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 인터뷰
파리의 엠마뉴엘페로탱갤러리에서 9월 10일부터 11월 12일까지 자비에 베이앙의 개인전 <오케스트라(http://www.perrotin.com/exhibition-Xavier+Veilhan-867.html)>가 진행 중이다. 전시를 맞아 지난 9월 30일 파리특파원인 이화행씨가 엠마뉴엘페로탱갤러리에서 자비에 베이앙(http://www.veihan.net/)을 만나 이번 전시와 작품 세계, 한국에 대한 인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자비에 베이앙
이화행(이하 이)_<오케스트라>전은 어떻게 기획하고 진행하였는가.
자비에 베이앙(이하 자)_나는 전시를 준비할 때 전시공간을 바탕으로 먼저 작품을 구성한다. 이번 전시에는 갤러리 내 8개의 전시장을 사용할 것을 전제하에 준비를 시작했다.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 및 환경에 대한 이해는 나의 작업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번 전시는 화이트큐브인 갤러리와 파리에 위치한 개인 저택인 호텔 파티큘리에(hôtel particulier)의 외관이 작품과 잘 어우러지도록 기획하였다. 예를 들어 <터빈>이라는 작품은 전시장의 계단과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했다. 그래서 전시기획 단계에서 갤러리의 창문을 반드시 열어놓도록 갤러리측과 협의했다. 이번 전시는 마치 누군가의 집에 놀러간 듯한 편안한 느낌을 충분히 살리도록 했다. 그래서 환경도 비교적 이와 유사하게 꾸미려고 했다. 몇몇 작품에는 생화를 꽂아 놓아서 생화의 모습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에 따라 작품에 시간성이 부여되도록 했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다양한 악기로 연주를 구성하듯, 다양한 성격의 작품이 어우러지도록 함께 구성하였다. 연주에서 무대와 관객이 있는 것처럼, 이 전시에서 관람자의 역할을 중요하게 설정했다. 이렇게 테마를 선정하고 갤러리와 나의 팀이 함께 협력하여, 약 6개월 동안 준비했다.

<모뉴멘트> 폴리우레탄, 목재, 스틸, 물감, 징크, 인조가죽, 생화와 나뭇가지 225×815×540cm 2011
이
_주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자
_<모뉴먼트>라는 작품은 원래 야외에 설치할 것을 목적으로 제작했다. 소파처럼 작품에 앉을 수 있도록 쿠션도 만들었다. 비를 맞아도 되는 재료로 제작했다. 또한 조각상들은 다양한 고전 조각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이 작품은 마치 커다란 배를 타고 항해하는 모습처럼 만들었다. 나는 고전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의 시대성을 담은 역사적 도상들을 재해석하여, 동시대에도 공존할 수 있는 작업을 한다. 한 예로, 르네상스 시대 다비드상의 받침대는 도널드 저드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이를 위해서 도널드 저드의 작품의 정확한 규격을 측정하여 재현하였다. 결국, 고전과 현대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시간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를 한 것이다.
모빌 작품의 경우, 남녀노소가 직접 만져보고 작품을 만질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작품을 보는 사람이 직접 작품을 통해 신체적인 접촉 및 경험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의 작품은 작품 자체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고 접하는 관람자의 실제 경험을 통해서 비로소 완성된다. 작품이 보는 이에게 어떤 인상을 줄 때, 비로소 작품의 역할을 다하게 되는 것이고 생각한다. 혹자는 내가 모빌 작업을 자주 하니까, 칼더의 영향을 받았냐고 묻곤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마치 초상화 작업을 한 작가에게 램브란트에게서 영감을 받았냐고 묻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칼더는 모빌이라는 장르를 열어 준 작가이다. 하지만 모빌이라는 장르는 너무나 무궁무진하기에 칼더에 국한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크로키> 2011
이_퐁피두에 전시 되어 있는 빨간 코풀소와 베르사이유 전시의 보라색 마차가 인상적이었다. 작품에서 색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자_아마도 내가 모노크롬을 주로 사용하기에, 색상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 것 같다. 만약 내가 다양한 색상을 사용했다면 이런 질문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작업을 할 때, 색상에 대한 연구를 하는데, 이 때 주로 작품에 생명력을 주는 색상을 선택한다.
이_작품관이 있다면? 평소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자_나는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정신적인 연구만큼 물질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테크닉에도 대등한 중요성을 부여한다. 팀과 함께 작업하는데, 아이디어를 구상해서 크로키를 한 뒤, 이를 바탕으로 설계도 등 세밀한 작업을 한다. 이에 따라
기술적인 부분과 제작 가능성을 검토하고 진행한다.
베르사이유 궁전 전시 때의 마차라든지, 이번 전시의 배 작품은 사람이 직접 작품 위에 앉거나 들어가는 것이라 견고성을 고려해야 했다. 나는 관람자가 작품과 직접 접촉하고 경험하는 것을 유도한다. 그러면서 예술의 장벽이 허물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
이_예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자_한국은 다이나믹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한국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 및 아시아 방문이 잦은 편인데, 갈 때 마다 편안함을 느낀다. 한국 사람들이 라틴계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즉흥적이고 감정표현을 잘 한다. 한국에서 나의 작품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나의 작품이 어떻게 한국 컬렉터들에게 어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품과 예술을 통해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었지만 그 외적인 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은 쉽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의 문화에 차이를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한국 사람들은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번 11월에 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벌써 기대가 된다.
Galerie Perrotin 76, RUE DE TURENNE
www.perrotin.com(http://www.perrotin.com/)
자비에 베이앙
www.veihan.net(http://www.veihan.net/)
<작업 중>, <크로키> ©diane arques © Veilhan / ADAGP, Paris, 2011
<모뉴먼트>©FlorianKleinefenn ©Veilhan/Adagp, Paris, 2011
Courtesy Galerie Perrotin,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