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Preview] 프리즈 서울
프리즈 서울 9. 4~7 코엑스 C&D홀
프리즈는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 2022년 아시아를 공략하며 서울에 상륙했다. 키아프와 계약을 맺고 5년간 공동 개최한다. 3회 차를 맞은 올해는 전 세계 32개국 갤러리 110곳이 참가한다. 부스전 ‘갤러리즈’, 신진 화랑 솔로전 ‘포커스 아시아’, 20세기 걸작전 ‘마스터즈’ 섹션으로 나뉜다. 올해는 전국 예술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어 영향력을 키우고, 퍼포먼스 프로그램 ‘프리즈 라이브’를 최초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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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Gloria>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에 브론즈 도금, 인공 대리석 126×117×138cm 2023 Courtesy of the artist
— 포커스 아시아는 아시아권의 영 갤러리 10곳을 엄선해 솔로 부스를 선보이는 섹션이다. 스타 작가 군단 사이에서 기죽지 않는 라이징 아티스트를 프레젠테이션할 절호의 기회이다. 프리즈 서울이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는 지점이기도 하다. 포커스 아시아의 기획 의도와 진행 현황을 듣고 싶다.
Jang ‘포커스’는 런던, 로스앤젤레스 등 프리즈의 다른 에디션 도시에도 공통으로 존재하는 섹션이다. 신진 갤러리가 작가를 프로모션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포커스 섹션은 플랫폼의 성격을 띤 만큼 프리즈가 열리는 도시와 시기에 따라 조금씩 형태를 바꾸는 유연함을 가진다. 참여 작가의 연령이나 경력에 엄격한 잣대를 세우지 않지만, 갤러리의 운영 기간을 고려해 지원 자격을 부여하고, 한 갤러리가 한 명의 작가를 개인전 형식으로 보여줘야 하는 프레젠테이션 형식에 제한이 있다. 다만 신진 갤러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젊은 작가를 프레젠테이션하는 경우가 많다.
참여 갤러리를 선정할 때는 비영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외부 큐레이터 1~2인을 어드바이저 및 큐레이터로 초청해 그들의 시선을 경유하려 한다. 조금 더 다양하고 입체적인 시선을 도입하려는 의도이다. 이 같은 규정과 방식은 영리와 비영리를 연결하고, 아직 미술시장에 적극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가를 조명한다. 또한 그 사이에서 촉발될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모색하려는 포커스 섹션의 비전이 반영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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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매 스미스 <Mountain Magic> 리넨에 유채 91×45cm 2024 뉴욕 페첼갤러리 출품작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 당신은 프리즈 서울 첫해부터 3년간 포커스 아시아의 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다.
Jang 나는 이러한 포커스 섹션의 취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포커스 아시아 어드바이저 제안을 기쁘게 수락했다. ‘포커스 아시아’라는 명칭에 프리즈가 서울을 ‘아시아 미술의 거점이자 중심이 될 가능성을 품은 장소’로 바라보고 기대하는 취지가 반영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씬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로서 아시아와 서울의 관계와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하고, 내가 신뢰하고 기대하는 동료, 작가들이 함께 활동의 반경을 넓혀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리즈와 함께해 오고 있다.
— 작년까지 포커스 아시아는 갤러리가 퍼블릭하게 지원하고 프리즈 측이 선별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올해부터는 더욱 철저한 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에 참여한 갤러리만 지원할 수 있고, 신규 갤러리는 별도의 심사를 거쳤다고.
Jang 포커스 아시아가 플랫폼의 성격을 띠지만, 그럼에도 본질은 아트페어이다. 지원 신청과 심사 방식은 결국 운영적 차원 및 전략과 맞물려 결정된다. 그렇기에 외부인인 내게까지 구체적인 정보가 공유되지는 않지만, 좀 더 수준 높은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고민도 일부 반영된 변화이지 않을까. 2022년 크리스토퍼 Y. 루(Christopher Y. Lew), 2023~24년 조셀리나 크루즈(Joselina Cruz) 등 나와 함께 하는 포커스 아시아의 공동 어드바이저는 취합된 최종 지원서 안에서 심사를 진행한다. 신청 기간에 흥미로운 갤러리에 지원을 권유하거나, 리뷰하는 과정에서 지원서에 피드백을 주며 발전시키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어드바이저의 리뷰와 논의를 거쳐 최종에 근접한 파이널 리스트가 추려지고, 프리즈 스튜디오와 운영 위원회까지 함께하는 전체 미팅에서 최종 10개의 갤러리가 결정된다.
