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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dom of the P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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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의 지혜>는 여러 층으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기지와 교활함, 공교로움과 우회성이 존재한다. 그는 모든 사람들은 태초에 가난했음을 강조하며, 당시의 지혜로부터 현대인의 근본과 존재 방식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난한 상황에서의 지혜는 극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잠재 능력이자 일상 생활에서 표출되는 비범한 창조력이며, 심리적인 쾌감과 가치를 유발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예술은 바로 생활이며, 생활은 바로 예술이다”라는 말로 귀결짓는다. UCCA 또한 “예술은 반드시 생활과 동등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강조하는 장소로 이번 전시에서 관객이 전통적 생활 방식이 현대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남겨진 사유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UCCA의 소 전시장에는 송동이 전시 기획을 맡은 두 젊은 작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주목을 끌었다. 'Curated by...'는 중국의 권위 있는 예술가가 기획을 맡아 신진 예술가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이미 구웬다(Gu Wenda), 수이지안구오(Sui Jianguo) 등 저명한 예술가들이 참여한 바 있다.
이번 송동이 기획한 <Curated bu Song Dong>전은 마치우샤(Ma Qiusha)와 왕샹(Wang Shang)을 각각 지원했다. 두 작가는 모두 80년대 생으로 송동과 22년간 스승과 제자 혹은 이웃과 친구 관계로 인연을 맺어왔으며, 마치우샤와 왕샹은 유년시절 함께 그림 공부를 시작한 사이다. 기획자로서 그는 이런 기묘한 집단 안에서 펼쳐져 온 창작성과 생활 체험을 전시를 통해 구체화시키고자 했다. 이 전시에서 송동은 큐레이터이자 작가로서 활약하고, 마치우샤와 왕샹의 이야기는 송동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전개되는, 일종의 '공생'의 형식을 띈다. 세 개의 개인전이 동시에 하나의 그룹전을 이루기 때문이다. 세 전시의 공통 주제는 '후통'이다. 이는 그들의 성장 과정에 있었던 공통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혀 다른 가정 환경을 거치고 각자 개인적 사고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세 개의 다른 인생을 꾸려나갔고, 또 하나의 시대를 형성했다. 세 전시장에 공통적으로 설치된 송동의 '징두리'는 바로 이러한 배경을 상징한다. 전시는 곧 거시적 안목에서 본 중국식 인간 관계의 발생과 변화에 대한 증거가 되고자 한다.
마치우샤의 <Address>는 여러 매체를 이용해 작가와 가족 사이의 감정과 이해 관계를 나타냄으로써 동시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작가의 영상 작업은 80년대 삶의 축소판이자, 기억의 단편들이다. 왕샹의 작업<Sleuthing>은 작가가 직접 구상한 공상 소설 속 장면을 현실로 구체화시킨 것이다. 카메라, 보석, 벽지 등의 오브제를 통해 인간의 생존 경쟁과 냉정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송동(Song Dong) 1966년 베이징 출생. 수도사범대 미술학과 졸업. 중국 아방가르드 예술과 행위 미술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함. 일상적 오브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작업. 일상과 예술,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등 상반되는 개념에 대한 의미 전복 및 도교적 무념무상 개념을 표현. PACE 갤러리(2010) 뉴욕현대미술관(2009) 등에서 개인전.
마치우샤(Ma Qiusha) 1982년 베이징 출생. 중앙미술학원 디지털 미디어학과 졸업. 뉴욕 알프레드대에서 전자 종합예술전공 석사학위 취득. 인간과 인간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 주목한 퍼포먼스와 영상 설치 작업을 주로 함.
왕샹(Wang Shang) 1984년 베이징 출생. 영국 골드스미스대에서 미술과 현대미술평론학 연구. 예술을 넘어 다윈, 푸코의 영향을 받아 과학과 철학에 심취함. 이후 영국 RCA에서 큐레이터학 석사 학위 취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