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ic Autumn in Beijing #4

2011 / 10 / 05

798예술제

다원-실험

798예술제 현장

무덥고 조용했던 여름을 보내고, 선선한 가을 날씨가 베이징을 뒤덮자 798 예술지구의 화랑, 미술관들은 한층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 9월 24일, 798예술제의 개막을 맞아 많은 화랑이 한꺼번에 오픈식을 진행했다. 올해 798예술제의 주제는 '다원-실험'으로, 예술의 장르를 불문하고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풍성하게 차려졌다. 798예술지구 중 70%의 공간이 참여했으며 이 중 위원회에서 선발한 20여 공간이 동맹전과 테마전으로 최종 선보였다. 참여 전시로는 UCCA의 월리드 베쉬티(Walead Beshty), 리우지엔화(Liu Jianhua), 루양(Lu Yang)(9. 24~11. 20), 타츠오 미야지마(Tatsuo Miyazima)(7. 16~10. 8)) 전시, 페이스갤러리의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 전시(9. 24~11. 5), 핀갤러리의 이용백 전시(9. 24~11. 20), 소카예술센터의 <소카10년 회고전>(9. 24~10. 23) 등이 있다.

이 중 핀갤러리의 이용백 개인전은 개막 당일부터 큰 주목을 끌었다. 80년대 말의 한국 정치사회적 충돌과 민주화 과정의 은유를 멀티미디어 아트를 통해 나타낸 이용백 개인전 <Angelus Novus>는 <피에타>와 <엔젤 솔져>, <브로큰 미러> 시리즈 등, 구작과 신작을 함께 보여준다. 미국계 페이스갤러리에서는 스털링 루비의 첫 중국 개인전 <뱀파이어>가 열렸다. 뱀파이어의 의미를 재해석하여 제국주의와 소비행태 등 사회문화 전반의 모순과 문제에 대해 회화와 조각으로 풀이해 낸다. 색과 형태가 중첩되고 융합되는 레이어들이 형성하는 그의 작품은 고정관념을 뒤엎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다. UCCA에서 열린 네 가지 전시 중 실험예술가로 유명한 장페이리(Zhang Peili)의 'Curated by' 시리즈도 위의 전시들과 마찬가지로 다매체로써 과학과 문화가 중첩되는 연장선상에 있다. 장페이리가 소개하는 루양의 전시  <The Anatomy of Rage>는 중국 불교의 금강상을 차용하여 종교적 본존의 분노와 과학 이론 상의 분노 감정을 기계적 해석으로 상응시킨 것이다. 영상작품 외에도 중국화, 디지털 이미지들을 함께 전시하고, 조도를 이용해 더욱 신비스러운 느낌을 갖게 했다. 이어 메인 통로에 설치된 리우지엔화의 작품과 베스티의 작품도 다원적이고 실험적인 분위기에 동참하였다.

이번 798예술제는 특별사진전을 통해 지난 10년간의 798예술지구 발전사를 회고한다. 사회 각계의 사진 애호가가 선발한 200여 점의 우수작을 전시하여, 옛 군수 공장이 국제적 문화 지역으로 탈바꿈한 순간들을 포착했다. 한편, 798 예술지구 야외 곳곳에서는 예술제를 위해 설치된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었는데, 중국 현대 조각계의 학원파'와 '민초파'가 한데 어우러져 798전체에 또 다른 생기를 부여했다.

탄핑 <흑백목판> 시리즈 2010

기타 베이징 미술계 소식 올 가을, 많은 저명한 예술가가 돌아왔고, 많은 새로운 예술가가 등장했다. UCCA의 'Curated by' 프로그램으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른, 중국 특유의 사제지간 끈끈한 연계는 베이징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사승전(Shisheng-exhibition)'이라 하여 스승과 제자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풍토가 성행하는데, 이번 가을에도 중앙미술학원 조형학부 교수인 탄핑(Tan Ping)의 사승전이 798 시에멘스(Siemens) 예술공간에서 선보였다. 한편, 대형 전시가 많이 선보인 만큼, 학술적인 움직임도 그 어느 때보다 왕성했다. CAFAM 비엔날레에서처럼 정형화된 이론가, 예술가들에 의한 세미나도 있었고, 798등지에서는 새롭게 떠오르는 신진 평론가에 의한 세미나도 활발한 목소리를 내었다. 주제적으로는 사회적 현상에 주목하는 것이 많았고 사회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시각적 예술에서부터 출발, 발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매체적으로는 견고한 회화적 바탕 위에 영상과 설치작품으로 꽃을 피웠다.
중국 예술가들의 예술적 수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베이징은 지난 9월 말 개막한 제 4회 광저우(Guangzhou)트리엔날레와 제1회 청두(Chengdu)비엔날레와 함께 중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중심지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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