— 올해는 에이라운지의 조효리, 백아트의 박경률, 바라캇컨템포러리의 전소정, 실린더의 이종환, 지갤러리의 황수연, 뉴델리 블루프린트12의 키슬레이 구나틸라케, 도쿄 가요코유키의 에블린 타오청 왕과 파셀의 루 양, 방콕 노바컨템퍼러리의 수파위치 위사펜과 SAC갤러리의 타이키 삭피싯 등이 참여한다. 포커스 아시아는 어떤 기준으로 갤러리와 작가를 선정하는가?
Jang 갤러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다른 큐레이터와 의견을 나누는 일은 무척 즐거운 경험이다. 한정된 풀에서 선택해야 하기에 단일한 주제나 지역성으로 수렴하려는 시도는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오히려 우리는 각 신청서를 상대적으로 비교하면서 기획이 흥미롭거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작업과 태도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다만 아시아인 혹은 아시아 디아스포라로서 나와 크리스, 조셀리나는 서구적인 시선에서 전형적으로 규정되거나 호명되어 온 ‘아시아’에 대해서는 경계하려 한다. 또한 조형적으로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지역성을 반영하거나 해석하는 시도를 담은 작업은 더욱 신중하게 리뷰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지원하는 갤러리와 작가의 인지도가 아주 높지 않고, 지원서에는 매우 제한적인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지원서만 보고 선정을 마무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어드바이저들끼리 추가적인 정보를 리서치하며 작가와 갤러리 프로그램 전체를 살피고, 작가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데, 이는 프리즈 측이 주도하기보다 어드바이저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은 전형적인 심사보다는 작가 리서치 업무와 더 닮아있다.
— 포커스 아시아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총 30곳/인의 아시아권 신진 갤러리와 작가를 소개하는 셈이다. 이 리스트를 선정하기 위해 검토한 포트폴리오는 훨씬 많으리라. 이제껏 살펴본 정보를 기반으로 아시아 영 아티스트의 작업에 나타나는 키워드를 꼽아 볼 수 있을까? 서구권과 한국 젊은 작가의 공통점 또는 차이점이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Jang 런던과 로스앤젤레스의 포커스 섹션에 선보인 대다수 작가가 ‘신진’이라 불리기에 어색함이 없는 경력과 연령대임을 고려해 보았을 때, 흥미롭게도 포커스 아시아 작가의 연령 폭은 꽤 큰 편이라 볼 수 있다. 2022년에는 1942년생 작가가 참여했고, 올해도 1951년생 작가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아시아권의 상업씬이 아직 많은 영 아티스트를 소화하기에는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해 준다. 포커스 아시아에 지원하는 갤러리와 작가 리스트에 한정하여 비교해 볼 때, 다른 지역의 작가들은 대부분 역사, 사회, 민족, 정치적 상황 등 동시대의 첨예한 주제를 다루는 반면, 한국의 작가들은 개인적 정서나 조형적 탐구에 천착하는 비중이 높다. 이는 한국 작가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아직 국내 갤러리에서 수용하는 작가군이 다양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 올해 프리즈 서울은 광주, 부산 등의 미술공간과 연계해 전국적인 축제를 벌인다. 미술씬의 주요 스폿인 한남, 청담, 삼청 인근 갤러리에서는 나이트 파티 준비로 벌써 분주하다. 여기에 미술관과 대안 공간, 비엔날레 등이 합세해 한국 미술계 부흥에 온 힘을 실을 예정. 프리즈 서울 외에 특별히 추천하는 전시나 행사가 있다면?
Jang 나도 최대한 많은 이벤트를 보고 즐기려는 마음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산비엔날레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내가 직접적으로 관여한 전시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데, 4년 전부터 꼬물꼬물 함께 준비해 온 황수연 작가의 개인전 <파스텔, 총알, 아름다운 손가락들>(8. 21~9. 21)이 지갤러리에서 열리고, 두산갤러리에서는 제14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인 유신애 작가의 개인전 <파생적 메시아>(9. 4~10. 12)가 개최된다.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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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바흐만 <Pleine Lune Nuage Gris Nuages Noirs> 캔버스에 유채 170×130×2cm 2024 취리히 갤러리그레고르슈타이거 출품작
— 최근 미술시장의 상황이 그리 밝진 않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맞물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대약진을 이룬 미술시장의 붐이 사그라들고 있다. 올가을 아트페어의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Jang 사실 내가 이 부분에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나도 그렇고 작년과 올해 함께한 조셀리나 크루즈는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는 흥미로운 작가와 작업을 큐레이터의 시선에서 선정하는 수준으로 관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히려 시장과는 더 멀어진 방향의 생각을 공유하기도 하는데, 포커스 아시아가 조금 더 플랫폼적인 성격을 강조하며 후원의 차원에서 운영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대화가 오갔다.
