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피터 펠드만展
서펜타인갤러리(http://www.serpentinegallery.org/) 2012. 4. 11~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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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and Aphrodite> 서펜타인갤러리 설치 전경
1970년 하이드 파크 켄싱턴 가든에 문을 연 후, 현재는 영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갤러리 중 하나가 된 서펜타인갤러리(Serpentine Gallery). 이곳에서는 지금 독일 작가 한스 피터 펠드만(Hans-Peter Feldmann)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펠드만은 이번 회고전으로 1995년 <Take me, I’m Yours>이라는 그룹전에 참여한 이후, 오랜만에 다시 서펜타인갤러리를 찾았다. 펠드만은 뒤셀도르프를 중심으로 한 아트씬에서 요셉 보이스, 게르하르트 리히터, 시그마 폴케와 함께 핵심적인 아티스트로 꼽힌다. 유럽 내 그의 영향력과 유명세를 생각하면 이번 전시가 런던에서 선보이는 그의 첫 번째 개인전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전시에서는 1970년대 초 펠드만이 국제 미술계에서 처음 주목 받기 시작할 무렵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최근작까지 40여 년간의 작품 세계를 두루 살펴 볼 수 있다.
펠드만의 작업은 주로 백과사전적인 아카이브 형식을 띄거나 박물관 내 소장품 진열을 연상시킨다. 이는 일상의 무작위적인 상황이나 친숙한 소재를 담은 사진 에서부터 흔한 일상 용품, 특정한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가진 예술품이나 물건들을 지속적으로 ‘수집’해 온 펠드만의 오랜 습성이자 관심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상적 사건을 기록한 비전문적인 느낌의 스냅 사진이나 잡동사니로 치부되는 평범한 물건들은 펠드만에 의해 재구성되어 책, 포스터, 엽서, 설치 등의 작품으로 재탄생된다. 참고로 펠드만은 특히 ‘아티스트 북’ 이라는 장르를 선구적으로 이끌어 온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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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백 시리즈> 설치 전경 © 2012 Jerry Hardman-Jones
펠드만의 최신작 중 <핸드백 시리즈>는 이번 전시에서 특히 화제를 모았다. 펠드만은 6명의 여성들로부터 각각 500유로에 핸드백을 통째로 구입했다. 그리고 가방과 함께, 실제로 그 안에 들어 있던 여성들의 개인 소지품을 유리 진열대 속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예를 들어, 관객들은 한 진열대에서 오리안(Oriane)이라는 베를린 출신의 27세 여성이 핸드백 안에 가지고 다녔던 오로팍스 귀마개, 아스피린, 선그라스, 단추, 이세이 미야케 데오도란트, 신발, 영수증 종이, 티켓 등을 적나라하게 감상할 수 있다. 펠드만은 한 인터뷰에서, 이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핸드백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해 보고픈 욕구와 행위가 엄격하게 터부시됐던 기억에 대한 회상”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서펜타인 갤러리의 디렉터 줄리아 페이톤 존스(Julia Payton-Jones)는 이 작품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방식으로 오늘날의 단상 그 자체를 포착한 스냅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이렇듯 펠드만의 작품 세계는 때로는 기지가 넘치는 유머와 풍자로, 때로는 재편집된 사진 이미지들이 드러내는 가상 세계의 익명성과 공허함으로 일상을 낯설게 보기를 시도한다.
한스 피터 펠드만(Hans-Peter Feldmann) 1941년 독일 뒤셀도르프 출생. 2007년 영국 브리스톨의 아놀피니 미술관, 2010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 2011년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 개최. 2010년 광주비엔날레 및 2003년과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등 국제적인 규모의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 2010년 휴고 보스 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