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청년, 백남준: 초기 예술의 융합 미학
임산 지음_마로니에북스_15,000원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백남준은 전쟁을 피해 도착한 일본에서 작곡을 공부한다. 당시의 전후 일본사회에서는 첨예한 이념적 갈등과 함께 구타이 운동과 같은 실험적 행위예술이 펼쳐졌다. 백남준은 이러한 영향 아래 도쿄대에서 아르놀트 쉔베르크 연구로 박사 논문을 제출한다. 쇤베르크는 조성을 기초로 한 기성 작곡법을 뒤엎고 무조음악을 창안한 음악가로, 백남준은 그의 혁신적 실험을 미학적으로 복원하고자 했다. 이후 백남준은 쇤베르크의 아방가르드 정신이 살아 있는 독일로 향해 새로운 예술의 세계로 나아간다. 1959년 첫 번째 행위 음악 <존케이지에게 보내는 경이>로 독일의 신음악씬에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 신체 공간 테크놀러지 등을 활용한 대담한 실험을 지속해 나간다. 이 책은 그 시대적 배경과 주요 사건을 따라가면서, ‘행위 음악’ ‘테크놀로지와 커뮤니케이션’ ‘인터렉티브 사운드아트’ ‘피드백 프로세스와 랜덤 액세스’ 등 백남준 예술의 주요 개념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청년, 백남준: 초기 예술의 융합 미학>은 이 시대의 화두인 ‘융합’의 관점에서 백남준 초기 예술을 바라본다. 당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여 작품을 제작하고, 사이버네틱스를 비롯한 과학 담론을 예술세계에 응용하던 시대였다. 이른바 예술과 과학이 결합한 것이다. 백남준의 행위음악은 청각중심적인 전통 음악과 시각중심적인 전통 미술 등의 장르 경계를 초월했다. 필자는 백남준의 ‘융합 예술’이 서로 다른 매체의 형식적 혼합에 그치지 않고, 위계와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다채로운 시험들을 행했음을 말한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사회의 정치와 과학을 등에 지고, 인간과 매체의 존재를 창의적으로 반성했던 청년 백남준에 다가서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