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기술: 저항의 내러티브展
Survival Techniques: Narratives of Resist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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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갈릿 란도 <아크젤론(Azkelon)> 영상 2011
사진전문 미술관 ‘뮤지엄 오브 컨템포러리 포토그래피(MOCP, Museum of Contempora-ry Photography)’에서 <생존의 기술: 저항의 내러티브 (Survival Techniques: Narratives of Resistance)>전을 선보인다. 정치색 짙은 전시 제목이 시사하듯 큐레이터 나타샤 이건(Natasha Egan)과 다비드 콰드리(Davide Quadrio)는 우리의 일상 혹은 일상과 동떨어진 환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정치 분쟁과 그 긴장감을 예리하게 포착한 비디오 작업들을 소개한다.
아르투르 즈미예브스키(Artur Zmijewski)는 영상 작업 <그들(Them>(2006)에서 폴란드 내의 보수파와 진보파의 갈등을 드러내는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한다. 영상에서 작가는 한 공간 안에 카톨릭 여성단체 ‘올 폴리쉬 유스’(All-Polish Youth, 가족, 카톨릭,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보수단체), 좌파 운동가들, 그리고 젊은 유태인 모임의 회원들을 초대한 후, 각 그룹이 원하는 폴란드 국기를 디자인하도록 주문한다. 극심하게 다른 정치적 종교적 이상을 강조한 네 개의 국기 이미지가 완성되어 갈수록 보수파와 진보파간의 긴장감은 높아져 가고, 마침내 한 사람이 가톨릭 성전을 묘사한 국기에 불을 지르기에 이른다. 국가적인 정치적 갈등이 그룹들 간의 갈등으로, 나아가 개인 대 개인의 갈등으로 변모되는 과정은 과거와 현재에 존재하는 모든 정치 갈등의 본질을 보여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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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터 크미제브스키 <그들(Them> 영상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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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엘 오를로 <옐로우 림보(Yellow Limbo)> 영상 2011
유리엘 오를로(Uriel Orlow)의 <옐로우 림보(Yellow Limbo)>(2011)는 역사에서 사라져 버린 8년의 시간을 기록한 비디오 클립이다. 1967년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 당시 8년 동안 폐쇄됐던 수에즈 운하에는 채 빠져나오지 못한 채 배에 갇혀 지낸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 선원들이 직접 수퍼 8mm 필름으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 관객들은 정치 분쟁의 희생자들의 ‘비정치적’ 인생을 엿볼 수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 남아야 했던 14개의 다른 국적을 가진 선원들은 냉전체제 정치 이데올로기의 굴레에서 벗어나 서로 협동하는 생활 방식을 계발했다. 심지어 작은 올림픽 대회까지 개최했던 그들의 생활은 운하 바깥의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삶보다 더욱 평화로워 보인다.
지갈릿 란도(Sigalit Landau)의 영상 <아크젤론 (Azkelon)>(2011)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청소년들이 해변에서 일종의 ‘땅따먹기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3명의 10대 소년들은 실제 칼을 이용해 모래 위에 그들의 구역을 표시하고 칼을 던지는 행위를 통해 남의 구역을 침입하며 점점 세력을 넓혀 나간다. 칼이라는 무기를 이용하는 이 아슬아슬한 놀이 문화는 실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토분쟁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개최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G8 정상회담 때문에 시카고는 다운타운 도로를 봉쇄하고 경찰인력을 배치하는 등 안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곧 며칠 동안 모든 언론매체들이 전세계에서 모인 정치인들이 논의할 수많은 이슈들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것이다. 정치인들의 토론과 그들이 보여 줄 노련한 정치적 기술과 <생존의 기술>전 참여 작가들이 사진과 영상이라는 예술 언어로 풀어낸 정치적 관점은 같은 이슈들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틀을 제공할 것이다.
참여작가 이토 바라다(Yto Barrada), 라파엘 달라포르타(Raphaël Dallaporta), 라이너 가나흘(Rainer Ganahl ), 필립 라르(Philippe Laleu ), 다리아 메노지(Daria Menozzi), 리 무(Li Mu), 엠알케이 팔라쉬(MRK Palash), 나빈 라완차이컬(Navin Rawanchaikul), 율리카 루델리우스(Julika Rudelius), 아피캇퐁 위라스타쿨(Apichatpong Weerasethakul), 틴틴 울리아(Tintin Wulia), 장 페일리(Zhang Peili)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