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부스展
The Sea is Represented by an Irregular Shape
2011. 12. 11 ~ 2012. 1. 21

관객이 참여하는 시 읽기, 아크릴 페인팅, 사운드 퍼포먼스, 비디오 퍼포먼스가 동시에 이루어진 멀티미디어 작업 <신은 바다로 재현된다> John Sisson, Jr./ Sisson Photography (c)2012
이스트 가필드 파크에 위치한 갤러리/프로젝트 스페이스 데브닝프로젝트 + 에디션(Devening Project + Edition)은 지난 1월 14일 퍼포먼스 <신은 바다로 재현된다 (God Is Represented by the Sea, 이하 GRBTS)>를 선보였다. 마크 부스(Mark Booth)의 개인전 <바다는 불규칙한 모양으로 재현된다(The Sea Is Represented by an Irragular Shape)>전의 일부로 진행된 GRBTS는 시 읽기, 아크릴 페인팅, 사운드 퍼포먼스, 비디오 상영이 동시에 이루어진 멀티미디어 작업이다. 오후 2시에 시작된 퍼포먼스는 2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시를 읽는 퍼포먼스가 길어짐에 따라 5시 반 즈음 마무리됐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람객들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여타 작품들과는 달리, 작가 마크 부스는 관람객들이 중간에 자리를 뜨거나 늦게 도착해도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보아 줄것을 미리 팸플릿에 명시해 놓았다.
GRBTS는 12명의 참여자들이 부스의 창작시를 한 줄씩 읽는 시 읽기 퍼포먼스가 중심을 이루었다. 참여자들은 2명씩 짝을 이루어 588줄의 시를 한 줄씩, 또박또박 읽어나갔다. 한 여성 참여자가 첫 번째 줄을 읽으며 퍼포먼스의 시작을 알렸다. “God is represented by the Sea.” 옆에 앉은 참여자가 다음 구절을 읽으며 이를 이어 받았다. “The Sea is represented by the Sea." 이들의 파트가 끝나자 다음 팀이 테이블을 차지했다. 이처럼 첫 이전 구절의 일부를 반복하며 계속되는 짧은 문장들은 순환을 이루며 전체 시를 구성한다. 전체 시가 총 4번 반복 암송되었는데, 퍼포먼스가 진행됨에 따라 본래 76절이었던 텍스트에 다른 문장들이 차차 추가되면서 152절까지 늘어났다.
마크 부스와 또 다른 참여 작가인 코피스(Coppice) 듀오는 시를 읽어 나가는 참여자들의 앞에 앉아 사운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아코디언 형태의 악기, 슈르티 박스(Shruti Box, 전통 인도 음악에서 쓰이는 상자 형태의 악기), 그리고 안테나처럼 보이는 작은 하얀 케이스 등 악기처럼 보이지 않는 물건들이 악기로 사용됐다. 부스와 코피스 듀오는 아코디언처럼 보이는 박스를 서서히 열었다 닫거나, 작은 도구들을 천천히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내려놓거나, 혹은 그 위치를 바닥에서 박스 위로 옮기는 등 미세한 행동을 통해 웅웅거리는 소리, 기계음 등을 만들어내며 우리가 흔히 듣는 멜로디나 리듬과는 전혀 다른 소리들을 연주했다. 시의 내용과 무관한 듯 보이는 이러한 소리의 ‘다발’들을 가리켜, 부스는 자신들의 사운드가 “새로운 개념의 퍼포먼스에 또 다른 결을 입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일랜드 출신 애니메이터 올라 맥하디(Orla McHardy)는 호수가 지도로 변모하는 영상작업을 선보였다.
GRBTS는 ‘현대적 언어로 다듬어진 일종의 시 낭송회’라는 말로 요악할 수 있을 것이다. 장르 간의 통섭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동시대 미술의 추세를 고려할 때, 문자 예술인 시의 한 단어 한 단어가 발화자들의 입을 통해 소리로 전이되는 과정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고, 자연스레 문학과 퍼포먼스 간의 새로운 예술적 소통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모노톤의 시가 반복되는, 지루하면서도 매우 긴장된 내내 진행되었던 3시간 반의 퍼포먼스 동안 필자는 퍼포먼스에 몰입하기도, 몽상에 잠기기도, 졸기도, 혹은 트랜스 상태에 빠져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