— 미술시장의 위기에 맞서는 프리즈의 대응이 궁금하다. 그중에서도 포커스 아시아의 전략은 무엇인가?
Jang 2022년 첫해와 비교해 작년부터는 해외 갤러리의 신청이 약간 줄어들었다. 조셀리나와 나는 그 이유가 시장의 불황일 수도 있지만, 포커스 아시아가 겨냥하는 아시아권의 젊고 실험적인 갤러리 중 국제 운송비와 페어 부스비를 감수할 역량을 갖춘 갤러리가 그리 많지 않은 이유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반면 한국은 지리적 여건상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기에 지원의 수가 늘고, 그 결과 최종 선정되는 갤러리도 한국 기반의 갤러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갤러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지역적 안배보다는 프레젠테이션 수준을 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재 아시아의 상황이라면, 어쩌면 포커스 아시아의 의미를 유지 혹은 확장하기 위해서는 신진 갤러리 및 작가 후원과 육성, 발굴의 태도로 접근하면서 성장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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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콘도 <Self Portrait> 리넨에 아크릴릭, 메탈릭 페인트 172.7×152.4cm 2024 베를린 스푸르스마거스 출품작 © George Condo/ARS (Artists Rights Society), New York, 2024Courtesy the artist and Sprüth MagersPhoto: Genevieve Hanson
— 프리즈 서울 개최 이후, 한국 미술계는 ‘9월만 바라보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핫한 일정이 프리즈 위크에 몰렸다. 그러나 이제 남은 계약 기간은 올해까지 3년. 아직 연장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포스트 프리즈 서울’을 상상해 볼 시기이다.
Jang 세계적인 메이저 아트페어가 새로운 도시에 진출하는 경우,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동시에 나타난다. 그 지역의 기존 미술생태계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내가 포커스 아시아의 어드바이저 제안을 수용한 이유는 우리가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2010년대 유학 생활을 하면서 아트페어의 호황기를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다. 더불어 갤러리와 비영리 기관이 합심해 작가를 지원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을 직간접으로 보고 들었다. 젊은 작가가 어느 단계에 진입해서 의미 있는 발돋움을 하는 데 시장과의 만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좋은 아트페어는 단순히 시장의 논리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당대의 미술씬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흥미로운 작가와 작업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시스템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 앞으로 우리 미술계는 어떤 방식으로 젊은 작가를 국제 무대에 올려야 좋을까? 한국 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언해 달라.
Jang 올해 미술시장의 상황이 그리 밝지 않다고 해도, 작년보다 더 많은 해외 기관 관계자들이 프리즈 서울 시기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이 움직임이 단지 ‘프리즈’라서가 아니라 ‘서울’이기 때문인 이유도 적지 않다고 본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미술계를 향한 국제적 관심도는 꽤 향상되었고, 그 이유 중에는 프리즈 서울도 있을 것이다. 다만 프리즈 서울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실상 한국 미술시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나는 우리 미술계와 작가에 대한 관심이 더 주요한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 낙관론적 전망을 가진다. 프리즈가 아니어도 한국 미술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방문해야 할 계기를 지금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제도가 함께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당신은 지금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큐레이터이기도 하다. 프리즈 서울에서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동시대 한국 미술씬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Jang 질문에서 말해준 것처럼, 나는 ‘지금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내가 동시대 씬을 객관적으로 관망할 수 있는 적정한 거리감을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아직 내가 하는 일을 겨우겨우 잘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몰두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동안 느껴온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 볼 수는 있겠다. 바로 모든 것의 호흡이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그 속도감에는 프리즈 서울도 한몫했기에 약간의 피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프리즈를 차치하더라도 창작자인 작가와 큐레이터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대체로 부족해 작업, 작가, 전시가 빠르게 소비되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소비되는 창작물은 그다음을 위한 양분으로 쓰이지 못하고 사라질 가능성이 크며, 창작의 성장을 저해하고 수평 이동만 반복하는 패턴을 낳을 수 있다. 우리가 긍정적인 성장과 변화를 원한다면, 가능한 서로에게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해 주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 솔직한 답변에 감사드린다. 프리즈 서울과 포커스 아시아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느덧 3회 차를 맞은 올해 포커스 아시아에서도 강렬하고 싱싱한 ‘새 얼굴’을 많이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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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 프리즈 서울 포커스 아시아 어드바이저,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수석큐레이터, 기획자 운영 플랫폼 WESS 공동 운영자. Photo by 최연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