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Preview] 더프리뷰성수
더프리뷰성수 8. 31~9. 3 에스팩토리 D동
더프리뷰성수는 ‘미술시장 미리 보기’를 콘셉트로 2021년 출범했다. 신생 갤러리를 주역으로 내세워 기성 미술시장에 새 물결을 일으키고, 아트씬 확장을 목표로 삼는다. 제3회를 맞이한 올해는 기존 4월에 열리던 행사를 8월로 옮겨 하반기 미술축제의 스타트를 끊는다. 39곳의 신진 갤러리에서 젊은 작가가 총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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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샘 <붉은 용> 금박, 디지털 프린트, 레진, 아크릴릭 페인트, 엔지니어드 우드 135×98.5×5cm 2024 디스위켄드룸 출품작
— 더프리뷰성수는 신진 작가, 젊은 컬렉터를 위한 아트페어로서 한국 미술씬에 대안적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젊음과 신선함이 곧 저렴하고 아마추어적인 아트페어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포부가 인상적이다.
Lee&Cho 우리 둘 다 국내 메이저 아트페어에서 오랜 기간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20년쯤부터 소위 주류 미술시장 레이더 밖에서 신선한 기획을 선보이는 전시 공간이 많이 생기는 것을 목격했다.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 신생 공간이 독자적인 팬덤을 구축하는 현상에 주목했고, 이들을 모아 페어를 만들면 새로운 씬을 형성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거래되는 작품의 가격대는 낮을지 몰라도, 장터 같은 페어를 만들고 싶진 않아 클래식 형식을 살리되 기존 아트페어가 시도하지 못하는 새로운 요소요소를 가미했다. 궁극적인 목적은 이들을 중심으로 끌고 와 기성 미술계와 접점을 만드는 것이었다. 마침 코로나19 이후 미술시장이 꿈틀대며 우리와 갤러리, 그리고 기업의 니즈가 딱 떨어지는 운 좋은 타이밍이었다.
— 올해 더프리뷰성수는 키아프 & 프리즈의 유일무이한 위성 페어이다. 글로벌 아트러버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은?
L&C 더프리뷰성수와 같은 규모의 페어가 시기를 변경하는 건 큰 모험이다. 그렇기에 작년부터 몇 달간 내부 회의와 고민을 거쳤고, 그간 참여한 갤러리를 대상으로 간담회도 진행했다. 더프리뷰성수와 함께 성장해 온 갤러리들의 중장기적 목표는 해외 시장에서의 평가와 경험이라는 공통분모를 읽을 수 있었고 올해가 적기라 생각했다. 두 개의 비엔날레와 키아프 & 프리즈와의 연계점을 찾고자 노력했고, 광주비엔날레 홍보 부스가 더프리뷰성수와 함께하고 있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를 구분 짓지 않고 서로의 영역과 역할을 응원하고 연대하는 전략이 잘 통하길 기대한다. 해외 관계자와 관람객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웹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에 영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1보 전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퍼포먼스 프로그램 역시 한국의 전통 요소를 오감으로 즐기는 퍼포머의 시간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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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정 <매우 특별하게 열망적인> 도자, 메탈 구조물 외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4 어컴퍼니 출품작
— ‘파격적인 부스 레이아웃’과 ‘신규 갤러리’를 프로모션 포인트로 내세웠는데.
L&C 물리적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에스팩토리는 옛 공장을 개조한 곳으로 제반 시설이 열악하다. 행사 날짜를 옮기며 무더위 속에 쾌적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고, 에어컨 경로 확보를 위해 부스 레이아웃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디귿자’ 형태가 아니라 양쪽이 트여 있는 ‘십일자’ 부스가 주 동선에 놓이며 국내에서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레이아웃이 나왔다. 또 올해는 11곳의 갤러리가 새로 합류했다. 키아프나 프리즈에 참가해 나오지 못하게 된 갤러리도 있고, 문을 닫는 등의 이유로 자연스레 20~30%가 물갈이되었다. 그사이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신규 전시 공간을 적극 영입했다.
