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도시점거 운동
2012 / 05 / 06
<<art in culture 2012년 5월호(http://www.artinculture.kr/)>>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점거 운동(Occupy Movement)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불안정해진 삶의 조건을 둘러싸고 수많은 정치적 행동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에 참여하는 예술가의 역할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정의한다. 거리와 SNS공간을 아우르며 점거 운동의 중심에 있는 예술가들은 ‘창조성이 도시의 경제적 이익에 기여한다’는 기존의 창조 계층에 관한 논의를 뒤엎는다. ‘다중’의 시대, 정치적 예술은 어떤 모습인가.
글│마사 로즐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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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퍼센트에 맞선 99퍼센트, 거리로
안토니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가 내놓은 ‘다중’(the multitude, 2004년 발간된 동명의 저서는 전지구화된 자본과 권력에 맞서는 잠재적 실천 주체를 ‘다중’으로 정의한다)이라는 개념이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주요 개념으로 자리잡기 이전에도, 1999년 시애틀의 ‘반세계화 시위’라는 유명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의 반기업 집회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의를 봉쇄하기 위해 노조와 더불어 환경운동가와 공동체운동가 같은 사람들을 불러들였는데, 이와 비슷한 시나리오는 그 이후의 다른 도시의 집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본, 상품, 노동력의 흐름을 중심으로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하나의 통일된 개체를 만들어 낸다는 점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미국의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시작된 뒤, <불평등의 불안정성>이라는 글에서 마르크스의 견해를 인용해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주기적으로 과잉 생산과 소비 부진, 파괴적인 금융위기의 반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의 난폭함이 ‘스스로의 젊음을 갉아먹는’ 자본주의를 만들어 냈고, 금융위기에 따른 긴축재정이 세계적으로 전개되면서 현재와 미래의 중산층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중산층이 맛본 좌절감은 아랍권 전역에서 일어난 시위는 물론 현재의 점거 운동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대학 교육을 받았음에도 엄청나게 부유한 지배층에 의해 통제되는 사회를 마주하게 되면서, 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게 되었다. ‘프레카리아트화(Precarization, 불안정 노동자화)’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시위가 2006년 프랑스에서 이루어졌다. 2011년 8월 영국에서 일어난 폭동은 젊은 노동 계층의 분노로 시위가 시작되었지만, 나중에는 등록금 인상 정책을 박살내려는 중산층 젊은이까지 합세하게 되었다. 앞으로 자신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이 낮고, 어쩌면 취직할 기회가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이런 시위를 촉발한 것이다. 한편 시위에 나선 학생과 젊은 대학원생들 중 많은 이들이 지식산업 분야나 최근 우리가 ‘창조산업’이라고 부르는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준비 하던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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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점거 운동(Occupy Wall Street)은 2011년 빈부격차 심화와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에 반발해 금융자본의 상징인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처음 일어났다. 뉴욕 주코티공원에 청년실업자, 예술가 등의 모여 73일 동안 지속됐다.
취향과 정보를 교류하며, 오큐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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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오클랜드에서 열린 총파업에 참여한 아티스트들. (Photo: e-flux 홈페이지)
쇠락한 도시를 변화시킨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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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UC버클리의 스프로울 홀(Sproul Hall)에서 캠프 철수 이후 설치된 '북 텐트(Book-tents)'(Photo: e-flux 홈페이지)
자본은 어떻게 ‘창조성’을 이용하는가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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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개최된 총파업 포스터. 국내 액티비스트 작가 다수가 참여했다. (포스터: 옥인콜렉티브)
점령운동이 이끈 연대, 희망
*마사 로즐러(Martha Rosler) 1943년 뉴욕 출생. 1970년대부터 페미니즘 비디오 아티스트, 액티비스트로 활동했다. 럿거스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미술 정치 문화 영역에 걸쳐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이글은 원제 <The Artistic Mode of Revolution: From Gentrification to Occupation>로 《e-flux》 저널 34호(2012년 3월)에 게재되었다.
(http://www.e-flux.com/journal/the-artistic-mode-of-revolution-from-gentrification-to-occupation/(http://www.e-flux.com/journal/the-artistic-mode-of-revolution-from-gentrification-to-occup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