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장, 예술가를 위한 최고의 연극 무대?
<<art in culture 2012년 3월호(http://www.artinculture.kr/content/view/898/32/)>>
예술가를 위한 연극
‘나는 꼼수다’ 열풍과 곽노현 재판
정권 말기, 사람들의 관심사는 단연 ‘정치’다. 특히 시사 토크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의 열풍과 SNS로 인해 전국민이 시사평론가나 행동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시대에 예술가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반응해야 하는 것일까? 실제로 곽노현 교육감의 최종 공판장에 참석했던 필자는, 작금의 정치 현장이 예술가를 위한 ‘최고의 연극 무대’라고 칭한다. 자, 이제 ‘골방’과 ‘재판장’에서 펼쳐지는 잔혹극의 성대한 막을 올린다!
글|문지윤·런던 골드스미스대학교 박사과정
‘블랙박스’가 아닌 무대로의 입장
첫 번째 무대: 골방의 광대
두 번째 무대: 곽노현의 고해성사실
최종 공판 이틀 전, 2011년 12월 29일. 참관석에 등을 돌리고 곽노현 교육감이 저편에 앉아 있다. 그는 저기에 카키색 수의를 입고 앉아 있다. 핸드폰 벨소리가 나자 청원 경찰의 눈총을 받고 한 사람이 급히 나간다. 과중한 업무에 지친 샐러리맨 표정으로 검사들이 표정 없이 앉아 있다. 지겨워 죽겠다는 표정의 피의자들 옆자리에 경찰도 보인다. 변호사의 말 한마디를 놓칠 새라 꼼꼼히 되묻고 확인하는 초인적 인내심을 보여 주는 판사도 있다. 이들 사이에서 곽노현 교육감은 스포트라이트를 한 가득 받고 있다.
저 무대 위에서 곽 교육감은 근대적 이성을 수호하는 법의 논리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과 속을 가로지르는 고해성사실의 작은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한 줄기의 빛에 의지하며 곽 교육감은 진실을 고백하는 신앙인의 역할로 등장한다. “저는 부패의 DNA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2억을 건넨 부인할 수 없는 물증 앞에서도 그는 심지어 당당했다. “그것은 선의의 부조였습니다!”
무대를 나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