— 공개 모집이 아니라 초대 형식으로 부스를 채운다. 그만큼 라인업에 많은 고민을 기울였으리라. 갤러리 선정 기준은?
L&C 우리는 1회 때부터 초대 형식을 고수해 왔다. 소셜 미디어에서 새로운 전시 공간을 찾고 모니터링하는 일을 연중 내내 한다. 3년 동안 페어를 개최하다 보니 나름 이 씬에서 쌓은 인지도가 있어, 새로운 갤러리와 접촉할 때 대부분 매우 기뻐하며 초대에 응한다. 더프리뷰성수는 신선함이 핵심이지만, 무조건 새로움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아트페어는 세일즈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전시 기획도 중요하지만, 갤러리로서의 지속성, 상업 시장에 대한 이해도, 작품 판매의 열의도 두루 재고한다.
— 미술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아트페어 운영자로서 지금의 위기를 더 예민하게 느꼈으리라. 올가을 아트마켓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L&C 팬데믹 동안 대체 자산으로 잠시 주목을 받았을 뿐, 미술시장은 늘 불경기였다.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실물 경기가 너무 안 좋고, 미술시장을 향한 관심과 흥미도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페어가 더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아트페어는 기본적으로 ‘모임’으로써 에너지를 발산하는 플랫폼이다. 불경기일수록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정보를 나누고, 네트워킹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는 새로운 고객층 발굴을 전략으로 세운다. 신한금융그룹과 손잡고 고액 자산가로 이루어진 VIP 고객군을 대상으로 집중 홍보하고 있다. 작년에도 이들 그룹에서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고, 200~300만 원대 첫 컬렉팅을 한 사례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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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DALLE_s Aimy #3> 아크릴릭 플레이트, 네온 글라스 50×50×10cm 2022 WWNN 출품작
— 더프리뷰성수는 젊은 작가, 신진 갤러리와의 동반 성장을 모토로 삼는다. 기성 갤러리와 네트워킹을 마련해 뉴페이스의 미술계 진입을 지원해 왔다. 동시대 아트페어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L&C ‘아트페어의 시대’라고 할 만큼 지난 10년간 미술시장이 미술계 전반을 주도했다. 아트바젤의 언리미티드는 비엔날레에 비견할 권위가 있었고, 그곳에 어떤 작품이 소개되는지 모두가 주목했다. 반면 지금은 아트페어의 파워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메가 아트페어의 영토 확장, 너무 많은 아트페어의 난립으로 피로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값비싼 아트페어 참가 비용과 이윤 추구에 몰두하는 주최 측에 반감도 생기면서 향후 마켓 씬에 변화가 있으리라 본다.
— 마지막 질문이다. 더프리뷰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기획이 있다면 알려달라.
L&C 갤러리들과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 페어는 참가 비용이 만만치 않고 소형 갤러리가 단독으로 참가해도 크게 주목받기 어려운 구조이다. 페어 대 페어로 협업해 여러 곳의 갤러리를 모은다면 각종 지원을 받기도 쉽고, 갤러리들도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다. 뭉치면 분명 시너지가 생긴다. 주최 측인 신한카드에도 지원을 요청하고 있고, 예술경영지원센터 공모 지원도 염두에 둔다. 목표는 2025년이다.
— 흥미로운 답변에 감사드린다. 이제 더프리뷰성수는 한국 미술계에서 젊은 파워를 지닌 아트페어로 탄탄히 자리매김한 듯하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이뤄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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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림 / 홍콩 오사지갤러리, 국제갤러리 등에 재직. 아트부산 창간 멤버 및 총괄디렉터 역임. 조윤영 / 가나아트 등에서 작품 판매 및 컬렉터 응대 담당. 노블레스컬렉션 총괄디렉터, 아트부산 팀장 역임.