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 지엔궈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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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thly Force> 돌, 금속 설치 1992~94
에 위치한 미국계 갤러리 페이스갤러리에서 조각가 수이 지엔궈(Sui Jianguo)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1987년부터 현재까지 수이 지엔궈 작업의 정수를 보여 주는 회고전 형식으로 구성됐다. 넓은 공간을 가벽으로 나누어 미로처럼 꾸민 전시 공간은 수이 지엔궈의 작품의 숭고미를 돋보이게 했으며, 마치 수이지엔궈를 위한 박물관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또한 연대기적 진열을 탈피하여 편견 없이 작품에 접근하도록 하여, 금속과 석고, 청동 등의 재료가 화이트 큐브 안에서 뒤섞이며 일련의 웅장한 화음을 조성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중국의 격변기를 지나면서 수이 지엔궈는 내재적 압력, 대항으로 인한 충돌, 힘의 능력에 대한 끊임 없는 탐구를 바탕으로 작업을 계속 해왔다. 평론가 리 씨엔팅(Li Xianting)은 “수이 지엔궈의 오랜 친구로서 그를 보자면, 그는 심리적인 자생력은 더욱 강해지고 외부 세계의 압력에 대해서는 점점 민감해져 갔다. 내면의 충돌 또한 강렬해졌으며, 그로 인해 그의 작품에 다양성이 나타났지만, 20년이 넘는 작업의 맥락에는 여전히 '구속과 발악'이라는 기조가 희미하게 얽혀져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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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acy Mantle> 알루미늄 주조 244×179×122cm 1997
1987년 수이 지엔궈는 재료와 매개의 본질적 관념과 상징성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그의 주요 작업으로는 <Earthly Force>가 있는데 이 작품은 물질 간의 상호 개입을 통해 힘과 대항력의 복잡한 관계를 나타낸다. <Earthly Force>는 20여 개의 돌조각으로 이루어진 설치 작업이다. 100kg정도의 돌들은 철로 된 망에 의해 옭아 매어져 구속된 상태를 형상화한다.
수이 지엔궈는 1997년부터 정치적인 의미를 지닌 기호가 될 수 있는 시각 형상에 대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흔히 인민복으로 알려진 ‘중산장(Mao Suit)’이다. 중산장은 1920년대 중반 중국 정부가 문화 복장으로 규정한 이래 주류 범위에 들어 왔으며, 강력한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관료에서 지식인, 대중에게 개성을 버리고 사회와 하나가 될 것을 유도한 문화대혁명의 상징적 기호였다. 수이 지엔궈는 대상을 매개체로 보고 대상의 본질을 비판하기 보다는, 예술가가 남다른 조각 방식과 척도로 특수한 매개체가 사람에게 주는 쾌감과 압력을 작품에 풀어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대하지만 그 속은 텅 빈 중산장의 모습은 화이트큐브 안에서 박제된 역사 속의 한 장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중국 동시대 미술사의 정치적 부호와 상업적 수용에 대한 짧은 역사까지 아우르며 겹겹이 쌓인 층위를 동시다발적으로 제시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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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pery Study – Dying Slave> 청동 주조 226×89×72cm 1998|<Drapery Study – Bounded Slave> 청동 주조 213×55×81cm 1998
2007년 이후 수이 지엔궈는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는 단계에 들어 선다. 이때부터 그는 형식을 재료와 매개의 속성이 지니는 관념과 힘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시작했다. 그는 이것을 원시적 힘이라 명명한다. 이를테면, 2009년에 금일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운동의 장력>이란 작품에서 거대한 무게가 관중에게 가져다 주는 심리적인 위협감은 형식, 재료와 매개, 그리고 물리적 운동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 올렸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 작품은 전시될 때마다 매번 형식을 바꾸는데, 이는 그가 장소특정성을 기반으로, 시간의 변화에 따라 작품의 개념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전시 공간의 특성상 이번 전시에는 2009년의 작품과 견줄 만한 거대한 소음을 내는 <A River>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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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장력> 전시 장면 2009
이번 전시에서는 수이 지엔궈의 새로운 작품도 선보인다. 주로 물질을 직접 접촉하는 방식으로 형식 자체가 무한한 생명력을 창조하는 것을 표현한다. <시간의 형상>은 2006년부터 매일 물감을 한 번씩 찍어 작업하는 것으로 그가 평생에 걸쳐 진행할 프로젝트이다.
수이 지엔궈는 이렇듯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인간과 물질 사이의 복잡한 감정적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중국 동시대 미술의 관념주의에서 “가장 일찍, 가장 멀리 발전한 조각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그는 조각의 추상화와 형식화에 선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이 지엔궈(Sui Jianguo) 1956년 산동 청도 출생. 1984년 산동예술대학 미술학과, 1989년 중앙미술학원 조형학과 석사 졸업. 현 중앙미술학원 조소과 주임, 베이징에 거주하며 작업. 2012년 싱가폴 MOCA, 2011년 네덜란드 헤이그, 2010년 프랑스 JGM갤러리, 대만 MOT Arts, 2009년 베이징 금일미술관 등에서 개인전 개최, 다수의 그룹전 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