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미술관의 디지털 아카이브 공개
전자책이 출판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저가형의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가 생산되고, 각종 콘텐츠가 전자책의 형태로 (재)생산되면서, ‘종이 없는 책’은 가까운 미래가 됐다. 과연 미술계는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흔히 ‘전시가 끝나고 남는 건 도록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한시적으로 열리는 전시의 속성을 잘 나타내면서, 도록(을 포함한 각종 인쇄물)이 차지하는 큰 비중을 강조하는 말이다. 미술계에서 생산되는 출판물의 대부분이 도록임을 감안하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미술계에서도 전자책(혹은 각종 전자책 단말기의 사용빈도)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구겐하임미술관을 꼽을 수 있다. 작년 말, 구겐하임은 미술관 출판물의 디지털 버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구겐하임미술관의 첫 출판물 중 하나인 <솔로몬 R. 구겐하임의 비구상적 회화 컬렉션>부터, 알렉산더 칼더, 바실리 칸딘스키, 프란시스 베이컨 등 구겐하임 미술관을 거친 거장들의 회고전 도록까지 총 60여 점의 ‘역사적’ 전시 도록을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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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미술관의 출판물 소개 페이지 화면
미술관 홈페이지(http://www.guggenheim.org/new-york/exhibitions/publications/from-the-archives)에서 관심 있는 도록을 클릭해보자. 화면에는 도록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해당 도록과 밀접하게 관련된 다른 도록과 디지털 에세이도 함께 소개한다. 또한 이 도록들은 웹아카이브(http://www.artwa.kr/tc/owner/entry/edit/www.archive.org)에서 직접 다운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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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출판된 <Abstrct Expressionists Imagists>전 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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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ct Expressionists Imagists>전 도록 펼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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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ct Expressionists Imagists>전 도록 확대한 모습
미술계의 전자책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컨텐츠의 생산보다는 기존에 종이로 만들어진 출판물을 디지털 버전으로 재생산하고 아카이브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구겐하임미술관의 시도가 아직 초기 단계임을 감안하면, 한국미술 자료의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과 전자책 콘텐츠 생산은 어쩌면 아주 늦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한국미술 자료를 아카이브하는 대표적 기관인 김달진미술연구소의 김달진 소장은 전시 도록을 비롯한 각종 미술자료의 디지털화가 대세임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한다. “재정적인 문제뿐 아니라, 아직 투자 대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또한 저작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사실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가 미술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아직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디지털화된 미술자료의 아카이브 구축은 전자책의 ‘시장성’과는 별도로 한국미술계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임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